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Twitter) 아이디를 구글에 검색해 본 후 깜짝 놀랐다. 자신이 지금까지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글이 무방비하게 노출돼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보낸 개별 답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친구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까지 내 글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기자가 본교생 2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사용하는 사람은 191명(86.4%),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30명(13.6%)이었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 중 25명(80%)은 SNS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이 25명은 SNS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생활 노출 우려 16명(64%) ▲‘보이는 나’에 대한 부담감 10명(40%) ▲피상적인 친구 관계 형성’ 6명(24%) ▲원치 않은 정보 노출 5명(20%) ▲기타 9명(36%) 순으로 꼽았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SNS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64% 사생활 노출 우려… 위치정보까지 실시간으로 노출돼
 “친구가 페이스북(Facebook)에 사진을 올렸는데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대요. 어떤 남자가 친구의 사진을 보고 음란 전화를 걸어온 거였어요.” - ㄴ(동양화·12)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다수의 의견, 관점 등의 집단지능으로부터 송출되는 매체로 SNS도 이에 속함)가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이용자들이 사생활 노출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올해 3월 발표한 ‘스마트 혁명시대의 쟁점들’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주소, 취미, 관심사 등의 개인 정보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 업데이트되는 정보는 자신의 실생활 중심의 정보이기 때문에 ‘라이프로그(life log·개인의 일상에 대한 정보)’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정보로 개인의 소셜 미디어 이용 패턴뿐만 아니라 실생활 정보, 개인 성향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 분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은 위치기반서비스 기술이 가능해 실시간 위치정보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 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연구한 ‘2011 국내 SNS 이용실태’에 따르면 SNS 이용자의 40.1%가 소셜미디어 이용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27.0%)’이었다.
 숭실대 박창호 교수(정보사회학과)는 “SNS에서는 ‘나는 상대를 모르지만, 상대는 나를 안다’는 관계의 불균형이 형성된다”며 “사람들은 ‘혹시 내 정보도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사람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페이스북에는 친구들의 좋은 소식만 올라오니까 나도 지기 싫어서 행복해 보이는 일상을 적게 돼요. 남에게 보일 내 모습을 계산하게 되는 것 같아요.” - ㄷ(영문·10)
 사람들은 대개 SNS에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선택해 올린다. 미국 캔자스대 낸시 베임(Nancy Baym) 교수의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에 따르면 그는 온라인상에서의 관계 형성 모습을 ‘초기 이상화(early idealization)’라고 이름 붙여,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의 실제적인 모습보다는 이상적인 모습을 내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SNS의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미국의 ‘성격 및 사회심리학 협회’가 발표한 한 논문을 보면,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 모습을 본 타인은 오히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논문을 주도한 스페인 마드리드 IE 비즈니스 스쿨의 딜니 곤칼베스(Dilney Goncalves)교수는 한 일간지에서 “페이스북 친구가 많을수록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자랑’에 더 많이 노출된다”며 “친구 수를 적절하게 조절해 불필요한 인맥들을 자르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면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는 드물어… 약한 유대관계 우려
 “SNS에서는 친한 듯 얘기하지만 정작 내면의 얘기는 하는 것 같지 않아요. 한 친구는 페이스북 친구가 200명이지만 그 중 언제든지 연락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대요.” - ㄹ(교육·10)씨
 SNS에서 맺는 친구관계를 피상적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미국 마케팅서비스기관인 미스터 유스(Mr.Youth)의 설문에서 미국 대학생 73%가 ‘페이스북 등 SNS 친구를 진정한 의미의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수와 동시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SNS의 특성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다. 낸시 배임 교수는 “SNS는 단지 서로의 담벼락 업데이트를 보기만 해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의 성공 요인은 약한 유대 관계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과 동시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윤영민 교수(사회학)는 「소셜 미디어와 집단지성」에서 “이론적으로 누구나 5천명의 ‘친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아무나 5천명의 친구로 둘 수 없다”며 “그들은 ‘친구’라는 이름의 ‘팬(fan)’이다”라고 말했다.
 부산대 황성욱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한 일간지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등장하는 신변잡기나 자기과시 등 불필요한 노출은 오히려 관계의 진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모바일과 SNS를 결합한 스마트 소통의 장점을 바탕으로 만남, 식사, 대화 등 아날로그 소통 방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치 않은 정보까지 접해… 또 다른 홍보 매체로 부상
 “싸이월드(Cyworld) 방명록에 불법 베팅과 같은 홍보 글이 적혀 있을 때가 있어요. 미니홈피는 제 공간인데, 그런 정보를 받아보는 게 싫어요.” - ㅁ(교육·10)씨
 정치인, 기업의 광고에 노출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최진봉씨의 ‘백악관의 소셜 미디어만능주의가 주는 교훈’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가 공식적인 홍보 채널로 사용됨으로써 정치인, 기업인들이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수백만, 수천만 명의 국민에게 직접 자신과 관련된 일방적 홍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홍보 기업 버슨마스텔러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0대 기업의 소셜 미디어 활용률은 이미 80%가 넘었다. 이에「소셜 미디어와 사회 변동」의 설진아씨는 “소셜 미디어는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 도구로 유용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광고판으로 사용할 경우 고객의 외면을 당하기 쉽다”고 말했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이 200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는 ‘미포머(meformer·자신과 관련된 신변잡기를 알리는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에 설씨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트위터의 정보를 언론인들이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신문이나 방송 뉴스로 기사화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소셜 미디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
「소셜 미디어와 사회 변동」저자 설진아씨 : “특정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소셜 미디어 이용 실태를 재평가해 목적에 부합하는 소셜 미디어 매트릭스(기반)를 사용하고 있는지 재검토하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SNS이용자 literacy(읽고 쓰는 능력) 제고방안 연구’의 연구자 송경재씨 : “SNS를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SNS와 현실사회가 연계된 공간이라는 점을 인지해야한다. 따라서 글을 쓰거나 읽을 때 정보 신뢰성 스스로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SNS를 사용하는 인터넷 공간은 ‘따로 또 같이’의 공간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개인생활이 무절제하게 SNS로 공개되고, 무한 확산되었을 때의 폐해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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