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예술관에 가면 복도에 캔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의 작품이다. 조예대 학생들은 과제 등으로 작품 작업을 하는 중에 가로세로 약 1m 남짓한 크기인 캔버스를 등하교 때마다 들고 다닐 수 없어 곤란하다. 학생들은 궁여지책으로 조형예술관 내 복도에 캔버스를 세워 놓는다. 하지만 복도에 방치된 작품은 누구에게나 무방비하게 노출돼 훼손되거나 도난당하기도 한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학내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은 작품 보관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예대 학생들은 밤을 새우며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흔한데, 조예대에는 야간에도 작품 작업을 하는 학생이 쉴 수 있는 수면실이 한 곳도 없다. 조예대 학생회는 수업 공간도 부족해 수면실 확충을 학교에 요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중앙동아리도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동아리 수는 늘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동아리연합회는 동아리방 수와 규모가 부족한 데 착안해 가을 대동제를 ‘공간’이라는 주제로 기획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성원이 마주한 학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내 공간은 날로 부족해져 간다. 물론 학생들이 겪는 공간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이는 학생의 수업권, 더 나아가서는 자치권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내 공간 부족으로 일어나는 문제에 그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한 곳도 있다. 본교 조예대 학생회는 밤을 새우며 작품을 만드는 학생의 어려움을 덜고자 이동식 간이침대를 대여하는 사업을 자구책으로 내놓았다. 서울대, 홍익대는 학생이 만든 작품 보관을 위해 학생 한 명에게 하나씩 철제사물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학내 공간 부족으로 말미암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내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학내에 불필요한 데 쓰이고 있는 공간은 없는지 점검하는 일이 첫째다.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공간을 공유해 사용할 수 있거나, 공간을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구성원에게 공간을 양보할 수는 없는지에 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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