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광순(이대 사회학전공 73학번/ 한부모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 운영위원)

우리 민법은 "친권자는 자(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제913조)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가 혼인중인 때에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대상으로 공동으로 행사하며 어느 한편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한편이 행사한다. 본질적으로 권리라기보다는 의무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이러한 의무를 누구에게도 방해당하지 않고 행사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인데 자녀가 성년이 되면 소멸되는 한시적인 권리다. 자녀의 복리를 지키기 위한 의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자녀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에는 강제적으로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사는 동안은 문제가 없지만 최근 이혼이 많아지고 최진실씨의 경우처럼 그 중 하나가 사망하는 경우, 자녀에게 남겨진 재산 때문에 ‘어느 한편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한편이 행사(제909조 3항)’한다는 문구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양육자로부터 돈만 가로채가는 몰염치한 친권(부활)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폭행, 외도, 알콜, 무능력 등이 사유가 되어 친권을 포기 혹은 상실한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부활한다는 것은 자녀들의 이익에 대해 법이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경우 ‘무책임하지만 살아있는 친권’ 때문에 입양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법이 ‘아동의 복지’ 중심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어른의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이 강조되어 운용되는 것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아이에게 최대한의 이로움이 가도록’ 혹은 ‘가장 해가 적도록’ 법의 도덕적 의무를 아동 복리에 초점 맞추고 있으므로 자녀와 관련된 거주권·경제권이 양육권에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우리사회에서는 그간 친권이 아이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른이 행사하기 위한 권리인양 인식되어왔다. 친권을 부활한 조성민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아이들을 만나 슬픔을 달래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투명하게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예금인출을 정지시켜 양육권자와 아이들을 곤란에 빠뜨린 것이었는데 이는 아동들에게 불친절한 법이 친권자의 욕심을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법이 아동을 위해 작동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을 들먹이며 자격유무와 관계없이 생물학적 부, 모 관계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천륜은 부모·형제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혹은 하늘의 인연으로 정해진 부모와 자식 간에 평생을 통해 오가는 본능적 정을 일컫는데 모든 이에게 양질의 천륜이 발동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천륜을 지키지 않아 방치하거나 구타와 학대, 성폭행, 고소고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는가. 개인차가 있기 마련인 감성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성년자인 자녀를 위해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것이 친권인데 이것도 허술하게 적용이 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친권은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할 미성년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남김없이 행사될 수 있도록, 어른이 남용하여 자녀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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