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정씨
▲ 아이단 아꾸쉬씨
▲ 알렉산드라 안토넨코씨
▲ 미무라 안나씨
▲ 웅세선씨
▲ 필호씨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편집자주> 오늘도 이화 캠퍼스를 누비는 각국 외교관들이 있다. 자국 대표로 우리나라에 정식파견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자국 문화를 알리는 본교 외국 학생들이다. 본지는 한국과 관련한 주제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여겨지고 문화를 형성했는지를 직접 듣기위해 본교 언어교육원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과 유학생으로 본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모아 이화 속 ‘비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본지는 이들 6명과 11일 ECC B215호에서 만나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개최된 ‘이화 속 비정상회담’에는 일본 대표 미무라 안나(Mimura Anna·24)씨, 대만 대표 웅세선(Hsiung Shih Hsuan·29)씨, 브라질 대표 필호(Avanzzi Herrera Piero Gonzalo·23)씨, 중국 대표 마음정(Ma Yin Ting·22)씨, 터키 대표 아이단 아꾸쉬(Akkus Aydan·21)씨, 러시아 대표 알락산드라 안토넨코(Antonenko Aleksandra·22)씨가 참석했다. 유학생인 마음정씨를 제외하곤 모두 본교 언어교육원 출신. 한국에 온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3년 그리고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이들 여섯은 한자리에 모여 ‘대학생’과 밀접한 문화에 관해 논의했다.

안건 1 : 이화여대생으로 올해로 3년째. 어느 순간 혼자 밥먹는 것은 식은 죽 먹기고 이제는 혼자 영화보기, 혼자 쇼핑하기 등 ‘혼자’를 즐기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저, 비정상인가요?

알렉산드라 안토넨코(이하 사샤): 사람들에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숙사, 교실 등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내 생각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다.
필호: 혼자 쇼핑하면 더 좋다. 친구랑 함께 쇼핑할 때는 내가 가고싶은 곳 뿐만 친구가 가자고 하는 곳까지 가야해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음정: 개인적으로 혼자 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혼자 활동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는 있다. 타인이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내가 직접 혼자 활동 하는 것은 못한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안나: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막상 무언가 혼자 하다보면 재미있다고 하더라.

사회자: 한국에서는 혼자 밥먹거나 활동하면 ‘친구 없나봐’, ‘왕따인가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국에서는 ‘혼자’에 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나?

아이단 아꾸쉬(이하 아이단): 터키에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독특하다면서 쳐다보고 이런 경우는 없다. 혼자 영화 보는 사람들도 많다.
안나: 일본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일본도 한국처럼 혼자 밥먹는 사람보면 ‘친구 없나봐’라는 생각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활발한 여성들이 많아지고 혼자서 산책, 영화보기 등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1인 문화’를 위한 공간이 증가했다. 밥먹으면서 영화볼 수 있는 곳, 혼자 먹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실 책상형 식당도 생겼다.
사회자: 일본은 1인 문화를 위한 시설같은 것이 발달되어있다고 들었다. 그럼 이런 현상은 최근 변화한 것인가?
안나: 원래 없던 것인데 한 3년 전부터 늘어났다.
마음정: 일본에 있는 1인 자리 앞에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는 라멘집 사진을 인터넷에서 봤다. 밥 먹는 자리 앞에 큰 인형 앉혀놓은 사진도 봤다.
안나: 혼자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겼을 것이다. 가게 직원들도 ‘이렇게 이렇게하면 혼자 온 사람들도 즐겁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를 만든다.
웅세선: 대만도 한국과 비슷하다. 혼자서 밥 먹으면 ‘친구없나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혼자 먹어야하면 포장해서 집에서 먹곤 한다. 하지만 혼자 영화 보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다. 영화관은 어두워서가 아닐까 추측한다.

사회자: 그럼 ‘내가 듣고 싶은데 혼자 들어야하는 수업’과 ‘관심이 높지 않은 수업이지만 친구랑 듣는 수업’ 중에서 각국 대표는 어떤 수업을 들을 것인가?
아이단: 수업은 혼자 여부가 상관없다. 나라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동아리처럼 함께 어울려 하는 활동은 친구랑 같이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마음정: 나라면 친구랑 같이 듣는 수업을 들을 것이다. 수업을 같이 듣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도 같이 할 수 있다.
사샤: 러시아는 개인적으로 듣고싶은 수업을 선택하지 않고 학교에서 시간표를 짜준다. 그래서 이럴 일이 없다.
필호: 브라질은 러시아와 비슷하다. 하지만 6년 정도 살았던 캐나다에서는 한국처럼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해서 듣는다. 사람들은 친구랑 같이 듣느냐 아니냐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안건 2 : 대학에 입학해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자격증 준비를 해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영어, 대외활동에 목을 메는 제 모습이 정상인가 의문이 들었죠. 스펙에 집착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사회자: 한국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외국어 자격증, 대외활동 등 소위 ‘스펙쌓기’를 많이 한다. 이에 관해 알고있나?

마음정: 현재 3학년으로 고학년에 속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자격증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보았다. 학생들은 토익, 자격증을 위해서는 밤새서 공부하고 학점 따기 위해서 시험 전에만 밤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직장생활을 위해 모두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사회자: 다른 국가에서도 대학생들이 이런 모습인가

웅세선: 대만에서 대학교는 ‘천국’이다. 대학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쉽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많이 놀고 수업에 가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출석부를 때만 가고, 시험 때만 가고. 한국 학생들처럼 어학자격증, 학점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아이단: 터키는 한국만큼 취업이 어렵지 않다. 제 생각에 한국에 대학이 많아 취업이 어려운 것 같다. 한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했어도 취업을 못할 수 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터키는 땅은 한국보다 넓은데 대학교 수는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터키에서는 대학 나오면 거의 다 취업하는 편이다.

사회자: 터키 대표가 이야기했듯이 한국에는 대학교가 많고 대학진학률도 높은 편이다. 이는 취업에 대학이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각국에서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필수조건’인가?
아이단: 옛날에는 필수조건까지는 아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편이다. 어떤 직장이든 대학을 다니지 않았더라도 취업이 가능하지만 대학을 나오면 더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사샤: 의사나 판사같은 전문적인 일은 대학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마음정: 중국은 대학진학을 위한 시험에 매년 800만명 정도가 지원한다. 그리고 명문대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 진학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자기가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졸업장은 필수조건은 아닌 것 같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대학에 반드시 진학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웅세선: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싶으면 대학교 졸업이 필수적이다. 좋지 않은 학교일지라도 ‘대학졸업장’이 있어야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안나: 일본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명문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직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관련 전문학교가 일본에는 많기 때문에 그곳에 진학하면 된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유명한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그 일을 위해 자기가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다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사회자: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는 사례도 있다. 취업을 위한 성형, 각국에도 존재하는지 그리고 외모가 일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사샤: 러시아에서도 잘생긴 사람들이 더 쉽게 취업하고 진급할 수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자, 남자 모두 성형수술을 한다. 여자는 몸매 라인을 이쁘게 하는 수술, 입술을 도톰하게 하는 수술을 한다. 남자들은 어려보이게 하는 수술을 한다.
마음정: 중국 인터넷에서 뜨고 있는 이슈가 ‘얼굴빨’이다. 외모가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취업을 위한 성형은 없는 편이다. 연예인 준비를 위해 성형하는 경우는 봤지만 일반 직장을 위해 하는 사례는 못 봤다.

사회자: 오늘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소감이 궁금하다.
아이단: 각 나라가 많이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점이 가장 재밌었다.
마음정: 세계 각국 사람들은 다른 점도 분명히 있지만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겼다. 서로에 대해 정상, 비정상을 따지기보다는 즐겁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을 하는 것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나: 다른 나라 사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니 서로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막상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니 서로의 문화가 비슷해지고 혼자 문화와 같은 것은 점점 달라졌다는 추세를 알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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