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맞아 2일(월)∼6일(금) 학생문화관 로비에서 진행된 동아리 주간 행사가 막을 내렸다. 본지는 방학 중에도 공연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온 동아리 다섯을 선정해 만나봤다. 지난 주 공연을 치른 릴리즈, E­MU, ESAOS, 액맥이, 예율회가 그 주인공이다.

△지휘자의 손짓을 통한 관현악단의 합주…에세이오스(ESAOS)

임지영(심리·07)씨는 겨울방학 중 다녀온 3박4일간의 합숙훈련 ‘뮤직캠프’에 대해 “활을 잡은 손에서 피도 났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열심히 보낸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우리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ESAOS 연습은 겨울방학부터 시작돼 개학 후에도 일주일에 3일씩 계속됐다. 뮤직캠프는 오전9시부터 새벽4시까지 진행되는 강행군이었다.

4일(수) 오후8시, 40여 명의 단원이 숨죽인 대강당에 적막이 흐른다. ESAOS 단원들은 지휘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았다. 더블베이스, 비올라부터 트럼펫, 북, 트라이앵글까지 단원들의 손에 들려진 크고 작은 악기들이 보인다. 클라리넷이 조명에 반사돼 반짝인다. 단원들의 눈도 함께 빛난다. 양 옆을 둘러보던 지휘자가 ‘흠흠’ 헛기침하며 지휘봉을 휘두른다.

처음 연습곡은 엘가(Elgar)의 위풍당당행진곡 1번(Military Marches No 1. Op.39)이다. 곡은 느리고 웅장하게 시작한다. 트럼펫과 북소리가 더해지며 음감이 풍부해진다. 단원들도 점차 연주에 취해 몸을 가볍게 흔든다. “잠깐 잠깐! 여기서는 더 강하게 치고 나와야지! 빠밤∼ 하고 말이야” 지휘자 고용순씨가 날카로운 목소리를 낸다.

“자자, 방금 그 마디부터 다시 갑시다” 지휘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트라이앵글의 맑은 소리가 드문드문 들리다가 ‘두구두구∼’ 빠르게 울리는 북소리가 연주의 막바지를 알린다. 짧게 힘주어 끊은 지휘봉이 연습 연주의 끝을 맺는다. 오랜 노력으로 완성된 오케스트라는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악단이었다.

△락(Rock)을 락(樂)으로 이끌다…릴리즈(Release)

중앙 락밴드 릴리즈(Release) 7기 단원 한 팀이 2008년 3월4일(수) 오후12시15분~12시30분까지 학생문화관 로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다시 가자” 팀장 박문영(국문·07)씨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자 드럼의 ‘쿵딱쿵쿵딱’ 소리가 뚝 끊긴다. 고요함도 잠시, 팀장과 노랑머리 드러머인 교환학생 슈메츠 마틴(Schmetz Martin)의 눈빛이 오간다. 드러머가 다시 ‘딱딱딱딱’하며 기본 박자를 맞춘다. 기타리스트 세 명이 일제히 기타 줄을 튕긴다.

“지이잉∼” 전자기타의 강한 사운드가 연습실을 쩌렁쩌렁 울린다. 공연을 하루 앞둔 4일(수) 락밴드 릴리즈(Release)의 연습은 오후6시부터 시작돼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김지민(국제·08)씨는 “밤늦게까지 합주를 해서 힘들었지만 부원들이 함께해 즐거웠다”고 말했다.

연습곡은 가비지(Garbage)의 ‘Why do you love me’다. 보컬 신지원(언홍영·08)씨는 목청을 가다듬고 마이크 앞에 선다. 세 기타의 강렬한 음색과 함께 노래가 낮은 톤으로 시작된다. “Why do you love me, it’s driving me crazy!” 가사처럼 그는 락에 빠졌다.

4일(목) 오후12시5분, 공연까지 10분 남았다. 릴리즈 부원들은 상체만한 큰 엠프를 직접 나르며 자리를 잡았다. 곧 릴리즈의 락(Rock)음악이 시작됐다. 연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음악에 몸을 맡겼다. 관객들은 하나둘씩 자신도 모르게 후렴구(Why do you love me)를 따라 불렀다. 이 날 그들의 노력은 모두 함께 즐긴 ‘락(樂)’으로 재탄생됐다.

△클래식기타의 울림으로 겨울나기…예율회

“하나, 둘, 셋, 넷.” 지휘자 김혜진(생명과학·07)씨의 구호를 시작으로 연주가 시작된다. 곡명은 ‘아를르의 여인 제1모음곡 미뉴엣’. 서른 한 대의 클래식기타에서 흘러나오는 애잔한 음색이 3일(화) 학생문화관 3층 다목적실을 가득 메운다. 

클래식기타동아리 예율회의 합주 현장. 단원들의 시선이 지휘자의 절도 있는 손동작에 집중돼있다. 아를르의 여인 제1모음곡 서곡으로 시작한 선율은 ‘삼손과 데릴라 오페라 중 바카날’로 옮겨가며 고조된다. 악기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선율이 클래식과 만나 깊은 울림을 낸다.

겨울 연습은 1월부터 시작됐다. 32명의 연주단원들이 매일같이 동아리방으로 모여들었다. 정규연습시간인 6시간을 넘겨 자정에 가까워서야 집에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일과였다. 단원 석다슬(서양화·08)씨는 “겨울연습은 추웠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던 추억”이라고 말했다.

예율회는 7일(토) 제34회 신입생 환영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소란스럽던 실내에는 정적이 흐르고, 그들의 클래식기타가 관객들의 마음속에 돌멩이 하나를 풍덩 던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장단에 사계절 몸을 맡기다…액맥이

상쇠 김민정(동양화·07)씨가 악기를 어른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흰 치복을 입고 삼색띠를 맨 패원 9명이 관중을 향해 인사한다. 매 가락을 타기 전 진행하는 인사굿이다.

중앙 풍물패 ‘액맥이’는 5일(목)  학생문화관 앞 광장에서 방울진을 선보였다. 패장 마상인(수학과·07)씨가 북을 어깨에 매고 일어난다. 장구 치배와 소고 치배도 가락에 몸을 맡긴다. 머리에 쓴 고깔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장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오후5시 이후, 학문관 일대는 액맥이가 연주하는 가락소리로 가득 찬다. 그들은 봄, 가을 정기공연 연습을 위해 사계절 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패장 마씨는 “겨울연습 때는 꽹과리 치배가 특히 고생한다”며 “맨 손으로 꽁꽁 언 꽹과리를 치는 궁금한무당벌레, 황금나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궁금한무당벌레와 황금나무는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패명’이다. 풍물패에서는 서로 애칭을 붙이는 것이 일종의 전통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모든 단원들은 풍물패의 장점에 대해 “한국적 소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씨는 “풍물패 활동은 몸으로 소통하는 문화”라며 “땀 흘리고 살 맞대며 지내는 막역한 사이는 풍물패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의 땀방울로 세워진 무대에 배우 오르다…이뮤

“내 영혼 속에 깊이 물들 사랑, 그 사랑 난 알고 싶어, 소울메이트.” 4일(수) 학생문화관 지하1층 연습실1에서 6명의 남녀 배우가 손을 마주잡고 노래하고 있다. 중앙뮤지컬동아리 이뮤(E­MU)의 배우들이다. 이뮤는 2일(월), 3일(화) 갈라쇼를 공연했다. 지금은 12일(목)∼14일(토) 열릴 정기공연 ‘뮤지컬 소울메이트’를 앞두고 있다.

“아니지, 아니지. 더 사랑스럽게 쳐다봐, 사랑스럽게!” 이번 공연의 연출, 각본을 맡은 추계예대 이영록(뮤지컬학과·06)씨의 목소리가 연습실에 울려 퍼진다. 이씨는 “이뮤가 생긴 이래 최초의 순수 창작극”이라며 “각본은 물론 작곡, 의상, 무대조명까지 전부 우리 손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순수 창작극인 만큼 무대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노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작품이 오를 무대는 무대조명팀에 의해 만들어졌다. 무대조명팀장 정우미(심리·08)씨는 “소극장 무대를 설치하면서 합판 세우기와 페인트칠 등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창작곡이 라이브로 공연되는 만큼 음악팀은 동분서주했다. 이뮤 출신 작곡과 선배에게 곡을 부탁하고 배우들의 노래에 맞춰 연주할 밴드를 구성했다.

이외에도 시각팀, 의상팀 등이 이번 공연을 위해 땀 흘렸다. 한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이뮤의 ‘뮤지컬 소울메이트’가 공연되기까지 쏟아진 땀방울의 농도는 얼마나 진할까. 이는 12일(목)∼14일(토) 생활관 소극장 관객석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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