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교수중창단 박승수 단장을 만나다

남성교수중창단 '백설공주와 오빠들'의 단장 박승수 교수(오른쪽)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너무나 완벽한 내 새내기! 이화가 부드럽게 너를 안고! 결국엔 강한 자가 얻게 되는 이화!’ 남성교수중창단 ‘백설공주와 오빠들’(중창단)이 2월28일 입학식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의 노래 ‘으르렁’을 개사한 것이다. 작년 ‘이화스타일’로 유튜브(YouTube) 조회수 6만건을 기록한 중창단이 또 한번 ‘대박’ 입학식을 만들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를 뺨치는 이들의 공연은 2월28일 대강당을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이번엔 교수님께서 어떻게 망가지실까? 얼마나 웃길까? 최근 2년 동안 입학식 공연에서 연예인을 방불케하는 반응을 이끌어낸 중창단의 단장, 박승수 교수(컴퓨터공학과)를 4일 아산공학관 연구실에서 만났다.

   가득 쌓인 책 사이로 언뜻 보이는 악보집, 한쪽에 쌓여있는 음악CD들은 기자가 박 교수를 제대로 찾아왔다고 말해줬다. “몸만 다르지 마음은 이때와 다르지 않다”며 그가 보여준 옛날 사진에는 환하게 웃으며 베이스 기타를 들고 있는 청년 시절의 박 교수가 있었다.

   “젊은 대학생들의 코드를 잘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제가 듣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때 들었던 락부터 중창단의 클래식 음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들었죠. 요즘 신세대들이 듣는 힙합, 락 노래도 평소에 자주 듣고, 랩도 곧잘 따라 부르죠.”

   중창단은 어릴 적부터 박 교수의 벗이었던 ‘음악’을 이화인과의 소통창구로 바꿔놓았다. 중창단은 1997년 본교 교수성가대에서 만난 남자 교수들이 단지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따로 모여 결성한 모임이다. 성가곡에 구애받지 않고 팝송, 가요 등 영역을 넓히면 더 즐겁지 않겠냐는 뜻에서였다. 그래서 나온 곡이 바로 ‘짱가’, ‘우리들은 미남이다’ 등의 편곡이다.

   이후 중창단 멤버들은 창단 초부터 채플 등 학교행사의 단골손님이 됐다. 정기적인 연습으로 쌓인 실력과 ‘백설공주와 오빠들’이라는 특이한 이름 덕분에 많은 이화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창단 당시 구성원은 3-40대 남자 교수 8명과 대학원생 반주자 한명이었는데 마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지어진 별명이다.

   “2000년대 초쯤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발표회를 했었는데 그 때 마침 반주자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왔죠. 백설공주같은 반주자에 8명의 남자 교수라고 해서 ‘백설공주와 오빠들’이라고 지었어요. 그 때는 단원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이었기에 오빠들이었지 5, 60대가 된 지금은 ‘백설공주와 할배들’이 됐네요. 하하”

   작년 입학식은 창단 이후 10년 이상 지속되던 인기가 정점을 찍게 된 계기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가 말춤으로 들썩이던 시기, 중창단 역시 엄격하고 위엄있는 ‘교수스타일’을 던져버리고 ‘이화스타일’을 택했기 때문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금부터 졸업까지 가볼까. 우린 이대스타일!’을 외치며 말춤을 춘 중창단은 ‘이대 교수님들 너무 멋있다’며 다른 대학 학생들까지 매료시켰다. 인터넷 기사나 일반 블로그에도 어김없이 ‘이화스타일’의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일부러 웃기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중창단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시던 김동근(교목실)교수님이 연구년으로 미국에 가버리셔서 곤란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 분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까 고민하다가 ‘몸으로 때우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말춤은 우리들이 추기도 쉽고 학생들도 많이 알고 있는 거니까 이화스타일로 바꿔 불러보기로 한거죠.”

   중창단은 올해 입학식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오 해피데이’, ‘우리들은 미남이다’로 비교적 무난하게 시작하는가 싶더니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으르렁’으로 또 한무리의 새내기 오빠부대를 만들어냈다.

  “작년에 해보니까 젊은이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번에도 영화 ‘겨울왕국’의 OST ‘Let it go’를 할까, 엑소의 ‘으르렁’으로 할까 고민했어요. 다들 마음만은 젊어서 요즘 어떤 노래가 유행하는지 다 알거든요.”

   올해 공연을 준비하던 중에는 웃지 못할 어려움도 있었다. 곡을 정한 뒤 함께 EXO의 무대 동영상을 본 단원들은 현란한 춤 동작에 혀를 내둘렀던 것. 지난 번 ‘이화스타일’의 말춤보다 난이도 높은 동작에 포기할까 싶기도 했다.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으르렁’ 안무를 도저히 못 따라할 것 같았어요. 바닥에 누워 몸을 뒤집고 돌리고 하는데 우리는 나이가 있어서. 결국 새로 들어온 젊은 교수 3명에게 춤이랑 랩을 맡기고 나머지는 코러스를 했죠.”

   교수로서의 근엄한 이미지가 무너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박 교수는 “그게 우리의 목적인걸”하며 털털하게 웃었다. 중창단을 통해 학생들과 교수 사이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중창단 활동을 한 덕분에 나를 알아보고 좋아해주는 학생들도 많아졌어요. 교수님들 사이에서 반응도 좋고요. 중창단을 매개로 이화인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중창단의 개그 본능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말 특별보충 채플 기간에 이화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다음 입학식에서도 열렬한 관객 호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 한해도 어떤 소재가 학생들의 관심을 일으킬 수 있을지 잘 살펴봐야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젊은 ‘오빠들’로 계속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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