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신촌 부근에 1인 손님 위한 가게 10곳 열려…카페, 음식점, 영화관 등 다양


24일(목) 오후6시 신촌역 인근 일본라면 전문점 ㄱ가게 안,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1인 전용 좌석이 눈에 띈다. 총 27개석 중 11개의 1인석은 폭 80cm의 칸막이로 구분돼 있다. 이 가게는 최적의 1인 식사공간을 만들기 위해 종업원을 없애고 식권 자판기를 놓았다. 가게에 들어선 연세대 윤영(중문·10)씨는 익숙하게 자판기에 6천원을 넣고 화면에서 라면을 선택한다. 그는 테이블에 설치된 커튼·칸막이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윤씨는“친구들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혼자 밥 먹을 때마다 남의 눈이 신경 쓰였다”며“이곳에 오면 혼자 먹어도 옆 사람이 안보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점보다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문을 연 ㄱ가게의 안수경 홍보담당자는“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혼자 식사 하지 못하는 신촌 지역 자취생들을 위해 서빙을 하거나 주문을 받는 종업원을 없애고 칸막이 형태로 테이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본교, 홍익대, 연세대 인근 지역에 1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기자가 조사한 결과 2005년 이후 신촌 부근에 1인 손님을 위한 가게 10곳이 새로 생겼다. 10곳 중 칸막이·벽 등으로 1인 전용 공간을 만든 곳은 4곳, 혼자 온 고객이 음식을 즐기기에 용이한 바(종업원을 향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설치된 긴 테이블)가 있는 곳은 4곳, 1~2인용 소형테이블만 갖춘 곳은 2곳이었다.

홍대에 위치한 ㄴ카레집 한 켠에는 벽을 바라보게 설치된 6개 좌석이 있다. 벽면에는 시디플레이어가 부착돼 있고 헤드폰이 걸려있다. 수업을 마친 후 혼자 밥을 먹으러 온 이승은(경제·09)씨는 좌석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한 후 헤드폰을 썼다. 이씨는“노래를 들으며 음식을 먹으면 주위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며“노래 소리가 옆 사람과 자신을 구분 짓는 벽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문을 연 ㄴ카레집 안승업 사장은“혼자 밥을 먹으면 쑥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며“1인석에 앉아 혼자 식사를 즐기는 사람은 하루 고객의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바를 설치해 혼자 식사하는 고객을 배려한 곳도 있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이주희(서울시 동작구·23)씨는 서대문구에서 일을 마친 후 혼자 먹기 편리한 식당을 찾는 도중 이대역과 가까운 ㄷ 국수집을 알게 됐다. 이 음식점은 기존 국수집 형태와는 다르게 바를 설치했다.

이씨는 바에 앉아 주문을 한 뒤 줄곧 앞만 바라보며 국수를 먹었고 간간히 종업원들과 얘기도 했다. 그는“혼자 밥을 먹으면 주위 사람들이 외톨이로 생각할 것 같다”며“바에 앉아 식사를 하면 옆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 혼자 먹을 때마다 바가 설치된 음식점에 간다”고 말했다.

본교 후문 맞은편에 위치한 ㄹ영화관은 영화관 좌석 사이드에 1인석 8개를 설치했다. ㅁ까페는 가게 안에 벽면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 형태의 1인석을 배치했다. 신촌 인근에 있는 ㅂ고기집은 바를 설치하고 돌판을 좌석마다 배치해 혼자 온 고객이 편하게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게 했다. 이대 정문과 가까운 한 카페는 2층 8개 좌석에 1~2인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했다. 홍대 근처에 위치한 일식집은 바를 설치해 전체 좌석의 50% 이상을 1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신촌역 인근 일본라면 전문점에는 1인석과 2인석이 분리돼 있다. 손님들이 1인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에 1인 위주의 공간이 생겨나는 현상이 개인중심적인 사고와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과)는“여럿이 주문을 하면 누가 돈을 내는가에 신경을 쓰고 무엇을 먹을까 의논해야하는 부담이 있다”며“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1인 공간을 편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대 한상진(사회학과) 교수는“1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최근 많이 늘어난 것은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히 1인 공간을 즐기려는 학생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김현수 교수(사회학과)는“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개인화된 서구문화가 한국에 들어왔다”며“자신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1인 공간이 대학가에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1인 중심의 문화공간이 증가하는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현수 교수는“1인 공간이 단순히 외톨이를 위한 공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칸막이 안에서 친한 동료들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히 얘기를 나눈다면 1인 공간도 사회성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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