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함께 관람, 세계화와 지역화에 대한 토론 이어져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가 2월25일 ECC B146호에서‘세계화, 여성 그리고 로컬’을 주제로 이화인들과 함께 토론회를 가졌다.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생태환경운동가인 노르베리 호지는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을 오가며 연구활동을 하고 있고, 국제협회ISEC와 라다크프로젝트의 설립자이며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 연출을 맡고 직접 출연한‘행복의 경제학’을 소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번 행사는 아시아 여성학 센터와 이화리더십개발원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참가자들은‘행복의 경제학’을 함께 관람했다. 이 영화는 사람이 아닌 이익을 동력으로 갖는 세계화의 부정적, 소모적 측면을 다루는 한편, 세계화의 해결책으로 지역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지역화란 사람과 공동체에 뿌리를 둔다.‘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지역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사는 행복을 되찾을 때 오늘날 세계화가 가진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Don’t leave the economy to the ‘Experts’”로 마무리된다. 전문가로 불리는 집단에게 경제에 대한 모든 것을 맡겨놓은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세계화이며 다시 경제를 우리 손으로 가져올 때 경제의 지역화가 성립될 수 있음을 자각하라는 것이다.

국제교류처 남영숙 부처장이 사회를 맡은토론회는 아시아 여성학 센터 장필화 소장과 노르베리 호지의 대담에 이화인들의 질문이 더해진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는‘경제의 지역화, 식량경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맺기’,‘여성의 눈으로 보기-보살핌,나눔,삶의 경제’등 소주제로 구성됐다.

장 소장은“영화 속‘할머니의 대학’에 대한 상상력을 갖고 오늘 토론회를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담의 시작을 알렸다.‘할머니의 대학’은 영화 속에서 지역화를 추구해야 하는 분야로 제시된 기업, 은행, 음식, 정체성, 지식 중‘지식’에 대한 내용이다.‘할머니의 대학’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와 지식을 오롯이 품고 있는 조부모 세대에게서 그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어‘경제의 지역화, 식량경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맺기’를 소주제로 둔 토론이 진행됐다. 노르베리 호지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가 없는 현재의 경제 제도는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운동 등 영감 어린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며“더 놀라운 점은 이러한 시도들이 거대 자본, 기업의 힘없이 스스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세계 지도자들 중 일부는 현재의 지역화 흐름과 상관없는 움직임, 결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빈곤, 사회, 우울증, 기후변화,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연대해 새로운 사회를 꾸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눈으로 보기-보살핌, 나눔, 삶의 경제’의 소주제로 넘어가며 환경을 보호하는 삶이 과연 여성에게 더 좋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장 소장은“환경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좋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여성에게는 더 힘든 삶의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르베리 호지는 이에 대해 자신의 저서인「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의 내용을 빌어“라다크 시절의 전산업적인 삶의 방식을 보면 여성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삶을 즐길 수 있으며 여가 시간도 많고 특히나 그들 사회에서 여성들의 결정권이 더 강해진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다크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마을로, 노르베리 호지는 거친 자연 환경과 지혜롭게 공존하며 자급자족해온 라다크의 전통적 삶의 방식과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지키려 애써왔다. 그는“기계가 지배하는 사회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인 반면 자연과 환경, 인간이 함께 만드는 사회는‘생명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여성의 가치가 그 힘을 더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중반 이후로 접어들 즈음 노르베리 호지가 생각하는 미래의 청사진이 흥미로운 토론 주제로 떠올랐다. 그는“자연과 문명이 혼재한 사회에서의 생활을 꿈꾼다(I’m dreaming of walking distance future)”고 말했다.

국제교류처 남영숙 부처장은 이를 인용해“노르베리 호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자연과 문명이 함께 하는 환경을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본교 캠퍼스를 꼽았다. 남 부처장은“바쁘더라도 캠퍼스를 산책하며 조금이나마 자연과 문명이 하나된 모습을 느껴보면 좋겠다”는 제안으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박민정 객원기자 renesmee@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