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아트와 웹아트 - 인터넷을 이용하는 미술

우리는 개인 휴대폰 뿐 아니라 인터넷과 이메일이 없는 생활을 거의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정보의 평준화와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공간이다. 점점 더 빨라지는 정보력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세계 곳곳을 ‘이웃’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가진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삶의 다양한 부분까지도 끌어들여 미술적 감성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미술가들이 인터넷과 연계한 작업을 시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로 넷 아트 혹은 웹아트가 문화적 소통과 사이버 공간의 대명사인 인터넷에서 이루어진 미술이다.

사이버공간에서 실행되는 웹아트의 필수장비는 물론 컴퓨터다. 컴퓨터는 예술생산의 주체이자 경로이며 향유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웹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기존 미술과는 다르게 소통하고자 원하는 미술가들의 전위적인 발상에서 출발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인터넷의 프로토콜과 툴이 거기에 함께 작용하여 탄생하게 된다.

가상현실에서 언급한 바 있는 텔레-프레젠스는 인터넷에서도 적극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자연현상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해 <텔레-가든>을 설치한 켄 골드버그는, 전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텔레-가든> 사이트에 접속해 로봇처럼 생긴 장치를 작동시켜 오스트리아 린츠에 있는 실제정원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즉 거기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식물을 가꿀 수 있었으며, 전 세계 방문자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겨 서로 친밀한 소통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빅토리아 베스너는 3D 신체제작사인 뷰포인트 자료연구소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인터페이스디자이너, 사운드예술가, 프로그래머 등과 함께 법인의 형태를 갖춘 뒤,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고 아바타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몸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주식회사라는 이름을 갖고 있긴 하지만 실제 판매한다기보다는 이용을 통해 자본이 축적되도록 한다. 채팅방과 쇼룸에서 신체 부분, 피부색, 질감 등을 선택하여 멋진 몸을 조립할 수 있는 <몸 주식회사>는 기업 마케팅과 가상의 몸 제작, 온라인 커뮤니티의 메커니즘을 차용한다.

우리나라의 웹아트 그룹인 ‘장영혜 중공업(重工業)’은 종종 미술관이나 화랑, 비엔날레에서 전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은 www.yhchang.com 이라는 사이트에 존재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에서는 누구나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전지구적인 특징을 지닌다. 홈페이지에서 작품의 제목을 누르기만 하면, 과감하고도 강한 어조로 내뱉는, 혹은 감미롭게 속삭이는, 혹은 건조하게 나열되는 듯한 단어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재즈, 보사노바, 펑크 등의 비트 있는 음악의 리듬이 거기에 일치해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이미지 없이 계속 이어지는 텍스트들은 크기나 서체가 약간씩 다른 몇 가지 타이포그래피(주로 모나코체)로 간결하게 제작되어,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등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제공된다. 가끔 번쩍거리는 특수효과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이미지나 그래픽은 사용되지 않는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장영혜 중공업의 텍스트들은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는 ‘웹아트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면서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웹아트에 대한 가치평가를 과감하고 혹독한 문체로 드러낸것도 있다. “웹이 내 영혼을 구할 수 있을까? 혹은 다른 사람의 영혼을?....웹, 포스트 웹, 메타웹, 웹 형이상학에 대해 숙고해볼까?....w.w.w.가 있다면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말 있는 것일까, 나는 거기에 가고 싶은 것일까, 거기에는 무엇이 있나, 웹이 진실을 배우는 도구일까...북한에도 웹사이트가 있을까”라는 계속된 물음이 그것이다.

마샬 맥루언은 현대의 전자과학기술이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고 인류를 인쇄의 시대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썼다. 전자기술에 근거한 미디어의 지구촌은 곧 ‘장소감각을 갖지 않는(no sense of place) 공동체’다. 그것은 분명 전자미디어를 통해, 즉 ‘장소를 갖지 않으면서’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고 있는 인터넷의 세계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장소성은 없고 작품의 물리성과 상품가치가 배제되지만, 누구에게나 전달되고 어디에서나 참여할 수 있는 상호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민주적인 웹아트에 한번 접속해보도록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