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참신한 주제의 논문들이 등장해 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교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2010년 전기 석·박사 학위수여를 통해 578개의 일반대학원 논문이 새로 등재됐다. 그 가운데 몇몇 논문에서 지루한 학위 논문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조주은(산업디자인학 전공 석사과정)씨
조주은(산업디자인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석사 논문을 통해 한국 여성이 사상 체질별로 좋아하는 촉감이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휴대폰재질에 대한 촉감선호도 연구 : 사상체질 별 촉감 중심으로’에서 한의학의 4가지 체질분류법을 적용했다.

 

이씨는 “휴대폰은 누구나 손에 쥐고 있어 촉감 선호의 지표로써 적합하다고 생각해 연구 소재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 여성 60명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4가지 체질로 나누고, 체질에 따라 어떤 휴대폰의 촉감을 좋아하는지 설문 조사를 했다. 이를 토대로 태양인은 크롬, 스텐레스의 촉감을 선호하고 태음인은 나무, 소양인은 가죽, 소음인은 유리의 촉감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이씨는 “연구에 대한 ‘협조도’도 체질에 따라 달랐다”며 “촉감이 예민한 소음인이 가장 조사에 관심이 많았고, 태음인이 조사에 가장 비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너무 튀는 주제의 연구가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조사 결과가 뚜렷해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김현경(의류직물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클럽 패션스타일을 홍대 지역과 강남 지역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석사논문 ‘클럽 패션스타일 분석 및 디자인 개발 : 홍대·강남지역 비교를 중심으로’를 통해 패션스타일의 지역적 차이를 연구하고 클럽 패션디자인의 방향을 제안했다.

김씨는 “클럽은 실험적 패션스타일이 끊임없이 시도되는 곳”이라며 “‘클럽문화’라는 특징적인 대중문화가 창출되기 때문에 연구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클럽 관계자들이 내부 촬영을 막아 카메라를 몰래 숨겨서 다니기도 했다”며 “실내가 어두워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직접 찍은 사진으로 클럽 패션을 분석해 섹시캐주얼, 란제리, 다이나믹, 시크, 페미닌의 5가지 유형으로 분리했다.

연구 결과, 캐주얼 스타일의 경우 홍대지역은 활동적이며 캐주얼한 느낌이 강했고 강남지역은 도시적인 세련미와 섹시함을 강조했다. 홍대지역의 란제리 스타일은 프린트 패턴과 원색을 포인트로 사용해 귀여운 느낌을 표현한 반면, 강남지역은 주로 블랙 색상을 사용해 관능적인 섹시미를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일상복이면서 클럽용 옷으로도 모두 활용 가능한 옷을 개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윤영(식품관리학 전공 석사과정)씨
이윤영(식품관리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석사 논문 ‘성인여성의 체형인식과 비만스트레스가 체중조절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그는 “송파구 보건소의 체중 조절 사업에 연구 보조로 참여하면서 체중 조절 행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올바른 체형 인식 문화 조성에 이바지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거주 20~59세의 성인여성 4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체질량 지수(BMI) 측정을 실시했다. 이씨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대상자 스스로 평가한 체형이 비만일수록 비만스트레스가 높았다. 연령과 학력이 낮고 미혼, 학생인 경우에도 더 높았다.

체중조절행동에는 객관적 지표인 BMI보다 자신과 타인의 주관적 체형인식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됐다.

전보경(여성학과 전공 석사과정)씨는 ‘몸-자아 테크놀로지로서의 미용 성형에 대한 계보학적 담론 연구’에서 ‘선풍기 아줌마’한혜경(48)씨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2004년 당시 한씨는 성형 부작용으로 얼굴이 일반인의 3배 크기에 이르러 세간을 놀라게 했다. 전씨는 그를 2008년 8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장기간 인터뷰했다.

전씨는 논문에서 ‘성형 중독’이라는 단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한혜경씨를 성형 중독자로 몰아가는 것은 주류 미용 성형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며 “‘성형 중독’이 아닌 정상적 판단 아래 행해지는 성형 수술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학생이다 보니 언론사 기자보다 인터뷰가 쉬웠던 것 같다”며 “지도 교수의 지도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씨의 논문 지도를 맡은 김은실 교수(여성학과)는 “이 논문은 성형 수술이‘개인의 선택이냐 아니냐’라는 논의를 넘어서 성형 담론이 형성되는 권력 체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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