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책으로 보는 ‘독서의 기술’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책으로 보는 ‘독서의 기술’
  • 임경민 기자
  • 승인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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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 선사하는 즐거움, 독서

 

이 세상 모든 책들이/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시 「책」의 한 구절이다. 작가는 독서를 통해 ‘그대(독자)’가 찾던 ‘빛’이 독서를 통해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독서의 계절 가을. 자신의 ‘빛’을 찾기 원하는 당신에게 책 읽기를 권한다.


△독서의 항아리가 채워지는 순간 지혜가 넘친다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전철 바퀴가 선로와 맞닿아 덜커덩거리는 소리, 어린 아기가 칭얼거리는 소리, 잡상인이 물건 파는 소리로 주변이 소란하다. 그럼에도 그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자기만의 방」을 읽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한 사람이 있다. 한참 후, 게임을 끝낸 옆 사람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아 유행하는 노래를 듣는다.
 
「책 읽는 책」의 저자는 이 두 사람을 ‘자기만의 방’안에 있다고 말했다. 전자는 책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창문이 있는 방에 들어간 사람이고, 후자는 감각을 자극하는 미디어의 방에 갇힌 사람이다. 후자는 책이 다른 오락거리만큼 자신의 오감을 만족하게 해주지 못해 독서를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세계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별다른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의 저자는 두 사람의 상태를 ‘몰입’이라 말하며 둘의 차이를 밝힌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게임을 할 때 몰입을 경험한다. 같은 몰입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다르다. 책을 읽을 때의 몰입은 상상에 가까운 몰입이다. 이때 뇌는 전반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저자는 책을 읽을 때 몰입하는 즐거움이 소설, 여행서, 자기계발서 등을 읽으며 더 나은 자신을 상상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게임을 할 때 뇌는 극히 일부만이 활성화돼 있어 세뇌에 가까운 몰입 상태다. 모니터의 화려한 영상을 쫓기에 바빠 상상할 틈이 없다.
 
   세뇌에 가까운 몰입을 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홍수 가운데,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의 저자가 밝히는 독서의 즐거움은 몰입을 통한 지혜를 얻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독서가 두뇌라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머리를 항아리, 1권의 독서를 한 바가지의 물이라고 가정하고 항아리에 물을 채워가다 보면 찰랑거리던 항아리의 물이 흘러넘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동안 한두 권의 독서를 통해 꾸준히 쌓여왔던 크고 작은 지식들이 삶의 지혜로 발현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은 어제까지 평범했던 사람을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어준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을 새로이 바라보는 지혜를 얻기 위해 이제는 어떤 책을 읽을지 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소설을, 누군가는 교양서적을 추천한다.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고 읽기를 추천하기도 한다.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대답은 가지각색이다.

  제각기 다른 기준으로 추린 필독 도서 목록보다도 독자들이 참고할 만한 지침이 있다. 프랑스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Daniel Pennac)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저서 「소설처럼(Comme Un Roman)」에 따르면 ‘책을 읽어라’는 동사는 ‘꿈꿔라’와 마찬가지로 명령 어조로 말할 수 없는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 ‘꿈꾸라’라고 명령해도 명령한 사람의 뜻대로 될 수 없듯 읽기 싫은 사람에게 ‘읽어라’라고 명령해봤자 상대방은 그저 책을 읽는 척하는 데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다양한 이유로 책을 읽어야 하지만, 동시에 ‘책을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 행복과 교양을 위한 필독 도서목록은 없다고 말한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에 따르면 누군가가 정해놓은 필독 도서보다는 각자 나름대로 만족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일정량의 책이 있을 뿐이다. 그는 책의 종류보다도 “책들을 서서히 찾아가는 것, 이 책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 이 책들을 조금씩 완전히 제 것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 데 염두에 둘 만한 기준은 바로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책 읽는 책」의 저자는 수명이 짧은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읽기를 권한다. 생명이 짧은 책 중 좋은 책은 드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복간되는 책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책도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복간되는 책은 시간을 뛰어넘어 독자의 선택을 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편지 읽듯,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듯 읽어야

  읽을 책을 골랐다면 ‘어떻게 읽을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 저자의 호흡과 리듬을 따라갈 수 있고, 묵독(黙讀)을 통해서는 책의 내용을 보다 내면화해 읽을 수 있다. 속독으로 읽는 시간을 빠르게 할 수도 있겠고, 천천히 읽음으로써 한 자 한 자 뜻을 음미할 수도 있다.

  「책 읽는 책」의 저자는 책을 연애편지 읽듯 읽기를 권한다. 사랑에 빠져 연애편지를 읽을 때는 단어 하나와 문맥에 대해서도 꼼꼼히 읽고, 편지를 보낸 사람이 썼을 수사법까지 유추해 내고자 한다. 연애편지를 읽어 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독서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때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어와 단어가 만들어내는 정서는 무엇인지 알려 준다.

  좋은 책을 오래 두고 이따금 다시 펼치는 것도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간서치(看書癡, ‘책에 미친 바보’라는 뜻으로 독서광이었던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라 불리는 「종이책 읽기를 권함」의 저자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집어들 때마다 전혀 다른 책을 읽는 것 같은 경험을 할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와 같은 경험을 오래전 들른 산사(山寺)에 다시 찾아가는 일에 비유했다. 다시 방문한 산사에서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빛바랜 단청이며 뒤뜰의 작은 탑이 새로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독서법이 그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독서법이 아닌 독서의 태도도 중요하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은 책을 읽을 때 ‘글에 대한 경의, 책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헤르만 헤세는 “친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들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가 김탁환은 서평집 「뒤적뒤적 끼적끼적」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읽은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책이 던진 화두를 풀기 위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중략) 영혼이 타오르는 대로 나아가서 깨닫고 또다시 나아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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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10.28. | 199쪽 | 12,000원
저자는 책이 사라져가는 현대에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종이책이 휴대전화나 컴퓨터와 달리 꺼지지 않는 ‘무한 에너지’를 가진 매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책을 읽은 후에 따라오는 쾌감, 책장을 넘길 때의 손맛 등을 들어 오히려 책이 인간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매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신문이나 방송 등과 달리 지면이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점도 종이책의 장점이라고 설명하며 책읽기를 권한다.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김은섭 지음 | 지식공간 | 2012.7.31. | 248쪽 | 13,000원
저자는 독자에게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좋은 책’이 아니라 ‘자기가 읽고 즐거운 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책과 친하지 않았던 저자가 책을 읽게 된 계기부터 매달 20권을 독파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독서 경험을 예로 들며 독서에 몰입하는 법, 관심사에 따라 책을 읽는 법 등을 소개한다. 더불어 책 리뷰를 쓰는 법과 저자 외 인물의 칼럼도 수록돼있다.

책 읽는 책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 | 2012.6.5. | 276쪽 | 12,000원
이 책은 매년 100권이 넘는 책을 읽어온 저자가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 쓴 독서 안내서다. 저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해 봤을 ‘책을 왜 읽는지, 언제 어디서 읽을지,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고, 매달 읽은 책을 결산기를 권하는 등 책 읽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 김지선 옮김 | 뜨인돌출판사 | 2006.10.28 | 284쪽 | 12,000원
이 책은 문학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저술을 모았다. 이 책은 1977년에 헤르만 헤세 연구의 권위자인 폴커 미켈스(Volker Michels)가 편집한 「책의 세계(Die Welt de Bucher)」를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원서에는 63편의 에세이가 수록돼 있지만 한국어판에는 그 중 24편이 수록됐다.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헤르만 헤세는 그의 저술에서 작가이기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자 욕심 많은 장서가의 모습을 보인다.

책 읽는 사람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 | 2012.9.25 | 460쪽 | 17,800원
저자는 요나와 호메로스, 돈키호테와 같은 문학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자 탐구한다.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등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작품을 언급하며, 자신의 삶을 이끈 원동력이 바로 책과 문학이었음을 고백한다. 저자는 전자책 등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이와 더불어 창조적으로 독서를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