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ㄱ(문정·10)씨는 매년 수강신청을 할 때 전공수업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항상 전공수업이 2~3개 정도밖에 개설되지 않아 졸업이수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전공과목을 모두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ㄱ씨는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 매학기 개설된 전공수업은 다 들었지만 그럼에도 졸업 학점을 이수하기까지 매우 빠듯했다”고 말했다.

   #2 ㄴ(경영·12)씨는 듣고 싶은 전공강의가 있었지만 열리지 않아 신청하지 못했다. ㄴ씨는 “몇 년째 열리지 않는 교과목도 있다”며 “교과과정에 이번 학기에 열린다고 나온 재무·회계과목이 열리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세부전공과목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과에서 교과과정에 제시된 과목 중 상당수를 개설하지 않아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2월24일~5일 2010학년도 교육과정을 토대로 본교 67개학과의 지난 4년간 전공과목 개설 여부를 조사했다. 기준은 정규학기 8학기를 모두 이수한 학번 중 가장 최근 학번인 10학번 학생들이 재학한 8학기 동안 안내된 교과과정에 따른 강의개설여부다. 그 결과, 본교 교육과정에 안내된 교과목 2171개 중 338개(15.57%)가 예정된 학기에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약 6개 과목 중 1개가 개설되지 않는 것이다. 학생의 선택에 따라 전공 및 교과과정이 달라지는 스크랜튼대학과 8학기 이상을 이수해야하는 건축학과, 약학대학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설되지 않은 강의 비율이 가장 비율이 높은 단과대학(단대)는 사회과학대(사회대)로 그 비율이 30.50%(341개 중 104개)이었고, 가장 낮은 단대는 음악대학(음대)로 2.38%(257개 중 6개) 수준이었다. 사회대에 이어 ▲경영대학(경영대)(19.38%, 98개 중 19개) ▲인문과학대학(16.60%, 283개 중 47개) ▲공과대학(18.84%, 138개 중 37개) ▲사범대학(15.13%, 441개 중 75개) ▲자연과학대학(12.96%, 162개 중 21개) ▲조형예술대학(11.12%, 281개 중 34개) ▲건강과학대학(3.53%, 170개 중 6개)이 따랐다.

   차이는 학과별로 비교할 때 더욱 뚜렷했다. 미개설 강의 비율이 가장 높은 학과인 문헌정보학과는 그 비율이 44.11%로 교육과정에 명시된 과목 중 10개중 4개 이상이 개설되지 않았다. 이를 이어 ▲방송영상학과(40%, 35개 중 14개) ▲광고홍보학과(38.89%, 36개 중 14개) ▲영상디자인과(34.38%, 32개 중 11개) ▲경제학과(32.5%, 40개 중 13개), ▲언론정보학과(31.43%, 35개 중 11개)가 따랐다. 문헌정보학과 교수진에게 2월28일, 4일 이틀에 걸쳐 이에 대한 학과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학과차원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답을 듣지 못했다. 반면 ▲건반악기과 ▲성악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도자예술과는 개설되지 않은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 음대 행정실 관계자는 “음대는 전공마다 반드시 들어야하는 수업이 비교적 정해져있다”며 “이를 고려해 교육과정을 편성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처럼 전공교과목 미개설 비율이 높아 전공분야에서 배우고자 하는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환경에 처해있었다. 강의가 몇 년째 개설되지 않아 전공과목에 있어 자신이 듣고자하는 과목을 전혀 수강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ㄷ(방송영상·11)씨는 “전공 결정 당시 교과과정에 안내된 교과목의 내용이 흥미로워 현재 학과로 진학했으나 실제 개설 교과목은 그와 달랐다”며 “전공수업은 학교에서 배부한 교과과정 중 극히 일부만 개설됐다”고 말했다. ㄹ(기독·12)씨는 “교과과정과 실제 열리는 수업이 차이가 커서 당황스럽다”며 “학생들은 수업이 열렸을 때 수강하지 않으면 언제 또 강의가 개설될지 기약이 없어 무조건 수강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각 학과별 개설 전공과목 학점이 학년마다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는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고려해 각 학년·학기별로 개설학점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 전공과목을 개설하도록 하고 있다. 즉, 학년별로 한 학기에 개설 가능한 최대 교과목의 수가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설학점 내에서 각 학과는 교원 현황 등을 고려해 개설할 과목을 결정한다. 교무처 교무팀 관계자는 “졸업이수학점과 교과과정을 고려해 학년별로 개설학점을 설정한다”며 “부·복수전공자 수, 교원 현황 등 학과별로 다른 상황도 반영해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진은 개설학점이 미리 설정되는 제도가 다양한 전공과목을 개설하는데 제약이 있다고 언급했다. 변진호 교수(경영학과)는 “경영학과는 6개의 세부 전공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학생들이 들어야하는 전공 교과목이 다양하다”며 “학교에서 이를 고려해 전공개설 기준을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민병원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강의 개설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 주고 싶지만 현재 제도적 제한 때문에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교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일형 교수(경영학과)는 “경영대의 경우 교원 부족이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라 생각한다”며 “교원이 부족하다고 무조건 외부강사를 채용하는 것도 국제교육인증 등에 따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소혜 주임교수(방송영상학과)는 “해당 전공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적임자가 없어 과목이 개설되지 못하곤 한다”며 “현실적으로 해당 과목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 관련 전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무처 교무팀은 “신임교원 충원을 위하여 매년 각 학과를 통해 교원충원수요 조사를 받고 있다”며 “어떤 학과에 어떤 분야의 교원을 신규로 임용할지 여부는 학교 전체 및 해당 학과의 교원수, 재학생수, 해당 학과 교원의 전공분야 분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교원에 관한 계획 및 충원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학과에 대해서는 교원 부족에 동의하면서도 채용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교무팀 관계자는 “전임교수 채용은 물론 강의를 담당할 수 있는 우수한 초빙교수, 겸임교수 및 강사 등 비전임교원을 모시는 것도 전공에 따라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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