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 철학과 4

 

 -극의 준비를 위해서


  이 극은 조명 사용이 가능한 무대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무대 공간은 열려져 있어서 대체로 무대는 섬의 역할을, 관객은 위치상 바다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무대장치도 특별히 요구되는 것은 없으며, 부두, 해안, 은미의 집, 이 세공간을 상징할 수 있는 몇몇의 상징물로 표현한다.


  음향도 파도소리의 경우, 이 극의 장소가 섬이므로 늘 들리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들린다는 가정아래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훈」이라는 인물이다.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지훈의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지훈이 관객을 대신하고 있다는것, 그리고 이 연극에서의 내용이 어떻게 관객에게 새겨질수 있는가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단순한 관조나 방관을 떠나서 연극이 삶의 체험이고 자기변화의 과정임을 인식하기 위해서 지훈의 연극구경이라는 부제를 달아본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상연에 있어서 타당할런지는 사실 회의가 든다. 그러나 씌여진 이 희곡은 희곡 문학이라는 문학적 장르에서 고려되었으므로 상연시에는 연출의 기교가 많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때> 1980년대 후반

  <장소> 서해안의 섬

  <나오는 사람>

  지훈

  혜진

  은미

  형진

  어머니

  진수 부

  진수 모

  진수

  그 외 마을 사람들


  제 1장

  

  섬의 부두에 배를 기다리고 있는, 마을 사람 몇몇과, 진수 부, 모, 형진이 서 있다.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면 무대가 서서히 밝아진다. 무대는 뭍으로 장사나가는 몇몇사람들에 의해 조금은 들떠 있으면서도, 어색하고 긴장도니 분위기아다.


    진수 부 : 배 시간 아직 안 됐나?

    진수 모 : 이제 거의 다 됐어요.

    진수 부 : 그래, 은미한테서 연락은 온거야?

    형진 : 예, 어제 장례식 치르고, 오늘 아침 배로 도착한다고 했어요.

    진수 모 : 왜, 장례를 거기서 치른데? 거기 누가 있다고.

    형진 : 거기 공장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로 했나봐요.

    진수 모 : 그나저나 이를 어쩐대? 은태 죽은 지가 이태나 도Tdj? 그런데 은식이 마저 죽어들어오니 딱하기도 해. 도대체 성밖에서 죽어오는건 마찬가지니 원.

    진수 부 : 은식이 어머니 듣는데선 그런 얘기 하지도 마.

    진수 모 : 알아요. 내가 어린 앤가? 여편네 딱해서 하는 얘기지. 아, 은식이도 그렇지. 바다 파먹고 사는게 싫다고 뭍에 나갔으면, 공장 착실히 다니고 월급 꼬박꼬박 꼬박 저금해서, 예쁜 색시랑 결혼하고, 오순도순 살면 좀 좋아?

    형진 : 은식이가 어디 요즘 젊은 애들처럼 좀쑤셔서 뭍에 간건가요? 아버지 돌아가신 바다에서 은태형 수장시키고, 그덕에 배며 보증금이며 빚만 잔뜩 진 이 섬에서 뭘 할수 있었게요. 은식이도 가족끼리 모여 오순도순 사는게 꿈이었어요.

    진수 부 : 하긴 은식이 사람 하난 실했다.

              어른 대할 줄 알고, 싹싹하고, 또 혼자된 어머니께 효심도 지극했지. 아버지 죽어 중학교 못가게 됐을 때도 은태따라 나서서 배 손질 하던 녀석이다. 그때 어망매고 쫄망쫄망 걸어가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눈시울이 붉어진다)

    (모두 숙연해진다)

    진수 모: 서울에 가서도 방세랑 식대만 빼놓고는 꼬박꼬박 돈 부쳤다고 하던데… 그건 그렇고, (목소리를 낯추며) 정말 데모하다 죽은거여?

    형진 : 글쎄, 뭐 그렇다기 보다도…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건물에다 현수막을 거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떨어진 모양이에요.

    진수 부 : 현수막이라니. 아니 그럼 천에다 구호같은 거 써서 걸어 놓는 거  말인가?

    형진 : 그런가봐요. 은식이가 다니던 공장에서 기계에 사람들이 많이 다쳤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회사측에선 20만원 정도로 다 쫓아내버리니, 공장 사람들이 다 흥분해서 모였었다나봐요.

    진수 모: 그럼 은식이가 앞장 선 거로구만 …

    형진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구요. 다들 흥분해서 그러니까 은식이도 같이 하게 된 거겠죠.

    진수 모 : 나서긴 왜 나서, 고향에 있는 자기 어머니를 생각해야지. 남들이 아무리 뭐래도 착실하게 일만 했으면 좀 좋아?

    (진수 부 형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침울한 표정이다. 멀리서 뱃 고동소리가 들려오고, 뭍으로 가려는 사람들 짐을 챙긴다. 오른 쪽에서 진수와 어머니 등장한다)

    진수: (어머니에게)배가 오나봐요.

    어머니 :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래. 배가 도착한듯 사람들 부두쪽으로 줄을 지어 걸어나가고 그 사이에 진수 부, 모와 어머니 어색하고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진수 모와 어머니 손을 꼭 잡는다. 이때 납골당을 든 은미와 그뒤로 혜진이 왼쪽에서 들어온다. 조금 뒤에 카메라 가방과 카메라를 든 지훈, 이리저리 둘러보며 등장, 부두경치등을 찍는다.

    은미와 어머니 서로 바라본다.

    은미: 엄마 은식이 오빠가 왔어요.

    어머니: 그래, 은식이가 왔구나.

     (어머니에게 걸어가서 납골당을 건네주며) 엄마.

    어머니 : (받지 않는다. 혼자말처럼) 아니야. 우리 은식이 이렇게 돌아올 은식이가 아니아. 잘 생긴 내 새끼가 왜 이런 통속에 있다나 말이야? 난 싫다, 싫어.

    은미 : (흐느끼며)엄마, 내가 봤어요. 은식이 오빠예요.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다)

    어머니 : 불쌍한 내 새끼. 좋은 옷 한번 못해 입히고, 좋은 음식 한번 못멕이고, 공부도 못시킨 이 에미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한숨, 납골당을 붙잡고 어루만진다)

    혜진 : 아니요, 원망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얘길 할 때면 얼마나 신이 나 했었는데요.

    어머니 및 사람들 낯선 혜진을 바라본다.

    혜진: 아, 저, 저는 고 이은식열사와 같은 공장에서 일한 김혜진이라고 해요. 인사가 너무 늦었지요, 경황이 경황인지라…. 고 이은식열사장례 준비위원회에서 여기까지 오는것을 맡았어요. 원래는 광주 망월동에 모시려고 했는데… (담담히 말하려 하나 넘쳐나는 슬품을 억제하지 못한다). 늘 은식이 형은 아버지와 형이 잠들어 있는 서해안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은미씨도, 어머니 의견을 전했구요. 또 시신도….

    어머니 : 그 아이 죽는걸 봤어?

    혜진 : 예… 면목 없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 (은미에게) 너도 봤댔지?

    은미 : (울음을 참으며) 내가 봤을 때 오빠 얼굴은 평온했어요.

    어머니: 아니야. 끔찍했을 거야. 가루가 되어 돌아온 내자식….

    은미 : 엄마, 고정하세요. 그러게 함RP 가자고 했잖아요. 나 보내놓고 엄마가 어떻게 했을까 눈에 훤히 보였어요. 엄마가 장례식을 봤으면 오빨 정말 자랑스러워 했을거에요.

    어머니 : 너는 발 헛디뎌 죽은 오빠가 자랑스럽니?

    은미 : 엄마! 오빠를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오빠를 그리워하는 건 엄마나 저나 꼭 같아요. 하지만 엄마, 나도 잘 모르겠지만 오빤 단지 죽은게 아니라구요.

    혜진: 어머니, 이제 은식이형 보내드려야죠. 어머님이 보내 주셔야 한도 풀고 좋은 데로 갈 거예요. 좋은일 하다갔으니 평안하고 기쁠 거예요.

    어머니:나는 잘 모르겠다. 아, 좋은 일이라니(서서히 오른쪽으로 걸어나가며)누구 좋은일 시켜준다고 죽어버린단 말이냐. (퇴장. 이때 지훈 셔터 누른다)

    은미 : (형진에게 내려놓았던 짐을 가르키며) 어서들어다줘, 바다에 뿌릴 때 같이 태워야 해. (진수에게 다른짐을 가르키며) 이건 오빠 유품이야. 집으로 가져다 줘. (형진, 진수 들고 오른 쪽으로 퇴장) (혜진에게) 북바위로 가요. 거기가 아버지 계신 곳이예요.

    혜진 : (은미의 손을 잡으며 퇴장한다.)

    은미 : (돌아보며) 아저씨, 아주머니도 오실거죠? (진수부모 끄덕이며 퇴장)

    진수 부 : 우리도 가 봐야지.

    진수 모 : 그래야죠, 은식이네가 담담한 척 하니 오히려 가슴이 아프네요.

    진수 부 : 신문에서 데모하는 놈들 죽어도 싸다하지만 누구 자식인들 안귀한가? 사람 목숨을 그렇게 얘기하는게 아니야.

    진수 모 : 그러게 말이에요. (퇴장)

    (무대에는 지훈만 남았다. 카메라에 새 필름을 끼우고는 짐을 들고 서서히 마을 쪽으로 퇴장한다. 불이 꺼진다)



제 2장


 1장에서 3일 쯤 지났다. 북바위 (오른쪽)가 보이는 바닷가이다. 불이켜지면 왼쪽에 지훈이 앉아있고, 오른쪽에는 진수와 진수 부가 새벽에 걷어온 어망에서 고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관객쪽에서 형진이 들어오는 데 이는 배를 대는 것이다. 형진배에서 그들을 내리며 인사를 한다.


    형진: 아저씨. 일찍 들어오셨네요.

    진수 부: 많이 잡았나.

    형진: 글쎄요. 요즘은 계속 노가리만 걸려드네요.

    진수 부 : 요즘이 한창 아니냐.

    지훈은 북바위쪽과 형진등의 일하는 모습을 열심히 찍는다.

    진수 부 : (형진에게) 그래. 은미네 집엔 좀 가봤나?

    형진: 가보긴 했지만도 ….

    진수 부 : 우리집 사람도 계속 가긴하는데 은태때하고는 또 다른것 같다더라. 왜, 안 그렇겠나? 멀쩡한 자식 가루가 되었으니.

    형진 : 아저씨, 진수 대학에 보내실 거지요?

    진수 부 : 그래야지. 학교 그만두게 한 게 마음이 아파서…. 늦게 본 자식 학교 못다니고 군대 보냈을 땐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지.

    진수 : 열심히 하고 있어요.

    형진 : 검정고시도 붙고, 대학에 가서 은식이 한 좀 풀어줘라.

    진수 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형진: 똑똑한 놈들중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 있어야지. 배운 놈들이 다 한통속이니. 우리같은 놈들은 총알받이 밖에 안되는거야. 잘난 놈들이 밟고 서는 디딤돌이고 , 진수 너는 그러면 안된다.

    진수 : 나도 다 알아, 형. 우리 부모님. 어떻게 사시는지 다 보고 큰 걸. 나도 무엇인가 할거야.

    진수 부 : 무엇인가 안 해도 좋다. 나서지 말고 착실하게 만 살아. 북바위 쪽에서 어머니 등장한다. 조금은 멍한 표정. 기운이 없다.

    형진 : (일어서며) 안녕하세요? 은식이에게 다녀오세요?

    어머니 : 응! (진수 부에게는 고개만 인사한다) 아무리 은식이가 그랬어도 땅무덤을 만들 걸 그랬나봐. 모두 바다에 있으니 바라보고 있으면 출렁거려서 안심이 안돼. 아비랑 형이 은식일 부른 것 같기도 하고….

    형진: 바람이 찬데 이제 들어가세요.

    어머니 : 그래 (진수 아버지에게, 혼자말처럼) 자꾸 허망해져서…. (퇴장한다) (어머니가 지훈 앞을 지나갈 때 지훈 사진 찍는다)

    형진 : (진수에게) 누구야?

    진수 : 사진 작가라나봐. 이장 아저씨 집에서 묵고 있어.

    형진 : 그래?

    진수 부 : 진수야, 나 먼저 들어갈랜다. 고기는 가지고 갈테니, 어망 정리해 놓고 와라.

    형진: 들어가세요, 아저씨. (진수부 퇴장) 기운이 없으신것 같다.

    진수 : 은식이형 돌아온 후로 그러셔. 서울 누나네랑 형네도 괜히 전화하시고 나보고도, 배도 못태우겠고, 공장도 못보내겠대. 대학가서도 나서지 말라고 얼마나 야단이신데. 아직 들어가지도 못한 다학을 가지고….

    형진: 걱정이 돼서 그러시겠지. 그런데 진수야, 네생각에도 은식이기 그저 실수로 죽은 것 같니?

    진수: 무슨 얘기야? 누가 죽였다는 거야?

    형진: 아니, 그게 아니고, 남들이 다 그러니까 같이 에모한것 같냐고.

    진수: 글쎄…. 은식이형 원래 순하고 사람이 좋아서, 싸우는거 싫어하잖아.

    형진: 내 말이 그거야 사람한테 아픈 소리하기 싫어하는 은식이가 왜 나서서 구호를 걸었겠냐는 거지.

    진수: 그럼, 형은, 은식이형이 데모한게 잘한 거라는 거야?

    형진: 그게 아니야.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뭔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을지도 몰라. 가리워져 있어서, 나는 정말 사는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진수: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어. (형진을 꼬집으며) 아프지? 그럼 형은 살아있는거야.

    형진: 내가 살아있다고? (방백)

    진수: 아휴 힘들어, 형 나 먼저 들어갈게…(나가려다가) 도와줄까?

    형진: 아니야. 내가 늦은걸. 들어가. (왼쪽에서 은미 등장한다. 진수 나가다말고)

    진수: 형.

    형진: 그냥 가라니까. (은미보며) 어, 은미. (진수, 놀리듯 장난치며 퇴장한다)

    은미: 엄마가 여기 있다고 하길래.

    형진: 아침 먹었어?

    은미: 그럼…. 힘들지?

    형진: 힘들긴. 매일 하는 일인데…. 어? 은미가 날 그렇게 걱정해주는 줄은 몰랐는걸.

    은미: (샐쭉하여) 그걸 몰랐다면 둘 중의 하나가 목석이겠지, 아니면 둘다든가.

    형진: 참, 어머니가 너무 혀해보이던데.

    은미: 그래, 걱정이야.

    형진: 서울에서 같이온 여자, 아직도 있다지?

    은미: 응.

    형진: 혹시, 은식이랑 친했던 거 아냐?

    은미: 그래.

    형진: 역시 그렇군.

    은미: 지금 무슨 얘기하는거야? 역시라니. 우리 오빠가 공장에서 여자나 꼬드긴 줄 알아?

    형진: 뭐라고? 은미 너.

    은미: 난 정말 오빠가 자랑스러워 처음엔 사람들이 빨간 색 띠 두르고, 손올려 소리소리 지를 땐 무섭기도 했는데, 깡패들에 맞서서 오빠 시신을 지켜줬다는 얘길 듣고는 얼마나 고마웠는지…장례식때는 공장사람들 거의 전부가 다 왔어, 넥타이 맨 사람들 말고… 모두들 한가족처럼 슬퍼하는데 오히려 오빠에게 내가 더 먼 사람 같더라고.

    형진: 열사의 동생이라는게 자랑스러웠구나.

    은미: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의 죽음으로 내가 영웅심을 즐겼다는 거야? 오빠의 죽음이 내겐 너무도 놀라운 시작인 것 같아.

    형진: 그래, 넌 좀 변한것 같아. 나 역시 은식이의 죽음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 나와 EH 사회라는 내겐 걸맞지 않는 거창한 생각들이.

    은미: 왜 그게 오빠에게 걸맞지 않은 생각이야? 오빠도 지금 살아있는 사람인데.

    형진: 그래 난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내 한 몸 살아가는 것도 힘겹다.  아직도 수협에 배값으로 빌린 돈이 600만원 남아있고, 아직도 철모르는 동생이 둘이나 있어 내가 키워야해. 도대체 네가 살아 있어서, 은미 넌 뭘 하겠다는 거야?

    은미: (돌아서서 몇 발자국 걷다가 돌아서서) 그래 나도 그 생각 중이야. 오빠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알고 싶어.

    형진: (은미에게 다가와서) 은미야. 은식이의 환영이야.

    은미: (형진을 바라본다. 모멸감과 긴장이 감돈다)

    형진: (부드럽게) 어머니께 말씀드렸니? 아니지. 어머니께 지금 상황에서 결혼 얘길 할 수는 없었겠지. 은미야, 나말이야. 비록 가진 건 없어도 건강하고, 열심히 살잖니? 난 어려서부터 따뜻한 가정을 꾸미는 게 내 꿈이었어.

    은미: 오빠 꿈 나도알아. 내 꿈이기도 했으니까.

    형진: 그래, 은미야. (안도의 기쁨으로 한숨을 쉬며 안으려 한다)

    은미: (뿌리치며)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 너무나 많은 것이 닥쳐왔어. (뛰어 나간다) (형진, 어망 쪽으로 가서 담배를 피워 물고 바다를 바라본다)

    지훈: (서서이 일어나서) 떠돌이인 내가 무슨 얘길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슨 얘긴가 하고 싶은데…

    형진: (북바위쪽 바다를 향해 큰 소리로) 은식아!

  

    불이 꺼진다.

 

 제3장


 은미네 집이다. 툇마루 하나가 있어 상징적이면 된다. 불이 들어오면 은미는 밥상을 부엌으로 내가고, 어머니는 마루에 앉아있다.


    혜진: (함지박과 호미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한다)

    어머니: 저, 혜진이.

    혜진: 예.

    어머니: 이리 좀 앉아봐.

    혜진: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는다.)

    어머니: 은식이 얘기가 듣고 싶어서 그래. 지겹지?

    혜진: 아니에요.

    어머니: 그래 은식이가 대들었다는 반장인가, 그 사람은 어디 사람이야?

    혜진: 네, 고령사람이래요, 그 사람도 농사일 하던 사람이죠. 「불량」잡고 늘어졌다가 괜히 본전도 못찾은 셈이 됐어요. 그덕에 그반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노조에 가입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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