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앞 에스 에이피엠(YES! aPM)에서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이 ‘ⓘ’가 그려진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이들에게 다가갔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오늘 제주도에 가고 싶다”며 이들에게 여행 일정을 짜줄 것을 부탁했다. 이들은 외국인 가이드 지원이 되는 여행사를 통해 여행 일정을 알아봐주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관광통역안내원이었다.

신촌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진고은(부천시 원미구・27), 홍진숙(수원시 팔달구・27) 관광통역안내원은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본교 근처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을 돕는다. 진씨는 “중국이 워낙 땅이 넓어서 그런지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제주도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는 서울시에서 2009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외국인 관광객 안내서비스로, 명동, 남대문시장, 신촌, 이태원 등 여덟 곳에 설치돼 있다. 본교 주변에는 작년 4월 ‘신촌 움직이는 관광안내소’가 생겨 6명의 관광통역안내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인1조로 오전10시~오후7시에 활동한다.

진씨와 홍씨는 중국어를 담당해 ‘汉语(한어, 중국 한족의 언어로 중국의 주요 언어)’라고 쓰여진 명찰을 차고 이대역에서 신촌기차역에 이르는 지역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중국어를 담당하지만 일본어와 영어로 안내를 할 때도 있다. 신촌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에는 중국어와 일본어 안내를 담당하는 관광통역안내원이 있고, 다른 지역에는 영어 안내를 담당하는 관광통역안내원도 있다. 진씨와 홍씨는 관광객들에게 주로 쇼핑몰이나 대학 캠퍼스에 대해 안내한다고 말했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이 신촌에서 홍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학 거리를 보고 싶어 많이 찾아오죠. 관광객들은 이화여대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고 신기해해요”

신촌 지역에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관광통역안내원으로 1년 정도 활동한 진씨에 따르면 주로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본교를 많이 찾으며 관심도 높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화여대에서 어떤 과가 가장 유명한지 묻는다. 외국인 남자 관광객들은 본교의 캠퍼스 안에 들어갈 수 있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은 이화여대가 여학생들만 다니는 학교라며 신기해하고, 이화여대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종종 이대의 캠퍼스에 대해 안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씨와 홍씨는 본교에 대해 묻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본교의 박물관 등 주요 건물의 위치, 스크랜튼 여사 등에 대해서도 대답해 준다. 일본인 관광객은 본교 안에 산책로나 학생 식당이 있는지 등의 캠퍼스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진씨는 “이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대를 보다 자세히 안내하기 위해 직접 ECC를 탐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씨와 홍씨는 신촌뿐만 아니라 광화문, 이태원 등 서울 시내 곳곳의 유명한 관광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촌에서 명동, 광화문 등으로도 이동해 관광하기 때문이다. 홍씨는 남대문 시장과 광화문에서 관광통역안내를 하기도 했다. 이곳들을 찾는 관광객들의 특색을 묻는 질문에 홍씨는 남대문 시장에서는 인삼 등 우리나라의 특산품, 광화문에서는 문화 유적지에 대해 주로 소개한다고 말했다.

진씨와 홍씨는 오전10시~오후7시 동안 1시간은 관광객들에게 안내를 하고, 1시간은 사무실에서 관광지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는 등 1시간씩 번갈아 활동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에게 안내를 제공한다.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느라 쌓인 정보들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서울 시내의 버스 노선, 유명 관광지, 맛집 등 서울은 속속들이 알고 있죠.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에게 버스 노선을 알려드리기도 했어요.” 진씨와 홍씨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매뉴얼이 든 파일은 이들이 휴식 시간에 틈틈이 만들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진씨와 홍씨는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통해 중국인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활동이 재미있다고 한다. 진씨는 “기존 안내소에서는 관광객이 찾아와야 안내를 하는데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는 관광객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할 수 있다”며 “길을 헤매는 관광객들을 도와줄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어 홍씨도 “중국어를 전공하고 유학원에 다니기도 했는데, 관광통역안내원으로서 중국인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며 “직접 관광객들을 찾아 움직이며 활동해 재미있다”고 말했다.

9월28일 오후5시 본교 정문 앞, 한 중국인 남성이 관광통역안내원에게 다가와 명동에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문의했다. 중국어로 대화가 오간 뒤 중국인 남성은 진씨가 써준 메모지를 갖고 택시를 탔다. 메모지에는 ‘명동에 가려고 하니 안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써져 있었다. 이어 진씨와 홍씨는 지도를 들고 길을 찾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다가가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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