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목)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교육 순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를 평가하는 항목에서 전체 55개 조사 대상국 중 53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4위로 상위권에 올라와 있었다. 많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지만 대학의 질적 교육은 부끄러울 정도로 낮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한국 대학들은 반성해야 한다. 대학의 질적 수준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대학 안에 가장 기본적으로 마련돼 있어야 하는 학생 교육 환경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이화인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스스로 학문을 탐구할 수 있도록 받침해 주는 환경은 아직 미약하다. 이화인들은 많은 등록금을 내고도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듣고 싶은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매 학기 초마다 ‘수강신청 대란’을 겪어야 한다. 일부 전공 수업의 경우는 1백명 이상이 듣는 대형 강의로 개설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학습 능력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본지는 이번 한 학기동안 학내 교육 환경에 대한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해왔다. 3월 10일 자 1327호 이대학보에서는 갯수는 늘었지만 질적으로 발전하지 않은 영어강의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5월 13일 자 1333호에서는 시험 결과에 대한 교수의 답변을 받을 수 없는 우리 학교의 수업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전공 수업 대형강의의 증가와 매 학기 초 수강신청의 어려움은 계속 반복해서 본지가 지적하고 있는 학내 교육 문제다. 이러한 학내 교육 환경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학교 학생 교육의 질은 계속 제자리 걸음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란 대학 교육과 실제 사회 생활이 얼마나 잘 연결 돼 있는지 보여주는 순위다. 조사 대상국 55개 국 중 53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우리 나라 대학 교육이 학생들의 실제 사회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이 학생들을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은 단지 취업 특강·취업 관련 커리큘럼 개발·좋은 학점 수여 등 일차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대학생이 주체적으로 원하는 과목을 듣고, 자신의 실력 향상에 대해 교수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현재 대학 교육처럼 수동적이고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대학생들을 교육해선 안된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공부하고, 활발히 토론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몸집 늘리기가 아닌, 정말 똑똑하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 대학이 자라는 길이다. 글로벌 대학이 아닌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 훌륭한 대학이 아닌 훌륭한 대학생이 길러지는 곳이 바로 이화여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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