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원에 진학 중인 ㄱ씨는 우연히 지도교수의 논문을 본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과거에 제출한 논문과 너무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교수가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은 ㄱ씨의 논문과 연구목적이 매우 흡사했으며 참고문헌이 겹치는 것은 물론 똑같은 문장도 상당부분 있었다. ㄱ씨는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표절이 맞는 지 확실히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무지 어느 곳에 제보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위의 사례는 가상 시나리오다. 만약 ㄱ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우리 학교의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하면 된다.

논문 조작 사건, 논문 표절 의혹 등을 통해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학교에서도 지난해 3월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설립했다. 각각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과 생명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며, 교원·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 상태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위조·변조·표절 등의 연구 부정행위와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비롯한 연구 부적절행위에 대해 검증하는 기구다. 정준모 연구처장은 “본교 내에서 이뤄지는 연구 활동에 대해 연구윤리를 확립하고, 연구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위원회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연구 부정행위를 발견한 후 구술· 서면·전화 등을 통해 연구과에 제보하면 위원회는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제보자의 신원은 엄격하게 보호되며, 익명으로 제보할 경우 서면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 학교 내 연구개발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교직원·연구원·학생 및 본교를 통해 인건비를 받는 자 모두 심의대상에 포함된다.

생명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타당성을 심의하는 기구로는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있다. 우리 학교 소속 교원, 연구원 및 대학원생이면 심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사전에 연구계획 심의의뢰서, 연구계획서, 피험자 설명문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연구자들을 위한 생명윤리 교육교재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기적인 교육도 실시한다. 매학기 1회 대상별 교육을 실시하며, 매년 3,6,9,12월 정기심의를 개최하기도 한다. 연구과 류희정 직원은 “정기심의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피험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및 기타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두 위원회 모두 재적위원은 규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총장이 임명한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대외부총장, 대학원장, 교무처장, 연구처장을 포함해 9인의 위원으로,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회 설립과 함께 학생, 교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윤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윤리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5월 교원을 상대로 한 연구윤리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설명회는 연구 부정행위의 정의, 기존 사례 및 기타 주의사항 등에 대해서 설명하는 자리다. 연구윤리와 관련된 강의로는 법과대학에서 개설한 ‘생명윤리와 법’,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개설한 ‘의학연구와 윤리’ 등이 있다. 정준모 연구처장은 “현재 연구윤리 교육은 대학원, 논문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레포트를 검증하는 등 학부생들에게 연구 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 등 타대 역시 연구윤리 관련 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2월 김태국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논문 조작 사건을 조사해 ‘불로약’으로 불린 노화억제물질은 실험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당시 조사위원장이었던 조철오 교수(생명과학과)는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검증을 통해 논문 연구의 진실성을 높이고, 과학자가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연구부정 사례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정확히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더욱 세심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연구진실성위원회·동물실험윤리위원회·생물안전위원회 등 총 4개의 위원회가 설립돼 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해 4월 이병천 교수팀의 ‘늑대복제 논문’을 허술한 자료 관리 등에서 비롯된 연구 부적절 행위로 결론지었다. 서울대는 이후 이교수에게 6개월간 신규 연구비 수주 금지, 학회지 논문 출원 금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서울대 연구처 조진호 전문위원은 “연구윤리 관련 위원회는 연구 부정행위를 처리하고 예방하고자 설치됐다”며 “단지 검증의 역할 뿐만 아니라 연구를 잘 하게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광수 교수의 표절 논란이 일어난 직후 연세대 역시 지난해 1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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