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 낭비, 자원 낭비뿐 아니라 바쁜 일상도 어플루엔자의 증상


ㄱ씨는 한 달 용돈으로 50만원을 받지만 부족하다고 느낀다. 일주일에 6~7회 화장품 전문점과 대형 문구점 등을 방문해 1~2만원어치의 화장품과 문구류를 사기 때문이다. 그는“2주에 한 번 부모님과 쇼핑하며 옷, 화장품을 사기 위해 한 번에 약30만원을 쓰기도 한다”며“평소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옷이나 화장품에 드는 비용 때문에 용돈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분별한 소비를 추구하는‘어플루엔자(Affluenza·소비 중독)’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어플루엔자는 현대인의 소비 행위를 바이러스에 비유한 것으로 풍족하다는 뜻의‘Affluent’와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Influenza’의 합성어다. 이 용어는 1997년 미국 PBS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뒤, 이를 바탕으로 펴낸 같은 제목의 저서 『소비 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존 드 그라프, 데이비드 왠, 토머스 네일러 지음)에서 유래했다.

본지가 2일(수)~3일(목)‘어플루엔자 자가 검진 테스트’를 통해 본교생 3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 중 22명(73.33%)이 어플루엔자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플루엔자 자가 검진 테스트(글상자 참고)에 응답한 학생들 중 어플루엔자 증세가 심각한 학생(51점~75점)은 3명, 어플루엔자에 증세를 보이는 학생(26점~50점)은 19명, 어플루엔자 증세가 없는 학생(0점~25점)은 8명이었다. 최악의 어플루엔자 증세를 보이는 학생(76점~100점)은 없었다.

어플루엔자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응답한 항목은‘가끔 딱히 살 것도 없는데 구경삼아 쇼핑몰에 간다’로, 응답자 중 22명이 해당됐다.‘노동시간 감소와 봉급 인상 중 선택해야 한다면 봉급 인상이다’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21명,‘뭔가 소비할 것(제품, 식품, 미디어 등)이 없으면 따분하다’,‘사고 싶은 물건을 화제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에 해당되는 응답자는 20명이었다.

돈을 낭비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상품을 찾는 것, 더 바쁜 일상을 추구하는 것도 어플루엔자의 증상으로 볼 수 있다.

ㄴ씨는“더 좋은 물건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계속 쓸 수 있는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버리게 된다”며“리필해서 쓸 수 있는 볼펜이나 고쳐 쓸 수 있는 망가진 필통은 그냥 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ㄷ(중문·08)씨는 방학 중 오전9시~오후6시 보험회사에서 업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토익 공부와 HSK 공부를 병행했다. ㄷ씨는“방학에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다”며“바쁘고 힘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소비를 피하기 위해 본인에게 필요한 가치를 파악할 것을 조언했다.
주소현 교수(소비자학과)는“자신이 어플루엔자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학생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깊이 생각해 주체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혜정 교수(소비자학과)는“남보다 더 많이 갖지 못한 것에서 오는 박탈감을 버려
야 한다”며“자신이 생각하는 필요와 욕망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소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하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 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에 따르면 어플루엔자 자가 검진은 어플루엔자 치료의 첫 번째 단계다. 문항 당 ‘그렇다’는 2점, ‘보통이다’는 1점, ‘그렇지 않다’는 0점이다. 합산된 점수가 0점~25점은 어플루엔자 증세가 없는 상태, 26점~50점은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상태, 51~75점은 어플루엔자 증세가 심각한 상태, 76~100점은 어플루엔자 감염 정도가 최악인 상태를 뜻한다.

  <어플루엔자 자가 검진 테스트>

1. 뭔가 소비할 것(제품, 식품, 미디어 등)이 없으면 따분하다.

2. 소유한 물건이나 휴가를 내세워 친구들의 관심을 끈다.

3. 쇼핑을 치료제로 이용한다.

4. 가끔 딱히 살 것도 없는데 구경삼아 쇼핑몰에 간다.

5. 동네 철물점을 두고 대형 체인점에서 집수리 용품을 산다.

6. 쇼핑 관광을 간 적이 있다.

7. 대체로 사람보다 물건을 더 많이 생각한다.

8. 공과금을 낼 때, 소비한 자원의 양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9. 노동시간 감소와 봉급 인상 중 선택해야 한다면 봉급 인상이다.

10.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큰 쓰레기통 하나 이상을 채운다.

11. 가족에게 사들인 물건의 가격을 속인 적이 있다.

12. 금전관계로 가족과 자주 다툰다.

13. 자원봉사활동 시간이 한 주에 다섯 시간 미만이다.

14. 자신의 정원이나 집을 늘 주위 사람들과 비교한다.

15. 가족 1명의 사적 공간이 46.5제곱미터(14평)를 넘는다.

16. 일상적으로 노름을 하거나 복권을 산다.

17. 투자액을 하루 한 번 이상 조회한다.

18. 신용카드 가운데 사용한도가 다 찬 것이 있다.

19. 빚 걱정으로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20. 매주 쇼핑시간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많다.

21. 자주 직업을 바꾼다.

22. 외모를 더 아름답게 하려고 성형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23. 가끔 패스트푸드를 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24. 사고 싶은 물건을 화제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25. 목적지에 더 빨리 가려고 차선을 이리저리 바꿀 때가 있다.

26. 도로 위에서 다툰 적이 있다.

27. 늘 바쁜 것처럼 느낀다.

28.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그냥 버리는 일이 잦다.

29. 하루 중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시간 미만이다.

30. 거주하는 지역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3종 이상 알지 못한다.

31. 스포츠용품이 아직 쓸 만한데도 최신 스타일로 바꾼다.

32. 가족마다 TV가 따로 있다.

33. 제품을 살 때, 실용성보다 가격을 중요시한다.

34. 신용카드 사용 중 한도초과로 거절당한 적이 있다.

35. 한 주에 다섯 개 이상 우편주문 카탈로그를 받는다.

36. 마트에 갈 때 시장바구니를 가져간 적이 거의 없다.

37. 승용차의 연비를 따지지 않는다.

38. 최신형 차를 살 대 위신도 선택 조건이 된다.

39. 유효한 신용카드를 다섯 장 이상 가지고 있다.

40. 봉급이 오르면 돈을 어디에 쓸 지부터 생각한다.

41. 물보다 음료수를 더 많이 마신다.

42.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일했다.

43. 금전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44. 하루 일과가 끝나면 소진된 느낌이 든다.

45. 신용카드 청구서를 근근이 지급한다.

46. 쇼핑할 때, 열망이 수반되는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47. 때때로 개인 지출이 지나쳐 등록금과 차량유지비 등을 감당할 수 없다.

48. 집에 들여놓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49. TV 시청 시간이 하루 두 시간을 넘는다.

50. 거의 매일 고기를 먹는다.

      

 이채강 기자 lck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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