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 호 1면 기사‘명품 선물, 공연 표 구입 등 예체능계 해묵은 관행 이어져’를 통해 본교 예체능계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연 티켓 강매, 고급 선물 등의 관행이 있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편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되었던 서울대 김인혜 교수 논란에서 김 교수에 대한 처벌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2011년 3월1일자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는 2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제자 상습 폭행, 금품 수수 등 비위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성악과 김인혜 교수를 파면키로 결정했다. 서울대에서 학생 폭행으로 교수가 파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14일에는 서울대 음악대학 학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건과 국내 대학 예술계의‘도제식 교육’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르며 도제식 교육에 대한 찬반논란도 일었다. 도제식 교육이란 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오랫동안 한 스승에게서 사사 받는 것을 말한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 <서편제>를 보면 예술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혹독하게 치뤄지는 도제식 교육을 볼 수 있다. 도제식 교육은 학생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김인혜 교수 사건에 대한 마무리는 진행되어 가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을 도제식 교육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가 문제시해야 할 것은 도제식 교육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교수-학생 사이의 갑을관계다.

연줄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예술계 풍토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반강제적, 또는 자율적으로 상식을 벗어나는 사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수들은 친밀감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티켓 강매 등 부당한 요구를 하고 학생들은 교수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계, 무용계 등에서는 누구에게 사사 받았는지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유명한 교수의 아래에서 공부했다는 것 자체가 그 학생에게는 남보다 뛰어난 이력으로 인정받는다. 학생들은 졸업 후 이력서를 쓸 때 누구에게 사사 받았는지를 적게 된다.

따라서 교수의 눈 밖에 나면 그‘바닥’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취재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자신이 취재에 응한 것이 알려지면 앞으로의 학업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며 취재원들은 말을 시작하기 조차 두려워했다.

김인혜 교수 사건은 단 한 사람의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보도하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지금도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쉽게 입 열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예체능계 학생들을 위해 교수와 학생 간의 문화를 재정립해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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