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본지는 이화여대 안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전달해 아직은 외롭게 떨어져 있는 그들과의 거리를 좁혀보고자 한다. 그 중 첫 번째로 성적 소수자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을 통해 이화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그들의 진솔한 삶을 담아본다.

드러나지 않은 얼굴 때문일까. 변날이라 하면 베일에 가려진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성애자인 '나'와는 다른 사람·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거리감부터 든다. 이러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화 안에서 '나'와 같은 사람·같은 삶을 살고 있는 변날이 이화인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Q. 변날에서는 학내ㆍ외적으로 주로 어떠한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연중 가장 크게 열리는 행사는 무엇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알려지고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A. 하늘 (가명)
변날은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레즈비언의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며 아직까지 보장받지 못한 성소수자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학내에서 하는 가장 큰 행사는 ‘레즈비언문화제’입니다. 그 밖에도 이화인을 대상으로 한 동성애 바로알기 세미나·자치단위문화제가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는 성소수자단체·인권모임과 함께 무지개행동을 진행 중입니다.

Q. 어떠한 통로로 이화인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가요?
A. 하늘 (가명)
이화 내에서도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호모포비아(Homophobia: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차별)를 가지고 있는 이화인들도 있겠죠. 동성애자들의 아웃팅(Outing: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타인의 고의에 의하여 밝히게 되는 것)이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화 자리는 조심스럽습니다. 아웃팅이 되면 학내 활동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로 자보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학내에는 자보 이외의 다른 통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Q. 성소수자 입장을 제시했을 때 학생들의 반대 움직임은 없었나요?
A. 하늘 (가명)
2005년 세 번째 레즈비언문화제 기간 중 한밤중을 틈타 자보테러와 무지개걸개 도난사건이 있었습니다. 문화제 행사는 변날에게 일 년에 한 번 뿐인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입니다. 좁은 방안에서 모든 것을 진행하기는 힘들어 인적이 시간을 이용해 며칠 밤을 새고 조심하면서 준비했었습니다. 그러나 남은 건 찢겨진 자보들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져버린 물품들이었죠. 폭력적인 상황들이 매해 발생해 두렵기도 하지만 강경하게 대처하고자 노력합니다.

Q. 수업 시간 중 성적 차별을 느끼셨던 적은 없었나요?
A. 라리 & 샘 (가명)
‘남자친구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거나 ‘~도 동성연애자였다’는 수업 중 쉽게 들을 수 있는 차별입니다. 염색체의 호모와 헤테로 개념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호모포비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생물교수님도 있었습니다. 가장 속상할 때는 여성학을 공부하신 교수님들조차 레즈비언의 존재를 부정하실 때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의도된 것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고정 관념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Q. 왜 얼굴이나 신분을 공개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라리 (가명)
일단 저희 활동가들은 모두 대외적으로 커밍아웃(Coming out:자신이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행위)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직까지는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알리고 활동할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실제로 성 정체성이 밝혀지면 고통과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안이라는 좁은 집단 안에서 조심하며 활동하다보니 저희가 조금은 폐쇄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듯합니다.

Q.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됐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아우라 (가명)
어떠한 계기로 내가 이성애자라 느꼈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반면, 성소수자에게는 꼭 이런 질문을 하는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이성애자로 결정돼있다는 가정이 아직 사회에 존재함을 인식합니다. 답을 하자면 저는 대학에 와서 같은 학교 친구를 좋아하면서 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 정체성을 찾게 된 것이죠.

Q.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A. 바다 (가명)
일단 제가 믿는 친구들에게 말을 했을 때 큰 거부 반응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고, 변날 활동에 대해 고민도 하고 즐거웠던 일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님께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린 적은 없었습니다. 한 번은 부모님께서 소지품을 우연히 보신 후 제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됐습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여자친구가 아닌 단순히 친구라는 거짓말로 사건을 무마했습니다. 부모님께 성적소수자임을 알리고 알려지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요.

Q. 이화인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바다 (가명)
우선 많은 이화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변날 활동을 하며 만났던 이화인들은 비난 보다 관심을 갖고 우리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분들이었습니다. 문화제 테러가 일어나거나 활동이 인신공격을 받았을 때도 진심으로 걱정하며 안타까워해 주셨습니다. 혹시 변날에 대해서 안 좋은 편견으로 바라보거나 이화인이 있으시다면 저희의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자신만의 고립된 시각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기준을 벗어나,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식이 아닌 더 넓은 시각으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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