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월)~4일(수)‘이화인 5대 요구안에 대한 학교 답변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총투표가 진행됐다. 총투표는 재학생 1만5천458명 중 4천201명이 참여해 투표율 약27.1%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50% 미만일 때 총투표는 무산되지만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예외적으로 개표를 결정했다. 류이슬 총학생회장은 4일(수)“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지만 투표에 참여한 이화인 4천201명의 의사를 알기 위해 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3일(화) 중운위 회의에서 중운위원들이 투표율 50% 미만 시 총투표를 무산시키기로 한 원칙을 어긴 것이다. 관련 원칙을 논의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총학생회(총학)이 태도를 바꾼 것은 총투표에서만이 아니었다. 본지 이번 호 2면 기사에 따르면 일부 업체가 총학이 졸업앨범 선정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선정 과정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총학은 3월15일 총학 클럽에‘졸업앨범 촬영을 원하는 스튜디오는 첨부된 문서를 작성해 3월23일 오후5시까지 총학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총학은 4월5일까지 오프라인 접수로 입찰 참여 업체 명단을 2차례 수정해 최종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9개였다.

최초 공고된 입찰 참여 업체가 5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프라인으로 4개 업체가 더 참여한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중요한 졸업앨범 선정에 문제가 제기됐다고 생각하니 찜찜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들이 원칙이나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을 지키지 않았던 것은 우리 학교만의 일은 아니다. 한 언론기관에서 작년 10월 1천3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한국 정치에서 원칙이 자주 깨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가‘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는‘원칙이나 공개적인 입장을 번복하는 정권을 쉽게 믿을 수 없다’, 응답자의 43%는‘정치 대표자들이 일할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원칙’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대 존 칼터 교수(정치외교학과)는“대표들이 원칙이나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을 지키지 않는 집단은 발전할 수 없다”며“사람들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대표를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무조건 원칙을 지키는 일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표들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사람들이 대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원칙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학생 대표인 총학은 총투표와 졸업앨범 선정 과정에서 기존에 밝혔던 입장과 원칙을 준수했어야 했다. 기존의 입장을 지킬 수 없었다면 입장을 바꾼 타당한 이유를 밝혀야 했다. 

총학은 학생 대표자로서 정해놓은 원칙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