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총연극회 봄 정기공연 '단 한번과 두번' 열려

“미래는 없어!”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과거에 대한 집착과 현실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순간의 소중함을 주제로 총연극회 제48회 봄 정기공연 ‘단 한번과 두번’이 3일(목)~5일(토) 우리 학교 생활환경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지금, 초라한 삶을 사는 이유가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한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 매정하게 거절했던, 대학 시절 선배의 고백을 승낙하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선배의 보장된 미래와 함께 한다면 자신의 삶도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미래의 나’가‘과거의 나’의 공간인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온다.


꽃무늬 원피스를 팔랑이며‘과거의 나’와‘미래의 나’는 교대로 등장한다. 무대는 대학 근처 복사실과 캠퍼스다.‘미래의 나’의 빨간 하이힐과 ‘과거의 나’의 갈색 단화가 대조되는 만큼 둘은 다른 사람이었다. 작가 지망생인‘과거의 나’와 과거에 놓친 사랑과 지나온 시간 때문에 더욱 미래에 집착하는‘미래의 나’는 마주 본다. 거기에는 미래에 대한 의심도 과거에 대한 후회도 없다. 그저 내가 있을 뿐이다. 현실의 내가 있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선배의 고백만 승낙한다면 모든 삶이 달라질 것이라 믿던‘미래의 나’는 과거가, 나에게 또 다른 삶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선배의 사랑을 독차지하는‘과거의 나’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하지만 작가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낀다.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 속에‘과거의 나’와‘미래의 나’가 함께 걷는다. 서로 대화하고 다투기도 한다. 현재라는 시간 속에 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 작가로서 실패한‘미래의 나’와 달리 ‘과거의 나’는 공모전 수상을 통해 작가로서 인정받는다. 어느새 그저 그런 어른이 돼 버렸던‘미래의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가 헛된 것임을 알게 된다. 과거를 되돌리려 했던 그녀는 순간에 충실해야 했음을 깨닫는다.“각자는 각자일 뿐이야!”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연극의 메시지는 관객들의 과거에 대한 미련에게도 소리친다.


시간을 넘나드는 상상의 여행을 위해 연극 ‘단 한번과 두번’은 음악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느린 피아노 음으로 시작된 연주는 과거와 미래가 뒤엉키며 퓨전 탱고로 바뀐다. 과거와 미래의 나, 둘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과거의 나를 사랑하는 선배의 상처받은 마음은 차가운 빗소리로 표현됐다. 빗물 소리는 갈등이 심해질수록 더욱 세차게 들려온다. 음악과 더불어 노랑·보라·빨강·파랑 색색의 조명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복사실이라는 평범한 공간이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상상 속의 장소로 변한다.


감초들의 뛰어난 연기도 눈에 띈다. 연극의 주 무대인 복사실의 아줌마의 사투리에 관객들의 폭소가 쏟아지기도 했다. 아줌마 역을 맡은 박은주(체육·07)씨는“실수가 많이 있었지만 이해해 준 관객에게 감사하다”며 공연 소감을 밝혔다.       

이유심 기자 yooshim@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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