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해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를 유명 작가 대열에 오르게 한「이방인」은 출간 70주년을 맞았다. 44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뒤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문학과 함께 했던 알베르 카뮈. 그의「이방인」,「시지프 신화」,「칼리굴라」는 ‘부조리 3부작’이라 불린다. 그는 부조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과 인생의 의미를 고민했다.


  카뮈는 공산당원으로 일하다 나치를 피해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1940년에 망명했다. 피난을 가던 순간에 그가 짐 가방에 챙긴 것은 셔츠 몇 장과 그가 좋아하는 나비넥타이, 그리고 ‘부조리 3부작’의 원고였다. 그는 이때부터 ‘부조리 3부작’인 소설「이방인」, 에세이집「시지프 신화」, 희곡「칼리굴라」를 동시에 쓰기 시작했다. 1941년 2월 21일, 카뮈는 그의 일기에 “세 편의 ‘부조리’가 완성되었다… 자유의 시작”이라고 적었다. 카뮈는 그의 친구에게, 세 권의 책이 ‘필생의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조리’는 ‘모순이다’,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다’라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단어다. 카뮈는 인간이 살면서 충동적으로 느끼는 모순, 아이러니 같은 감정을 부조리라 표현했다. 프랑스의 칼럼니스트 올리비에 토드(Olivier Todd)는 「카뮈:부조리와 반항의 정신」에서 카뮈의 부조리를 ‘모순된’, ‘거짓의’, ‘비합리적인’이라는 의미로 설명했다. 그는 “형이상학적인 불안과 정신병에 대해 만족스럽게 규정을 내리면서 논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며 “카뮈는 부조리란 말에 넓은 의미를 부여한 최초의 프랑스 작가”라고 말했다.

  삶에서 나타나는 부조리한 감수성에 대해 고민하던 카뮈는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뉘앙스로 부조리를 나타낸다. 카뮈는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사회상을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냈다. 그 중 하나가 「이방인」의 뫼르소가 아랍인을 총으로 쏘는 장면이다. 프랑스계 알제리인으로 태어난 카뮈는 여러 나라의 출신이 조화롭게 사는 공동체를 꿈꿨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에는 인종 차별이 만연했고, 그는 이러한 현실에 부조리함을 느꼈다. 주인공 뫼르소는 길을 걷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와 같은 햇살에 살인 충동을 느껴 살인을 저지른다.

  이 살인 장면은 카뮈의 친구 피에르 갈랭도가 겪은 에피소드를 카뮈가 소설로 쓴 것이다. 카뮈의 친구 하버트 로트먼(Habert R. Lottman)은 「카뮈, 지상의 인간」에서 갈랭도 부부와 아랍인이 해변에서 벌인 실랑이를 언급한다. 카뮈는 갈랭도 부부의 에피소드를 「이방인」의 살인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하버트는 “카뮈는 자신의 일기에 「이방인」에는 세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피에르 갈랭도와 그의 누이 크리스티안, 그리고 자신이라고 적었다”며 “그 소설(「이방인」)은 부조리에 관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카뮈는 그가 생각한 부조리한 인간상을 작품 속 인물로 완성했다. ‘부조리 3부작’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 카뮈가 고찰한 부조리함을 가졌다. 특히「이방인」의 뫼르소는 모든 인간이 부조리한 상태에 있어 부조리한 상황을 만든다는 카뮈의 사상이 잘 반영된 인물이다. 카뮈는 부조리한 인간은 반항적이라고 전제해 뫼르소가 어머니의 관 옆에서 밀크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 것,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도 바닷가로 나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행위 등으로 부조리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방인」중에서

  카뮈는 사회의 부조리에 직면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고민한다. 카뮈는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는 파격적인 글로 그의 에세이「시지프 신화」를 시작한다. 그는 삶이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독자와 그 자신에게 묻는다.

  그러나 카뮈는 인간이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카뮈는 “산다는 것은, 부조리를 살려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조리한 인간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사회에 반항적이고 아이러니한 삶 자체에 집중한다. 부조리한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사는 것 그 자체다.

  그리스신화의 시지프는 카뮈가 제시하는 부조리한 인간의 전형이다. 시지프는 계속해서 바윗돌을 산꼭대기로 굴려 올린다. 바윗돌은 다시 굴러 떨어지고, 시지프는 평생 동안 바윗돌을 산꼭대기에 굴려 올려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시지프의 노동은 부조리한 인간이 처한 상황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그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시지프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 없이 살아간다.

‘삶에 의미가 없을수록 좀 더 완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시지프 신화」중에서

  카뮈에게 부조리는 그의 생존법이었다. 작가 데이비드 베인 매로위츠(David Zane Mairowitz)는 카뮈에게 부조리가 부정이 난무하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카뮈의 희곡「칼리굴라」에서 주인공 칼리굴라는 왕국을 손에 쥔 황제로 가진 것 없는 뫼르소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런 그도 텅 빈 감정을 충족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칼리굴라는 결국 암살자에게 죽는다. 칼리굴라는 마지막으로 “나는 아직 살아있다!”고 외친다. 칼리굴라가 결국 죽음으로서 완전해졌듯 카뮈는 칼리굴라를 통해 부조리를 완성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세계는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나는 달이 필요한 거야. 아니면 행복이, 아니면 불멸의 생명이, 어쩌면 미친 걸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세상 것이 아닌 어떤 것이 필요한거야.”-「칼리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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