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근처 하숙집 공급이 적고, 기숙사는 수용인원은 한정되어 있어 지방 거주 이화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설리라(법학·04)씨는 “올해 2월 말에 하숙집을 찾아 다녔지만 방이 나온 게 아예 없어서 자취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설씨는 “방이 나온 하숙집은 구석진 곳에 있거나 매우 비싸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며 “2월 말이면 늦게 집을 구한 편이라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찍 움직여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정화(컴퓨터정보통신·08)씨는 “학교 기숙사 추첨에 떨어진 후, 2월 초였던 구정 전에 하숙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하숙집마다 방이 다 찼거나 하나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우씨는 입학 전 ‘이화이언’에서 하숙정보를 모두 모아 주말에 잠시 서울에 와서 하숙집 7∼8군데를 직접 찾아다녀야 했다. 신입생들은 기숙사에 추첨되지 못하면 입학 전에 당장 ‘방 구하기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이 때 재빠르게 하숙집을 구하지 못하면 이화인들이 선호하는 후문 쪽 하숙집은 모두 방이 차버려 정문 쪽에서 하숙집을 구해야 하거나 아예 하숙을 포기해야 한다.


이에 기자가 직접 이대 부근 하숙집 10곳에 “하숙을 수 있냐”며 전화를 걸어봤다. 이 중 방 하나가 남아있다는 곳과 지하방만 하나가 있다는 곳을 제외하고 모든 하숙집이 “지금은 방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방을 빼지 않는 학기 중’이라 방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한 하숙집은 “지금은 방이 없고, 방학 때 잠시 방이 비면 몇 달 간 내줄 수 있다”는 대답을 했다. 방학 때는 학생들 대부분이 지방에 있는 집으로 가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만 머무를 사람을 구하거나 하숙방을 빼야 한다. 다시 하숙집을 구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는 방을 쓰지 않으면서도 돈을 내는 방법을 써야한다. 하숙집에 따라서는 방을 비운 상태에서는 월세를 반값으로 받기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미리 하숙집을 구해놓고 방학 때 지방으로 가기 때문에 방학이라고 해서 방이 비지는 않는다는 것이 우씨의 설명이다.


자취를 할 수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도 물량이 많지는 않다. 신촌 호박부동산은 “지금 들어갈 수 있는 원룸은 2∼3개 정도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자취를 할 경우에는 하숙을 할 때와는 달리 많은 불편사항이 생긴다. 우씨는 “아직 신입생이라 갑자기 혼자 살면 삭막하고 혼자 밥을 해먹기도 어려워서 하숙집을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관리비나 식비 등을 따로 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정외과 ㄱ씨는 “자취를 할 경우에는 보증금 외에도 전기세 가스비 같은 관리비를 따로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 사람들과 사는 하숙과 달리 여자 혼자 살 경우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데, 경비체제가 잘 갖춰진 원룸은 보통 원룸보다 비싸서 자유롭게 살 곳을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데다 땅값이 올라 하숙집 월세마저 오르는 문제도 있다. 설리라씨는 “올해 알아보니 같은 집·같은 방인데도 작년보다 3만원 정도 씩은 가격이 올라있었다”고 말했다.


개인 화장실이 함께 있으면 월세를 60만원까지 받는 하숙집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탑 부동산에 따르면 이대 주변 원룸은 대부분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60만원 선이고 시설이 낙후해서 싼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정도이다. 월세만 놓고 보면 원룸과 하숙집 가격이 거의 대등한 것이다.


현재 우리학교 학부 기숙사 ‘한우리집’은 학부 신입생 615명을 수용하는 학생관 A동과 학부 2∼4학년 재학생 98명을 수용하는 학생관 B동으로 이루어졌다. 기숙사 입사자 선발은 지방에 거주하는 희망자 중 컴퓨터 무작위 추첨으로 한다. 서울 내 타대학에 비해 수용인원이 적은 것은 아니나 타대학과 달리 신입생만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신입생 때 기숙사에 들어간 학생도 2학년이 되면 학교 주변에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숙집 정보는 2∼3년 전까지 이대 생활협동조합에서 제공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이소정(중문.04)씨는 “학교 측에서 지방 거주 학생을 위해 기숙사 제도를 정비하거나 하숙·자취 정보를 제공하는 배려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누리 객원기자 bellarus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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