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팽팽한 줄다리기에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 찬반 여론 엇갈려


  26일(화) 천안함 침몰 사건(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3주년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대남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하고 2월12일에는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고 우리나라 언론은 보도했다.

  북한과 지속적인 갈등상황은 협정 11일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한미합동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를 이유로 정전협정(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협정)을 백지화하면서 악화됐다. 한미합동훈련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1976년부터 국가위기상황이라고 판단 할 때마다 불규칙적으로 시행하는 훈련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젝트는 북한을 신뢰하는 동시에 견제를 함께 하는 대북정책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정책은 ▲대북 인도적 지원(식량지원 포함) ▲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 ▲교통·통신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세 단계로 나뉘어 시행된다.

  본지는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에 대한 찬반여론을 심층적으로 듣고자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이춘근 교수(국제사무학 전공), 김석향 교수(북한학과)와 미온대응을 강조하는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조승현 팀장, ‘사회진보연대’의 수열 팀장을 21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북한의 도발은 내부의 입지를 다지고 외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것”

김석향 교수(북한학과)

-최근 북한의 대남행동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가장 큰 원인은 북한 내부에 있다. 현재 권력 안정이 안 된 김정은은 강박관념 때문에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군사훈련을 자행한다. 그 예로 3차 핵실험을 하거나 주민 전체의 하루치 식량 비용으로 전투기 비행훈련 700회를 실시하는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자신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식량 및 의약품을 지원해주길 바란다. 문제는 다른 국가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도발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11일부터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자 북한이 정전협약을 백지화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동맹국이 진행하는 일반적인 훈련이다. 훈련의 성격도 만약을 대비하는 방어훈련이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

  또한 정전협정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협정이 아니다. 북한이 정전협약을 백지화한다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당국은 정전협정을 폐지하기 전에도 꾸준히 도발을 해 왔다. 2002년 서해에서 한 도발과 3년 전 천안함 폭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의 도발도 전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하는 편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과거 10년간의 진보적 대북정책과 5년동안 보수적 대북정책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기부터의 햇볕정책은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지원을 대폭 줄이자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생겼다.

  현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기대해보려고 한다.


“나쁜 평화보다는 전쟁을 하는 것이 옳아”

이춘근 교수(국제사무학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전쟁을 야기한다며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 중에는 전쟁은 절대 안 되며,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사람이 많다. 이 말은 우리나라는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나라에 항복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이는 일본에 나라를 판 이완용이 ‘전쟁을 피해 조선인을 살린 평화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평화는 지키는 것이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키 리졸브가 전쟁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국제정치에서는 전쟁을 통해 평화를 지킨다. 지금 하고 있는 한미합동훈련은 북한에게 ‘우리가 이렇게 막강하니 전쟁을 도발할 꿈도 꾸지마라’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실제 북한이 우리나라에 가하고 있는 위협을 대학생이 얼마나 체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대학생도 물론 우리 국민은 전반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둔감하다. 이 경우 정말 위기가 닥쳐왔을 때 우리나라 국민은 패닉(panic) 상태에 빠질 것이다.

  두려워서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타조가 무서운 것을 보면 머리만 모래 속에 처박고 위험을 보지 않으려 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협의 본질을 인식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 우리나라가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북한을 설득하기도 하고 강압하기도 해야 한다. 문제는 설득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약 20년 동안 한국과 국제사회는 주로 협력과 대화 정책을 전개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6자회담도 햇볕정책도 실패했다.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물리적인 능력과 국민의 단결된 힘을 토대로 북한 정권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이다.


“북한의 행위는 한·미의 문제적 행동에 대응한 것”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승현 팀장

-북한이 최근 진행한 3차 핵실험이나 정전협약 백지화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의 행동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한·미를 비롯한 유엔은 북한에 제재를 가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진행한 것은 이러한 제재에 맞선 것이다. 정전협약을 백지화한 것 또한 우리나라와 미국에게 경고를 했음에도 지속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인 까닭에 불가피하게 맞대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대남행위가 강화되는 이유도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에 가하는 제재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합동훈련 반대 성명서를 낸 이유는

  정부는 한미합동훈련이 방어가 목적인 훈련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 훈련에 20만 명의 군인이 동원되고 독수리 훈련(북한의 특수부대 등이 우리나라 후방지역에 침투, 교란할 것을 대비한 훈련)기간을 포함한 훈련 기간은 연중 60일이 넘는다. 이 정도 규모의 훈련이 방어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는 오히려 북한이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하게끔 만들어 한반도의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킬 뿐이다.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은 이중적이다. 북한과의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억제력 또한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중성 자체도 모순되지만 이 두 가지 면모 중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훨씬 비중을 둔다는 점 또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앞서 강조한 평화적 협정과 위배되는 내용이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북한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었고, 그 결과 남북관계는 파탄이 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북한과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과의 갈등해결하려면 대북 적대정책 철폐해야”

시민단체 사회진보연대 수열 반전팀장

-지난 11일 북한이 발표한 정전협정 백지화의 의미는

  이는 북한이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정전협정이 백지화된다는 것은 전쟁의 중지 상태가 끝난다는 의미로, 언제든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한편, 이것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북한의 의사 표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 무력의 철수 ▲상호 불가침 조약 체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상태인 정전협정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고 상호 체제를 인정하는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북한의 행동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북한의 도발을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근거로 활용해 왔다. 이러한 주장은 효과가 빠르고, 손쉬운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지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의 폭력적인 대응을 유발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할 뿐이다.

  북한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까지의 ‘제재 강화→반발→도발 심화→긴장 고조→제재 강화’의 악순환을 끊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중적 논의를 만들어야 한다.

  느리고 어렵지만,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군축, 군사적 도발 자제, 상호 적대정책의 폐기,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 마련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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