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지는 18일(월), 25일(월) 두 주에 걸쳐 교수 6명의 연구실을 찾는다. 이번주는  박일흥 교수(물리학 전공), 양인상 교수(물리학 전공),  이수영 교수(생명과학 전공)의 연구실을 찾아 연구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망원경 우주에 띄워 천체현상 관측

박일흥 교수(물리학 전공) 

종합과학관 A동 557호 ‘초미세 전기기계시스템(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우주망원경연구단’ 연구실. 대학원생 두 명이 오실로스코프(전원측정장치)로 전기 신호를 측정하느라 분주하다. 연구실 곳곳에는 반도체 센서들, 전자회로 보드와 칩, 구조물 제작기기, 인공위성 사진이 걸려있다. 박일흥 교수(물리학 전공)도 회의준비에 여념이 없다. 과학재단의 ‘2006 대표적 우수연구 성과 50선’에 선정되고, ‘2006 나사 그룹 연구상’을 수상했고, 2008년 9월 ‘극한 번개 관측 초미세거울 망원경(MTEL·MEMS Telescope for Extreme Lightning)’을 개발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내놓은 박일흥 교수 연구실을 20일(수) 찾아갔다.

박일흥 교수가 이끄는 ‘MEMS 우주망원경연구단’은 연간 7억 내외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연구실 규모만도 80평이다.
“지금까지 관측이 어려웠던 자연현상을 관측하는 특별한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목표죠.” 이들은 우주 망원경으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자연현상인 ‘메가번개’, ‘감마선 폭발 현상’, ‘초고에너지 우주선’ 등을 관찰하고자 한다.

박 교수는 이를 관측하기 위해 천체 망원경에 초미세 전기기계시스템 기술로 만든 초미세 거울을 세계 최초로 접목시켰다. 이 망원경은 넓은 시야를 감시할 뿐만 아니라 목표물이 나타나면 목표를 확대하고,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목표물을 추적한다.
“반사경에 박혀있는 수만 개의 초미세 거울들이 목표물이 나타나면 이를 포착, 확대한 뒤 초고속으로 추적하기 때문에 빠르게 사라지는 자연 현상을 관측할 수 있지요.”

이들이 2006년 5월~2008년 10월 개발한 망원경 ‘MTEL’은 러시아 인공위성에 탑재돼 올해 여름,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작년 4월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우행한 과학실험 중 하나로 박 교수 연구단의 망원경 관측 시험이 선정되기도 했다. 이소연씨는 ‘MTEL’의 시험판인 ‘캠텔’로 극한 대기 현상을 측정했다.

‘MTEL’ 개발에 성공했지만 MEMS 우주망원경연구단의 연구는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3년 동안 20cm구경의 우주 망원경 개발에 몰두해 감마선 폭발의 초기 승화를 관찰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연구단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본교 세계 석학인 스무트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감마선 폭발의 초기 승화 현상 관측이라는 목표 달성 후에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 자연현상을 규명하다보면 빅뱅의 바로 후인 우주의 극초기 순간도 볼 것이라 생각해요.”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빛을 연구해 초전도물질 찾는다   

양인상 교수(물리학 전공)  

20일(수) 오후1시30분 종합과학관 A동 2층 기초과학연구소 실험실, 기초과학연구소 소장인 양인상 교수(물리학 전공)와 시앙 바이 첸(Xiang Bai Chen)교수가 영어로 진지한 말을 주고받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잘 나왔나요?’ ‘아직 분석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을 두고 좀 더 분석해 봅시다’

양인상 교수의 연구팀은 한국, 중국, 베트남 출신의 연구원으로 이뤄져있다. 양 교수와 첸 교수, 박사 후 연구원 황(Luc Hug Hoang)박사, 박사 과정 대학원생 민혠(Ngugen Thi Minh Hien)씨, 석사 과정 대학원생 오수영(석사 3학기)씨가 그 주인공이다. 양 교수는 “학교 내에서 매우 국제적 연구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라만 분광법’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질에 빛을 쬐면 대부분 그대로 반사, 산란된다. 빨간색 빛을 쪼여주면 빨간색이 그대로 반사, 산란되는 식이다. 그러나 산란된 빛에는 쪼여준 빛과는 색이 약간 다른 빛이 10억분의 1정도 섞여 있다. 빛의 색이 달라지는 것은 빛의 파장이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비탄성 광산란이라고 한다. ‘라만 분광기’는 미약한 다른 색깔의 빛을 가려낼 수 있다.

그는 초전도성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전도체는 손실 없이 전력을 수송하는 것은 물론, 강한 전자석을 만들거나 극히 작은 자기장을 선명하게 측정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는 신물질이다.  연구 결과로서 실생활에 유용한 초전도체를 발견하면 좋겠지만, 유용성만을 목적으로 연구하지는 않는다.

그의 연구를 돕는 특별한 기기는 ‘비탄성 광산란 분광기’다. 2층 실험실에 들어서니 어른 키 정도 길이의 백색 기기 두 대가 광학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비탄성 광산란 분광기’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기술과학지원연구원이 지원한 ‘고가 특수 연구기기 운영지원사업 지원장비’에도 선정됐었다.

양 교수의 실험은 이 분광기의 한 쪽 끝에 시료를 고정하고 다양한 색깔의 레이저를 쏘는 일로 시작된다. 반대쪽에 고정된 모니터에는 산란된 빛의 정보가 빨간색 그래프로 분석돼 나타난다. 양 교수는 그래프 모양을 바탕으로 실험 대상을 연구한다.

1990년부터 19년을 꾸준히 연구에 몰두해 온 양 교수에게 ‘연구’란 해답도 끝도 없다. “연구란 끝이 없지요. 하나의 연구가 계속 가지치기를 해 나가니까요.” 본교를 라만분광학계의 리더로 자리 잡게 한 원천은 양 교수의 이런 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학원 물리학과 진학생이 적어 다양한 연구를 하지 못하는 환경이 가장 아쉽다”며 “학생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골다공증 유발의 새로운 경로 밝히다  

이수영 교수(생명과학 전공)

빨간 용액이 담긴 플라스크, 시약이 담긴 통들로 가득 찬 하얀 선반들이 미로를 만들고 있다. 선반으로 분리된 공간 곳곳에는 대학원생들이 앉아 각자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종합과학관(종과) C동 3층은 실험실 간에 벽이 없는 ‘오픈랩(Open Lab)’이다. 18일(월) 그곳에서 골다공증을 연구하는 이수영 교수(바이오융합과학·생명과학 전공)를 만났다.

지난 3월, 이수영 교수팀은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새 경로를 밝혔다. 이 교수팀은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 신물질을 개발하고 골다공증이 유발된 쥐와 뼈가 파괴된 쥐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실험실에 살아있는 생쥐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이곳에서는 지하 실험실에서 분리해온 생쥐 뼈와 세포를 이용해 실험을 한다.

“‘면역계와 골격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합니다. 뼈에서 일어나는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제 개발의 표적인 단백질도 발굴해요. 신약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기초 단계죠.”
이 교수는 1999년 본교에 부임한 후, 본격적으로 골다공증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여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여성에게 빈발하는 질환인 골다공증 연구를 선택했다. 이 연구는 90년대 중반부터 그가 진행해온 ‘싸이토카인(cytokine·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 물질)’ 연구의 연장이기도 하다.

골다공증을 연구하면서 그는 ‘오픈랩’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종과 C동의 각 층에 있는 실험팀은 실험 아이디어부터 재료까지 공유했다. 이 교수팀에 부족한 실험기술을 다른 팀에서 돕기도 했다. “생명과학 분야는 실험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연결돼있어요. 다양한 학문의 관점으로 실험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요.”

그는 화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가 융합된 바이오융합과학과에 속해있기도 하다. 본교가 세계 최초로 신설한 바이오융합과학과는 대학원 석, 박사 과정으로 기초 자연과학 및 질병, 노화 관련 기초, 응용 분야 연구를 진행한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골다공증, 관절염 등 골격계 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수영 교수팀은 오늘도 세포와 실험 동물을 대상으로 기한 없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실험이 계획대로 진척되기 어렵지요. 조바심이 날 때도 있지만, 가급적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겸허하게 실험에 임할 겁니다.”
               
조정희 기자 jeojh050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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