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미래가 두려운 학생들의 상담소… 여대생, 막막한 미래 점쳐보다


취업준비생인 ㄱ(경영·05)씨는 큰 시험이나 면접을 치르기 전 한 달에 2~3번 본교 앞 점집을 찾는다. 1년6개월 동안 15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매번 떨어졌던 그는 낮은 이마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는 역술인의 말에 이마 성형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이마 시술을 받았으니 올해에는 취직이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이 타로카드, 사주, 점 등의 역술로 취업 여부 등 불안한 미래를 점쳐보고 있다. 학생들의 역술에 대한 선호는 본교 부근 대현동과 창천동 소재의 타로카드, 사주 등을 보는 곳의 수치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타로카드협회 이효영 직원은“이대 부근 타로카드나 사주, 점을 보는 곳이 1년 새 30곳 늘어나 현재 150곳”이라며“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노점상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고시 준비를 앞두고 사주나 점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 조아현(철학·07)씨는 공무원 국가고시준비를 고려하던 중 사주를 봤다. 그는“역술인이 고시보다 다른 쪽 일이 더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며“사주를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진로 수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준비를 앞두고 점을 본 ㄴ(정외·06)씨는“고시는 장시간 마라톤이기 때문에 시작 전까지 마음먹기가 어렵다”며“고민을 털어버리고 조금이라도 불안한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 점을 봤었다”고 말했다. 

유학이 하나의 취업 스펙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학 여부를 타로카드로 알아보고자 하는 학생도 있다. 유학 문제로 타로카드를 본 김지현(영문·06)씨는“8학기 이수 후 졸업을 해야 할지,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 할지 1년 동안 고민했었다”며“졸업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커져 타로카드를 봤었다”고 말했다. 

ㄷ(심리·06)씨는 취직 준비 중 점쳐 본 타로카드에 영향을 받아 진로를 결정했다. 그는“평소 가고싶던 외국계 회사 2곳 중 1곳을 선택하기 위해 타로카드를 보면서 직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며“덕분에 직업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외국계 회사 1곳을 선택해 1년 동안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주&궁합’을 운영하는 이원석(마포구·43)씨는“최근 2~3년 동안 취업이나 창업 때문에 점이나 사주, 타로카드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취업난 때문에 취업운을 점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 부근에서 사주 카페, 타로카드 가게를 운영하는 역술인들은 학생들이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취업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서도 역술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네오사주타로’를 운영하는 이병주(서대문구·45)씨는“하루 평균 여대생 20~30명이 찾아온다”며“학생 중 절반이 취업, 유학 등 진로 때문에 타로카드를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학생들이 타로카드나 사주, 점을 통해 정답을 얻기보다 역술인과의 교감과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 같다”며“심리상담소나 적성상담소에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역술인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한다”고 말했다. 

한국타로카드협회 이효영 직원은“학생들에게 타로카드나 사주, 점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수단”이라며“타로카드 등의 역술은 학생들이 친구나 가족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담소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이 타로카드나 사주, 점 등의 역술을 믿고 역술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희진(철학·07)씨는“본인의 미래를 점괘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미래는 점괘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현(언론·07)씨는“포괄적으로 나오는 타로카드 결과에 따라 자신의 상황을 끼워 맞춰 해석하는 학생들이 있다”며“타로카드, 점, 사주와 같은 점괘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주역술카페’를 운영하는 ㄹ(서대문구·48)씨는“사주나 타로, 점은 살면서 어려운 일을 어느 정도 알려주는 것뿐 정답은 아니다”라며“인생을 역술에 의존해 역술에서 나온 결과대로 행동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그래픽 :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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