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은 문화적 자부심을 지키는 일
문화재 보존은 문화적 자부심을 지키는 일
  • 이대학보
  • 승인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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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한 고등학생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국보인 암각화에 장난삼아 낙서를 했다가 처벌을 받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9월22일 서울 모 고등학교 2학년 이모군(16)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범인을 잡기 전, 울주군은 최대 1천만원에 이르는 포상금을 걸며 수사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이군이 낙서를 한 것이 지난해 7월이며 울주군은 1년 넘게 국보 훼손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들의 낮은 문화재 보존 의식과 더불어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난 사건이다.

 본지는 10월4일부터 3주에 걸쳐 ‘문학만보’ 시리즈를 연재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 수준의 안타까운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1,2회 시리즈에서는 성북동과 종로구에 위치한 근현대 국문학의 산실을 찾아 문인의 삶과 글을 소개했다. 17일자에 실린 3회 <이상의 집터에는 ‘날개’가 없다>에서는 이상, 현진건 등 작가의 집터를 찾았다.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글을 쓴 작가의 집터라고는 믿어지지 않으리만큼 황폐하게 방치된 상태였다. 이상, 현진건, 박목월, 김수영의 집터에는 작가가 살던 집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낙서, 쓰레기 등으로 인해 문화재적 가치가 보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인의 집터임을 알리는 표석만이 주위의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외국에서 유명 작가가 거주하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 관광 코스로 자리 잡고 그 지역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는 것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유럽 등 문화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체계적인 문화유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왔다. 문화재의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사전 관리 시스템과 정기적이고 반복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온·습도, 대기오염 등 인위적 요인과 해충·곤충 등 생물학적 요인, 그리고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로마에 가면 2천5백년전의 문화 유적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오늘날까지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로마에서 유적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한 옛 모습의 로마를 유지하도록 유적 보존에 모든 행정력을 쏟는다. 무너질 염려가 있는 부분은 사전에 철저히 조사, 진단해 보수한다. 문화 유적 보존을 위해 차량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물 유지의 안전이 보장되기 전까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일도 빈번하다.

벌써 3년이 훌쩍 지났지만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사건은 모두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우리는 국보 1호를 유실하는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문화유산은 한번 파괴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문화재 관리가 사후약방문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문화재를 지키는 일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부심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