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생 운동의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바뀌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 본지는 이번 호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과거의 학생 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 최근 본교의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학가의 학생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70~80년대 민주화 시대에 기득권층에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거리로 나선 학생들의 모습과 최근 학교 측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권리를 실현해 나가는 대학가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어느 정도 실현된 민주화의 결과로 학생 운동의 방식이 변화한 것처럼 보이나,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역설적인 상황이다. 작년 6월 계명대 학생들은 뮤직비디오의 형식을 빌려 반값등록금을 주장했고, 서울대생들은 인디밴드를 학내에 초대해 콘서트를 열며 ‘서울대 법인화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학생 운동에 예술을 결합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즐겁게 학교 측에 의견을 전달하는 새로운 대학가의 모습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70~80년대에도 학생 운동은 음악과 결합된 형태로 진행되곤 했다. 1980년 5월 본교 학생들은 학생회관에서 모여 풍물패 등을 이용해 학생들을 모아 함께 투쟁을 진행했다. 투쟁해 함께 나아갈 때는 단결과 의지를 표하기 위해 애국가나 교가를 부르기도 했다. 음악으로 힘을 모아 운동하는 학생의 모습은 시위문화의 변화보다 예술문화의 변화로 보는 것이 맞다. 시위의 형식은 그대로이고 들리는 노랫소리만 바뀌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학생 운동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기득권층이 사욕을 챙기려는 이기주의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학내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대학 당국의 이기주의가 있다. 대학 당국을 이해하려고 조차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는 학생들의 이기주의도 있다.

학생 운동 문화는 탄탄한 대학 내 소통 시스템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이기주의를 없애서 학생 운동의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생각이다. 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서로 의견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당국 및 학생 대표 단체는 상대방 의견의 시비를 가리기보다 의사소통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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