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란 제목을 보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연인’을 상상했다면, 잘못 짚었다. 아버지와 딸, 오빠와 여동생, 연인들이 잔잔하게 이끄는 일상 속에서 뮤지컬 동아리 ‘이뮤’는 ‘진짜 소울메이트’를 찾아냈다.

뮤지컬 동아리 ‘이뮤’의 제7회 정기공연 ‘소울메이트’가 12일(목)~14일(토) 생활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소극장에 들어서자 발랄한 음악과 함께 막이 올랐다. 무대는 연둣빛 가시와 빨간 색의 하트로 장식돼 있었다.

부녀, 남매, 연인이 차례로 등장했다. 음악을 하겠다며 고집 부리는 딸과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녹음기를 파는 아버지. 녹음기를 사와 동생에게 자랑하는 얼뜨기 오빠와 쓸데없는 물건을 사들이지 말라며 핀잔을 주는 여동생. 남자친구가 일하는 포장마차에 매일 들러 아옹다옹 다투는 연인들.  여섯 인물 모두가 한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끌어갔다.

이야기는 극적인 갈등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주인공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차갑고 비뚤다. 부녀도, 남매도, 연인도 사소한 일로 싸우기 일쑤다. 어긋난 마음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이들의 관계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건으로 예기치 않게 끝을 맺는다. ‘삼풍백화점’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남자친구에게 사과하려고 기다리던 여자, 가출해 커피숍에서 일하던 딸, 그리고 자신이 학교에 찾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여동생에게 편지를 쓰려고 커피숍을 찾은 오빠. 이들 셋은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서로의 소울메이트와 영영 이별하게 된다.

홀로 남은 남자친구, 여동생, 아버지는 유품을 전해 받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어뜨린다. 서로에게 남는 것은 원망이나 미움이 아니라,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다.

마지막 노래에는 전하지 못한 사랑이 묻어난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더 따뜻하게 하지 못했죠. 한결같이 내 곁에서 언제나 사랑해줄 그 사람, 바로 당신이 나의 소울메이트.” 관객의 눈시울도 이들의 슬픔과 함께 젖어든다.

음악에서 무대까지 공연준비의 모든 것을 이뮤 회원들이 준비했다. 뮤지컬 분야에 종사하는 동아리 출신 선배들이 대본은 물론 음악까지 직접 작사, 작곡 했다. 음악은 모두 라이브로 연주됐다. 공연 한 달 전에 아슬아슬하게 완성된 곡도 있어, 배우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무대는 지난 번 무대보다 한층 좁아졌다. 대학로 소극장처럼 아담한 느낌을 주기 위해 3면의 벽으로 무대를 둘러쌌다. “원래 직접 꾸미던 무대지만, 이번엔 손이 더 많이 갔죠.” 무대팀 정혜림(특수교육·08)씨가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공연을 관람한 제지현(디자인·09)씨는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서 감정이입이 잘 됐다”며 “오빠가 죽기 전에 쓴 편지를 여동생이 읽을 때는 나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고병진 이뮤 회장은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소울메이트를 주제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quikson@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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