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공동으로 시행한 ‘2012년 아시아 대학평가’ 대학순위가 5월29일 발표됐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2005년 중앙일보가 처음 시작해 현재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언론사에서도 몇 년 전부터 대학을 평가해 너도나도 대학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이번 조선일보 평가가 나자마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평가순위를 ‘우리나라 대학 서열’이라는 이름을 붙여 인터넷 이곳저곳에 퍼다 날랐다. ‘나는 서열 0위 대학에 다니고 있다.’ ‘00대학 작년보다 0위 떨어졌다. 질 떨어졌다.’ 등의 글이 인터넷 상에서 난무하고 있다.

 언론사가 시행한 대학평가를 곧 대학서열이라고 인식되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비판의 여론도 뜨겁다. 전국 대학총장들은 재작년에 낸 결의문을 통해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교수협의회연합회 박진배 회장은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평가기준의 타당성이나 평가의 공정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일부 언론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대학행정 책임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비판의 여론을 바탕으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작년 ‘대학 교육역량 인증제’를 담당할 대학평가 및 인증 인정기관으로 대교협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대학평가는 여전히 문제점을 갖고 있다. 유럽대학연합의 작년 보고서에도 국제 대학순위평가의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학의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다 보면 대학교육의 질과 분야별 혹은 대학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문대, 예술대를 평가하는 기준과 자연대, 공대를 평가하는 기준이 같을 수 없다. 대학순위 평가지표가 연구 실적에 편중되는 바람에 교육을 비롯한 대학의 다양한 기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또 대학순위 평가는 대학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학끼리 경쟁을 붙여 순위를 올리기 위한 각종 편법이 성행하게 한다. 대학은 국제화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해 영어로 제공하는 강의 숫자를 늘린다. 그러나 질이 낮은 영어 강의 과목이 많이 늘어나 대학순위가 올라간다 해도 한국어 강의에 비해 교육효과가 떨어진다면 학생들에게는 이득이 안된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아 순위를 높이려는 노력이 실제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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