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북 「시간의 정원」 작가 송지혜씨 인터뷰

▲ 자신의 작품 'Fly Me To The Moon'(2010) 옆에 선 컬러링북「시간의 정원」작가 송지혜씨
▲ ‘I Left My ♡ in SF: Daria’s Chocolate Factory’, 송지혜

‘#컬러링북 #시간의정원 #색칠놀이 #힐링 #안티스트레스’


  어른들이 색칠놀이에 빠졌다. 각양각색 컬러링북 때문이다. 컬러링북은 주어진 도안을 원하는 색으로 칠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적인 책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타고 번진 컬러링북의 붐, 그 중심에 컬러링북의 본고장인 프랑스까지 역수출된 우리의 책이 있다. 송지혜(섬유예술 전공 석사·12년졸)씨의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이다. 2일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송씨의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간의 정원은 단시간에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24일 처음 출간된 후, 현재까지 약 3만 부 이상 판매됐다. 송씨는 그 비결로 ‘스토리’를 꼽았다. “여러 컬러링북 사이에서 독특함을 가지려고 컬러링북에 이야기를 결합했어요. 단순한 패턴이 칠하기는 더 쉽지만 스토리가 없으면 계속 똑같은 것만 칠하니까 지겹죠. 가이드라인 정도의 스토리를 만들어,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어요.”

  시간의 정원에 실린 그림들은 송씨의 섬유 예술 작품 도안이다. 섬유 예술 작가로 활동하던 중 그려놓은 스케치를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책을 구성했다. “2009년부터 작업을 계속 해 와서 스케치가 쌓여있었어요. 책 안에 담겨 있는 그림은 제가 5~6년 동안 작업한 작품의 도안이어서 나름의 스토리가 있죠. 그래서 출판 제의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도안을 다 그릴 수 있었어요.”

  송씨의 작품 속 스토리는 그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시간의 정원 역시 그의 어렸을 적 상상 속 이야기다. 소녀가 자정에 뻐꾸기시계 안으로 들어가 시간 요정과 부엉이를 만나 가고 싶었던 세상을 여행하다가 잠에서 깨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어렸을 때 아빠가 뻐꾸기시계를 사 오신 적이 있어요. 어린 마음에 시계가 작동되는 원리가 궁금해 시계 안에서 요정이 태엽을 감고 있을 거라 생각했죠. 어른들이 잠드는 시간인 자정이면 그 요정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어요. 이런 기억이 어른이 된 현재 작품의 소재가 된 거죠.”

  특히 송씨가 유년기를 보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기억은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컬러링북의 토대가 된 여러 작품 중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 ‘I Left My ♡ in SF: Daria’s Chocolate Factory’(2012)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겪은 경험이 어우러져 탄생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 아빠와 케이블카를 타고 기라델리(ghirardelli) 초콜릿 공장에 가서 맛있는 초콜릿을 먹고 근처에서 회전목마를 탔던 기억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잡다한 것을 다 모아 성을 만들었듯 저도 어렸을 때 잡다한 기억을 모아 작품이라는 꿈의 장난감을 만든 거죠.”


  동심은 송씨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그는 ‘창의성과 치유’를 위해 동심을 소재로 쓴다. “수많은 생각이 열려 있는 어린 시절이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극시켜 다양한 시각을 되찾게 하고 창의성도 키워주고 싶어요.”


  시간의 정원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만에 출시돼 대표적인 서점인 청핀서점 레저/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 5위를 차지했고 중국에는 5월 출시 계획이다. 컬러링북 유행의 선두주자 프랑스 파리에서는 컬러링북으로는 국내 최초로 6월에 출시 예정이다. 인터뷰 당일 송씨는 일본 출판사에서 판권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진출은 정말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프랑스에서 우리나라 책을 수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요. 아직 프랑스에서 출시될 책은 제 손에 들어오지 않아 실감이 잘 안 나는데, 대만에서 출시된 책은 실제로 보니 표지가 정말 예쁘더라고요.”

  송씨는 시간의 정원을 좀 더 재미있게 칠할 수 있는 노하우로 포인트 색깔 정하기, 연결고리 찾기 등을 꼽았다. “포인트 색깔을 정해 그 계열의 색깔로 색칠하면 훨씬 세련돼져요. 시간의 정원에 담겨있는 이야기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색칠하면 더 흥미롭죠. 앞 페이지에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소녀가 나오면 다음 페이지에 케이블카가 등장하는 식의 연결고리가 있어요. 또한, ‘나뭇잎과 열매를 더 만들어 보세요’ 이런 식으로 독자들이 그림을 더 예쁘게 만들 수 있게 제안하는 말을 넣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좀 더 쉬울 거예요.”

  송씨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작품의 뒷이야기를 하거나 독자와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SNS에 자기 작품을 올리면서 컬러링북이 유행하게 된 건데, SNS를 보면 같은 그림인 게 하나도 없어요. 그게 좋더라고요. 독자들이 직접 제 그린 도안에 색칠한 다양한 작품을 보면 신기하죠. 책을 보면서 공감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는 요즘 시간의 정원 2탄 출시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소인국 세상을 배경으로 할 예정이다. “그동안 제 블로그에 조금씩 썼던 작품의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중에는 동화책도 내고 싶어요. 예쁜 이화의 본관을 배경으로 하는 컬러링북도 생각해 볼게요.”

사진=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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