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트립티'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 카페 '라파스'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한국 사회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조국을 떠나 한국에서의 새 삶을 펼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주노동자는 6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1990년대 초반에 한 자리 수에 그쳤던 새터민 입국자 수는 매년 급증해 현재 약 2만3천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방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구직을 못하거나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언어적‧문화적 장벽으로 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본교 근처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착한 카페’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자활을 돕는 카페 ‘트립티’와 새터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카페 ‘라파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 알아봤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카페 ‘트립티’

 ‘네팔의 날 행사에 놀러오세요. 네팔 이주민과 함께 네팔 영화도 보고, 전통 음식도 먹을 수 있어요!’ 카페 트립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시판에 쓰인 문구다. 문구 옆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교실 소식들이 사진과 함께 게재돼 있다. 게시판만 봐도 이 카페가 누굴 위해 설립된 카페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카페 트립티는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민노동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한국 내 이주노동자는 약 60만 명으로 집계된다. 그들 대부분은 작업 공정이 고되고 환경이 열악한 ‘3D업종(Dirty, Dangerous, Difficult의 앞 글자를 따서 어려운 분야의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 에 종사하고 있어 수많은 위험과 질병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미등록 노동자이기 때문에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페 트립티의 정의팔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의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게 됐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2009년 10월에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의 지원을 받아 카페 트립티를 설립했다. 트립티는 네팔어로 ‘참 좋다’라는 뜻이다.

 카페 트립티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 그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트립티의 수익금은 주로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의 자활을 지원하고 산재쉼터를 운영하는 데 쓰이고 있다.

 트립티는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민노동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면서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1998년에 미얀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윈(Win) 씨는 트립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난 후, 바리스타가 자신의 적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한국 왔을 때는 손톱깎이 공장, 섬유 공장을 전전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돈도 제대로 못 받고 한국 사람들과 차별 받으며 일했다”며 “트립티에서 설암 치료비도 지원받고 바리스타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산에 있는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리스타 기술과 제빵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다. 윈 씨 뿐 아니라 실습생 중 일부는 본국으로 돌아가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네팔, 동티모르 등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유기농 원두는 질이 좋아서 트립티를 포함한 국내의 약 20개의 카페에 제공되고 있다. 초콜릿, 설탕과 같은 대부분의 재료도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트립티 메뉴판은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로 가득하다.

 “네팔의 농부들은 집 앞 텃밭에 평균 50~100그루의 커피나무로 소규모 커피 농사를 지어요. 커피 생산 전 과정에 대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정도로 질이 좋아 그만큼 재배 비용도 많이 들죠. 근데 이 원두가 시장에서 대량 생산된 원두와 경쟁하다보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곤 해요. 커피 원두를 가지고 공정무역 사업을 하면 네팔의 농부들이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정 대표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카페 트립티의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립티에는 이주노동자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실도 주말마다 운영되고 있으며, 트립티가 자체적으로 ‘이주민의 날’을 만들어 문화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10월18일에는 ‘네팔의 날’을 기념해 이주민과 함께 네팔의 영화를 보고, 전통 음식도 먹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가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향에서 건강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요. 애초에 제3세계 국가 혹은 빈민층과 같은 약자들이 착취당하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죠. 트립티에서 마시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에요. 그 커피 한잔이 이주노동자를 도울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을 통한 제3세계의 빈곤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정 대표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현재 사업을 확장하여 태국 치앙마이에 거주하는 난민들을 위한 카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새터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카페 ‘카페 라파스’
 “손님이 원하시는 모금함에 백 원을 직접 넣어주세요.” 카페 라파스에서 메뉴를 시키고 돈을 내면 직원은 백 원을 다시 손님의 손에 쥐어준다. 백 원짜리 동전을 받아들고 ‘나눔문화’, ‘유니세프’, ‘열매나눔재단’ 등으로 나뉜 NGO 단체의 모금함 앞에서 골똘히 고민하고 있는 손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일종의 전략이다.

 카페 라파스의 구윤회 대표는 통일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새터민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통일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 작년 4월에 비영리단체인 ‘더불어숲’의 지원을 받아 이 카페를 만들었다. 라파스는 스페인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카페 라파스는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정부 산하기관인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에서는 새터민 청년들에게는 대학진학을 위한 교육을 지원을 해주고, 장년들에게는 직업교육을 해주는 등 다양한 새터민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카페 라파스는 새터민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제공하고, 그들을 카페 점원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새터민 여성이 카페에서 카페에 근무하면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구 대표는 새터민을 ‘소수자 중의 소수자’라고 표현한다. 한국 사회가 새터민을 앞으로 함께 살아갈 같은 민족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새터민을 카페에 고용하거나 그들을 위해 수익금을 기부한다고 하면 거부감을 갖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이나 이주노동자들보다 오히려 새터민에게 더 높은 위화감을 가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한국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새터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죠.”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대부분의 음식을 유기농 친환경 재료로 만든다. 메뉴가 몸에 좋고 맛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카페가 번화가에서 벗어나 있어서 조용하게 공부하기에 좋아요.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세미나, 스터디, 생일파티, 동아리 모임 등의 학생활동을 저렴한 가격에 진행할 수 있도록 카페 전체를 빌려주죠.”

 구 대표는 새터민이 운영하는 카페 사업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새터민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생겨나는 추세지만 새터민 카페 사업 분야에는 모범적인 사례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카페가 새터민에게 바리스타 교육과 카페 창업교육을 제공하는 롤모델로 성장해 카페 라파스의 대표도 새터민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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