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예술대학&독일 프라우엔무제움 국제전’이 4월27일(월)∼2일(토) 조형예술대학(조형대) 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조형대 교수 26명과 독일 및 그리스,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폴란드 국적의 프라우엔무제움 소속 작가 26명이 참여했다. 프라우엔무제움은 1981년 독일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여성미술기관이다.

전시관 입구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왁자하게 들리는 듯하다. 보라색 터번을 둘러쓴 아이부터 흰 피부를 가진 금발소녀까지…. 무릎까지 오는 높이의 목재인형들이 옹기종기 모여서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머리칼, 피부색은 물론 옷차림과 표정까지 가지각색인 여러 대륙의 다양한 인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작가 카린 발트만(Karin Waldmann)은 이 작품에 ‘세계의 아이들(Kinder der Welt)’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왼편 전시장에 자리한 독일 작가들의 페인팅 작품도 눈길을 끈다. 우떼 브라이텐베르거(Ute Breitenberger) 작가의 작품에서는 낯설고도 익숙한 흙냄새가 난다. 각각 70×50cm와 50×35cm의 캔버스 위에 작가의 고향 바다, 냇가, 늪에서 추출한 모래와 진흙 등이 물감처럼 뿌려져 구불구불한 삶의 선(線)을 이루고 있다.
크리스틴 갈매처(Christine Gallmetzer)의 작품 ‘다나(Dana)’는 보는 사람의 숨을 한순간 멎게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반듯한 이마를 가진 그림 속 여성은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분명한 눈초리로 관람객을 응시한다. 작가의 살짝 번진 듯한 붓터치가 여인에게 부드럽고도 신비한 감성을 부여한다.

프라우엔무제움의 큐레이터 구드렌 앙겔리스(Gudrun Angelis)씨는 이들의 작품에 대해 “모든 사물에 명멸성(明滅性)으로 각인되어 있는 독일 문화를 미술에 반영하고 있다”며 “이 명멸성은 독일의 시각적 습성뿐만 아니라 심리, 의식, 그리고 영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전시장 오른편에는 본교 교수들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그중 한국 특유의 감각을 살린 작품들이 단연 눈에 띈다.

원인종 교수(조소 전공)의 ‘북한산’은 철사를 꼬아 용접해 한국 산맥의 광활함을 잘 표현했다. 마치 높은 곳에서 한눈에 산맥을 내려다보는듯한 기분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차영순 교수(섬유예술 전공)의 ‘리니어 칼리그래피(Linea Caligraphy)’는 한국의 전통 서체인 ‘서예’와 관념적 그림문자들에 근간을 두고 획을 그어 추상화 시킨 작품이다. 주재료는 한지를 꼬아 만든 실과 먹이다. 서예 글자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에서 한국미학의 절제와 기품이 느껴진다.

전시의 기획, 진행을 맡은 차 교수는 “세계 최초의 여성미술기관과 한국 최초의 여성미술대학인 본교의 조형대가 ‘여성’이라는 화두를 매개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대 장화진 학장은 “이번 국제전은 동시에 개최된 ‘국제 여성미술 심포지엄’과 더불어 여성예술, 나아가 한국과 서구유럽의 현대미술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세계화에 발맞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제전을 관람한 서희(서양화·07)씨는 “현란한 색감 등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가지고 있는 독일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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