▲ 아크바 새이콰(Akbar Saiqa)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타파 리투(Thapa Ritu)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아크바 새이콰(Akbar Saiqa)씨.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편집자주> 본지는 제40회 여성의 날을 기념해 EGEP(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 참여자이자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여성활동가의 토론회를 열었다. 1월19일 ECC B215호에서 진행된 토론은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온 프리랜서 리포터 코다 바크쉬(Khoda bakhsh·31)씨, 파키스탄의 심리 치료 전문가 아크바 새이콰(Akbar Saiqa·30)씨, 네팔의 여성 법률가 타파 리투(Thapa Ritu·43)씨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국의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로부터 자국의 여성 인권 현황과 여성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 그러나 실효성은 없어


  프리랜서 리포터로 활동하며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아프간 여성의 인권 향상 운동을 하는 코다씨는 아프간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스웨덴에서 살고 있다. 그가 하는 여성 폭력 반대운동이 이슬람 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자신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되자 스웨덴 망명을 택한 것이다. 비록 본국을 떠나있지만, 그는 블로그나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여성 인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다. 코다씨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국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법률상 제도화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정작 법률이 제대로 실현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성폭력 등 성차별 피해자를 상담하는 아크바씨는 파키스탄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크바씨는 여성인권 관련 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이슬람 근본주의로 봤다. 그는 “국민들의 문맹률이 높아 이슬람 경전에 여성을 차별하라는 조항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한다”며 “국민들은 이슬람 근본주의 지도자의 잘못된 주장을 답습해 여성을 차별하고 성폭행 등을 일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인권 불모지에서 여성을 부르짖다

  이들의 고향인 아프간, 파키스탄, 네팔은 여성 인권이 상대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여성 인권 신장을 주장하는 운동은 낯선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성을 위해 앞장선다. 이들은 다양한 계기로 여성 인권에 관심을 두고 여성활동가의 삶을 택했다.

  코다씨는 인터넷에 우연히 접속해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세계 여성의 삶을 알게 됐다. 아프간 여성과 대비된 인터넷 속 다른 나라 여성의 삶은 코다씨를 여성활동가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여자란 이유로 가정에서도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면서도 “내가 믿는 것을 실천하니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지지해줘 이제는 두려움이 없이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리투씨는 법률공부를 하면서 젠더 교육 연수를 받은 이후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젠더 교육을 통해 여성이 나라 발전의 중심이 되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SNS의 힘, “아프간 변화시킬 수 있어”

  코다씨는 SNS가 여성 인권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여성 인권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큰 힘을 지녔다고 했다. 그는 “SNS에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 아프간 사람들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에 가입한 대부분의 아프간 여성은 다른 사람의 사진만 게시하며 자신을 꽁꽁 숨겼다. 그러나 코다씨가 앞장서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자 아프간 여성들도 자기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코다씨는 “아프간 여성은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한다”며 “자기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행위는 아프간 여성이 스스로 사회에 나선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처벌과정의 간소화 및 강력한 처벌이 필요

  파키스탄에는 성폭력 관련 법이 있지만 신고와 처벌 과정이 오래 걸린다. 실제로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한 여 성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까지 약 9년을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고등법원에서는 증거가 없다며 성폭력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아크바씨는 “미디어와 비정부기구가 함께 대처했음에도 이런 결과를 받았는데 어떤 피해자 여성이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겠냐”며 “만약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는 징역 2~3개월 같이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 ? 악순환의 고리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투씨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이 찾아오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극심한 가부장제인 네팔 사회에서는 남편이 다른 집 살림을 차려도 아내가 저항할 수 없고, 저항하면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리투씨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집에서 격리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만, 네팔 사회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피해자들을 쉼터에서 따로 보호하며 치료받도록 하지만 결국 이들은 폭력이 있던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며 “피해 여성들이 새로운 곳에 가거나 자신의 갈 길을 찾기를 바라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에게 EGEP는 앞으로의 여성 인권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기회였다. 이들은 EGEP에 참여하면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자신의 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투씨는 “오랜 시간 동안 성 노예 문제에 관해 투쟁한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다”며 “네팔에 돌아가 위안부 할머니의 권리 회복을 위해서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아크바씨는 “EGEP를 통해 여성 활동가뿐만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리더로 활동할 수 있다는 자극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의 여성 인권 상황을 공유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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