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괴망측한 심해생물, 국내 최초로 이화에 상륙하다
海괴망측한 심해생물, 국내 최초로 이화에 상륙하다
  • 남미래 기자
  • 승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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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저 생물의 서식 과정을 담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영상을 감상하는 아이들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 태블릿 PC에서 앱을 실행시켜 벽을 비추면 심해생물이 화면에 나타나는 '증강현실(AR)로 보는 심해생물 어플리케이션'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 심해저 생물 표본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새파란 벽면, 어두운 조명. 자연사박물관 4층 기획전시장은 깊은 바다, ‘심해’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2월11일~11월30일(월) 수심 200m 아래 깊은 바다, 심해의 생태계를 다룬 특별기획전 ‘심해(深海)’를 진행한다. 기획전 ‘심해’는 탐사를 통해 근래에 밝혀진 심해의 숨겨진 비밀을 소개한다.

심해 생물들이 영양분을 얻는 심해의 오아시스

전시장 입구 오른편 스크린에서는 심해저 오아시스의 생성, 변이, 소멸 과정을 담은 영상체험물이 나온다. 전시장에 놓인 고래 사체, 통나무, 열수 분출공, 냉수 용출대 모형을 스크린 앞에 있는 탁자 위에 하나씩 올려놓으면 각 모형을 센서가 인식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심해 생물의 서식 과정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심해저에 사는 생물에게 가장 큰 행운은 고래 사체를 만나는 것이다. 심해 생물의 먹이인 고래 사체 한 마리는 4000년간 심해에 내려오는 평균적인 먹이의 양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고래사체 중심으로 다양한 심해 생명체가 모여 산다. 커다란 통나무 역시 좋은 먹잇감이다. 통나무가 심해까지 가라앉으면 생명체들은 이 주변에 모여든다. 열수 분출공은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해저 화산, 냉수 용출대는 황화수소, 메탄이 풍부한 유동체가 깊은 지층에서 스며 나오는 곳으로 화학합성생태계가 형성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적응하는 심해 생물

스크린 뒤 벽면에서는 심해 생물의 살아있는 가상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 있는 태블릿 PC 카메라로 벽면에 있는 심해 생물 그림을 찍으면 살아있는 이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태블릿 PC 카메라를 통해 본 심해 생물의 모습은 오늘날 새우나 메기와 비슷한 모양이다. 새우처럼 생긴 심해 생물은 수많은 다리와 눈이 튀어나왔고, 메기와 비슷한 심해 물고기는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특징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심해 생물의 생존방법이다. 중층에 사는 일부 심해 생물의 눈은 빛이 적거나 없는 심해에서 최소한의 빛을 얻기 위해 튀어나오도록 발전했다. 심해 생물의 입은 역시 최소한의 에너지로 먹이를 잡기 위해 크기가 발달했다.


벽면 오른쪽에는 가상잠수함을 타고 심해 탐사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체험관이 마련됐다. 영상체험관에서는 잠수함 장비를 차고 직접 바다에 내려가서 바다 깊이에 따라 사는 생물 수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깊은 바다로 잠수함이 내려갈수록 채집할 수 있는 생물이 적어진다는 것을 맨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상체험관에서 나오면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물고기 사진이 눈에 띈다. 심해 생물의 특징 중 하나가 날카로운 이빨이다. 심해에는 생물 수가 적어 먹이를 찾을 기회가 많지 않아 어렵게 찾은 먹이를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 날카로운 이빨이 발달한 것이다. 심해 생물의 다른 특징은 수컷들이 암컷에 기생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짝을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변이한 것이다. 심해아귀의 경우 수컷이 암컷을 만나면 암컷의 옆구리를 문다. 이 때, 수컷은 정자를 발생하는 기관만 남기고 모든 기관을 퇴화한다. 번식을 할 때마다 수컷과 암컷이 하나가 돼 정자와 난자를 생성하고 수정을 시킨다.

심해 탐사 이유와 심해 생태계 파괴

모퉁이를 돌아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인류가 왜 심해를 탐사하는지, 탐사가 심해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전시한다.


심해 탐사연구는 자본과 기술이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전까지 사람들은 심해에서는 식물이 살 수 없으므로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깊은 바다 속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이 1977년에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인류는 호기심, 모험심 등 학문적인 목적과 함께 식량과 에너지로 사용할 자원을 얻어야 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심해를 탐사를 시작했다. 심해에는 생물, 광물, 천연가스, 심층수 등 인류가 사용하는 여러 천연자원이 매장됐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시작된 탐사는 심해 생태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광물 자원 채취, 기름 및 가스자원 개발 등은 심해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했고, 무자비한 어업 등에 의해 심해산호초 등 심해 생물의 개체 수가 줄었다. 심해산호초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심해 생물은 성장이 더디고 번식력이 낮아, 심해의 생태계가 회복되려면 얕은 바다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바다 생물을 필요보다 많이 잡고 유용하지 않은 생물들은 버리는 것 또한 심해 생태계를 위협한다. 특히 일부 어부들은 상어의 지느러미만 자른 채 바다에 버리는 등 무분별한 남획으로 심해 생물의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미쳤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 산성화, 저산소증 등이 심해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에서는 심해 생태계에 인류가 미친 영향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인 ‘심해 우체국’과 ‘생각 기둥’을 마련했다. ‘심해 우체국’은 인류의 욕심으로 인해 망가진 심해 생태계에 관람객이 편지를 전달하는 곳이며 ‘생각 기둥’은 관람한 후 심해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공간이다. 생각 기둥에는 '심해는 미지의 공간이니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심해는 제2의 우주' 등 관광객의 글귀가 붙어있다.


아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한 이윤희(40∙서울시 구로구)씨는 “봄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심해 생물을 실제로 보고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들 박정우(11)군은 “기획전시장 앞에서 개구리, 철갑상어, 도둑게 등 살아있는 생물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며 “심해 생물을 태플릿 PC를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김려정 기자  fuwjd-94@ewhain.net
해설도움=안은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