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촌극’으로 마무리됐다. 총학 당선자의 갑작스런 사퇴 의사 표명 때문이다. 학생 대표자 성적 기준을 놓고 학교 측과 팽팽한 갈등을 이어가던 박유진 전(前) 당선자는 1월23일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누적된 학사경고로 인한 제적이 그 이유다. 박 전 당선자의 사퇴와 함께 ‘함께이화’ 선본 또한 해산됐다.


약 2개월에 거친 학교-총학 간 갈등 상황은 우리에게 ‘대표’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대표의 자리가 흔들리면서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낭비됐다. 그간 학생 대표의 손을 거쳐 함께 논의 됐어야 하는 등록금, 교육환경, 학생복지 등의 주요 사항은 속 시원하게 다듬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논의 공백은 비단 SNS에 게재한 사과문과 재선거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만 6000명의 이화인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누군가를 대표하는 자의 어깨는 항상 무거워야 한다. 하지만 대표의 자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있어야 대표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투입’ 과정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본지 등이 여러 차례에 걸쳐 선거 전부터 해당 선본의 결격 사유에 대해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본은 약 72.31%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에 반해 ‘재선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와 공통점을 갖는 본교 제42대 총학 선거에서 유권자의 감시 기능은 빛을 발했다. 당시 출마한 ‘Real 이화’ 선본이 경고 3회 누적으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자, 학생들은 박탈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투표 거부 보이콧을 이어갔다. 실제 학생들의 보이콧으로 해당 투표는 무산됐으며, 이는 학생들의 여론 투입 과정이 선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앞으로 치러질 우리의 재선거는 보다 뜨거웠으면 좋겠다. 후보자는 그가 이끌 본교 학생 사회에 대해 뜨겁게 고민하고, 유권자는 내 일처럼 후보자와 그의 공약에 대해 뜨겁게 관심을 갖는 것 말이다. 후보자는 단순히 기존 공약을 답습해 내걸지 않고, 유권자 또한 학생 대표 선출을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을 때 보다 나은 이화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조금은 더 세심했으면 한다. 대표 자리가 갖는 묵직한 무게감을 인지하고 세심하게 ‘자신’부터 돌아볼 수 있는 대표자가 본교를 이끌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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