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근처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서점 '그날이 오면'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건국대 근처에 위치한 인서점이 진행하는 '산으로 간 인문학 농장 두렁농' 제공=인서점

  위기를 맞은 대학가 중소서점이 일어설 해법을 찾았다. 대부분의 중소서점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잇달아 폐점한 상황에서도 약 3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몇몇 중소서점이 나름의 전략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중소서점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등장과 학생들의 관심부족으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고려대 ‘장백서원’(2001년) ▲동국대 ‘녹두’(2011년) ▲성균관대 ‘논장’(2004년) ▲중앙대 ‘청맥’(2011년) 등이 문을 닫았다. 본교 정문 근처에 있던 서점 ‘다락방’도 1990년대 중반 경영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명맥이 끊겼다.

  현재 남아있는 대학가 서점은 서울시 내 대략 3군데 정도뿐이다. 대표적으로 ▲건국대 ‘인서점’ ▲서울대 ‘그날이오면’ ▲성균관대 ‘풀무질’이 있다. 대학가에 남은 중소서점은 개점한 이래 한 곳에 계속 머무르며 그 지역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 됐다.

  그날이 오면은 인문사회과학 서점이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고 있다. 좋은 학점과 취업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인문사회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서평대회와 강연회를 열고 있다. 서평대회는 2007년 이후 매년 서울대생부터 지역주민까지 약 30명이 참가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날이 오면은 1988년 개점한 이래 25년이 넘는 세월을 견딜 수 있었다.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는 “많은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폐점하거나 일반 서점으로 성격을 바꾸는 상황에서 이런 특성을 가진 서점이 하나 정도는 남아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서점을 운영한 김 대표는 22년 째 책을 직접 골라 비치하고 있다.

  인서점 역시 일상생활, 자연 등 다른 분야와 인문학을 접목해 건국대 재학생 및 인근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2~3달에 한 번씩 ‘인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열어 건국대 재학생 및 졸업생 약 30명과 통일문제 등 그 시기에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로 토론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관심 부족 등으로 모임은 잠시 중단하고, 6월부터 ‘산으로 간 인문학 농장 두렁농’(두렁농)을 경기도 양평군에 마련해 대학생, 인근 주민을 위한 농사체험, 김장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1982년 인서점을 열고 현재 두렁농을 운영 중인 심범섭씨는 “서점 안에서만 책을 읽지 말고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하며 인문학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서점을 개방해 단순히 ‘책을 사는 공간’에서 ‘문화체험의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풀무질은 6개월 전 ‘풀무질 어린이 책 놀이터’라는 10평짜리 공간을 마련해 ‘되살림 실천 모임’을 시작했다. 되살림 실천 모임은 천연비누 만들기, 재봉틀 바느질 바지 만들기 등 생활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을 하는 모임이다. 지난달에는 단골손님인 연극 연출가가 풀무질에서 연극을 올리기도 했다. 풀무질 은종복 사장은 “이런 모임을 여니까 사람들이 서점을 찾고 즐겁게 놀고 간다”며 “가격경쟁에서 대형서점에 밀려도 작은 동네 책방을 살리려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서점 주인들은 중소서점이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서점 심재법 사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지만 반대로 획일화된 지식으로 눈과 귀가 멀 수 있다”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며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그 역할을 책과 중소서점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서련) 박대춘 회장은 “소비자들은 단지 ‘싸다, 비싸다’는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책을 제값 주고 사겠다’는 착한가격 만들기에 동참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중소서점에 대한 강력한 보존 의지를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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