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학기 신설된 본교 발명동아리 ‘말랑말랑한 뇌’ 소속 개인 1팀, 단체 2팀이 ‘제8회 전국대학발명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는 633건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중 개인 21팀, 단체 21팀이 본선에서 수상했다.
말랑말랑한 뇌는 작년 겨울방학,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을 통해 5명의 학생이 발명의 뜻을 모아 결성됐다. 이후 2기 학생 11명이 지난 학기에 가입해 현재 16명이 활동하고 있다. 말랑말랑한 뇌 부원들은 1학기에 논의한 발명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여름방학 중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인터뷰에는 김아랑(경영·08), 유주영(생물교육·06), 조정은(건축학·06), 최윤희(전자공학·08)씨가 참여했다.

“케이크 위에 촛불을 켜면 촛농이 자꾸 떨어지잖아. 촛농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초 밑에 작은 컵을 붙여서 촛농은 컵에 떨어지게 하는 거야. 어때?”
매주 월요일 오후5시, ‘말랑말랑한 뇌’ 부원들은 한 주 동안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일로 일주일을 시작한다.

“처음 동아리에 들 때는 ‘발명’이 ‘한경희 스팀청소기’처럼 일상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죠.” 김아랑(경영·08)씨는 발명 활동의 시작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발명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작하는 일이 문제였다. 고등학교 발명반 시절을 지낸 최윤희(전자공학·08)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 곳곳의 다양한 발명들을 공부했지만 제품 제작은 어려웠어요.” 하지만 당시 배운 브레인스토밍 기법이 도움을 줬다. 매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동아리 부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발명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틈틈이 작성한 메모는 참신한 발명품 발굴에 도움이 됐다. “1기 선배가 발명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최씨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순간적으로 떠오른 발명 아이디어들을 메모한다. 수줍게 꺼내 든 그의 수첩 한쪽에는 방학 중에 생각해 낸 서너 개의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 김아랑(경영·08)씨는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생각난 편리한 방법들은 메모를 하면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수첩이 없으면 휴대전화의 메모장 기능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준비한 발명품은 말랑말랑한 뇌 부원들에게 전국대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최씨는 ‘버스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의 발명품은 손잡이 부분 버튼을 누르면서 손잡이를 당기면 자신의 키에 맞게 손잡이 길이가 조절된다. “줄자 4∼5개를 샅샅이 뜯어보고 줄자의 원리를 이용했어요.” 손잡이 줄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잡이의 무게도 가볍게 만들어야했다. “직접 만들어보지 않았다면 무게를 줄여야한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을 거예요.”

매니큐어와 리무버를 결합한 ‘매니큐어 in 리무버’를 만든 조정은(건축학·06)씨는 그의 도안에 따라 발명품을 만들어줄 제작업체를 찾아다닌 기억을 떠올렸다. “청계천에 있는 제작업체를 찾아다닌 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는 일반 매니큐어 용기 뚜껑에 마개를 달아 뚜껑 속에 아세톤을 넣었다. 매니큐어를 사용하면서 네일 리무버도 사용 가능하게 한 것이다.

김아랑(경영·08)씨와 유주영(생물교육·06)씨가 함께 만든 ‘상하분획이 가능한 사물함’은 크기가 크지만 짐 정리가 잘 안 되는 기존 사물함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사물함 내에 십자 형태의 레일을 달고 물건을 받치는 상판이 위아래, 앞뒤로 움직이게 했죠.” 이들은 대회 출전 전, 건축학과에서 공구를 빌려가며 발명품을 만들어봤다. 이 덕분에 레일의 모양을 T자 형태로 바꿀 생각을 하게 됐다. “만들어보고 나서야 사물함 아랫부분에 물건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외에도 말랑말랑한 뇌 부원들이 생각해둔 발명품은 각양각색이다. 우비 내부에 하나의 긴 줄을 넣고, 줄을 당기면 접지 않아도 부피가 줄어드는 우비, 전원이 꺼지면 자동으로 침이 들어가는 자동 인두기도 있다.

그러나 활동 두 학기 째를 맞는 말랑말랑한 뇌는 아직 동아리방이 없다. 이들은 “동아리 공구도 많고 전국대학생발명연합회에서 지원금도 받는데 공간이 없어 문제”라며 “더 많은 학생들이 발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끊임없이 발명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는 이들은 오늘도 말랑말랑해진 뇌를 통해 신선한 발상을 꿈꾸고 있다.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사진제공: 조정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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