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6월10일 본교 총무처 총무팀이 연구실안전진단 전문 업체 동양티피티에 의뢰해 본교 내 실험실 및 실습실 507개를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다. 실험실의 안전수준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연구실 안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가스안전, 전기안전 등 약 8개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된 진단 결과, 본교 실험실과 실습실은 종합안전등급 평균 2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등급이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내용만 보기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안전’이라는 단어에도 ‘준수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좋은 걸까.

  평균 2등급이라는 숫자 뒤에는 가스누출,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곳곳에 묻어있는 실험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밀안전 진단팀이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고압가스가 저장돼 있는 일부 실험실에서는 몇 몇 고압가스 용기가 체인이나 가죽 끈으로 벽에 고정돼 있지 않고 용기의 입구를 덮는 보호캡이 없는 등 자칫하면 가스누출이나 폭발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 안전보건공단이 가스용기는 벽이나 무거운 책상 등에 가죽끈 또는 체인으로 단단하게 묶어둬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던 ‘실험실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지침’과는 전혀 상반된 상황이다.

  사소한 습관이나 안일한 생각이 지적받기도 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실험실 내 취사행위 등 안전의식부족으로 지적받은 건수가 전체 지적 건수 중 약 60%(1603개 중 960개)를 차지했다. 실험실 안전을 위해 마련된 안전수칙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치다. 일부 연구원의 경우 화재 위험이 있는 실험실 내에 침대를 설치해두는 등 위험 가능성을 간과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안전은 그럭저럭 괜찮은, 나쁘지 않은 수준에서 만족해도 되는 사항이 아니다. 아주 찰나의 가능성에라도 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고, 그 사고는 곧 커다란 피해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안전은 모든 벽돌 아래 놓이는 주춧돌과도 같다. 학생들의 교육 수준, 교수들의 연구 성과, 그리고 직원들의 복지는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이후의 문제다. 이번 진단이 연구원은 물론, 학내 구성원들이 평소 자신의 안전의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 후 약 170일이 지난 지금, 모두의 마음에 달린 노란 리본이 벌써 빛바래서는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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