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민족해방운동사를 정힙한다<7>

 

 오는 6월 10일로 우리는 매국적 지배세력에게 일대 타격을 주어 민중의 힘을, 민중이 역사의 주인임을 확인케 했던 87년 민중대투쟁의 2주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목적의식적 운동의 발전은 사상, 조직적 측면에서 현시기 운동의 양적, 질적 확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80년 이후 운동에 있어 반제투쟁의 제기는 한국사회변혁운동의 본질을 명확히 하는 새로운 전환을 맞게 했으며 이제 우리는 100여년에 걸친 민족 해방운동의 풍부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사상과 지도에 입각한 실천을 준비할 때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침략에 항거한 우리나라 민족해방운동은 온갖 지배․반공 이데올로기에 갇혀 그 본질이 왜곡되고 그 대상이 「영원한 우방」으로까지 선전되어왔다. 그 뿐 아니다. 민족해방운동(이하 민해운)을 이끌어 온 주류세력은 매도되어지거나 혹은 베일에 싸여 은폐되어 왔으며 남한내 운동세력에도 왜곡된 역사인식이 광범하게 유포되어 왔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장구한 민족해방운동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그 주류세력을 역사에 정당히 복원시키는 일이 한반도 운동사정립의 과제이다. 이를 통해서만 우리는 단결․통일된 하나가 되어 민족해방을 앞당길 수 있다.

 본 시리즈 「한반도 민족해방운동사를 정립한다」는 지배자의 역사에 누락되었던 민중의 해방투쟁의 역사를 찾아 이 가운데 획득된 우리 민족의 변혁 전통이 무엇이며, 이 전통을 계승한 변함없는 운동의 주류는 무엇이고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이 변혁전통 속에 살아있는 민족운동의 승리를 가져오게 할 지도사상과 조직건설․투쟁방법을 명확히 밝히려는 의도도 보인다.

 그러나 취지에 비해 앞선 글들이 부족한 점이 적지 않았으며 빠진 부분도 많았다. 이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본 글도 역시 이러한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하나 미흡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단지 아직까지 취약한 민족해방운동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대중적인 확산을 도모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자 한다.

 이글에서는 우선 변혁전통의 현재적 의의, 80년대 오늘 남한사회변혁운동에 있어서의 변혁전통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리하여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변혁전통을 다시금 평가하고 이의 실천과의 결합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앞선 글들에서 살펴 본 우리 역사에서 주류운동의 흐름에 근거해 현단계 애국민주운동의 과제를 점검해보도록 하겠다.



80년대 남한사회변혁운동에 있어서 전통의 제기

 우리 민족의 변혁전통은 「민족주체역량에 의거한 전통」이다. 이의 시원은 식민지하 조선민중의 제국주의 일본과의 싸움, 항일무장투쟁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항일무장투쟁은 「민족주체노선과 민족주체역량에 의거하여 끊임업이 자기의 생명력을 발산하면서 여타의 모든 반일운동을 고무․추동한 중심적 투쟁이며 반일민족해방운동의 합법칙적 발전을 전면적으로 구현하면서 승리를 쟁취해 낸 주류운동」이다.

 또한 「15여년에 걸친 독창적인 길을 개척해왔으며 우리에게 언제나 지침이 될 혁명운동의 본질적인 사상이론과, 비할바 없이 큰 감화력을 가진 투쟁기풍, 풍부한 혁명투쟁의 업적과 경험, 원숙한 혁명적 사업방법과 민중적 사업작풍 등 다른 어떤 반일운동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특이한 혁명적 재산들을 창출」하였다. (이재화, 「한국근현대민족해방운동사」,백산)

 이러한 항일무장투쟁과정에서 형성, 발전된 변혁전통을 현재에 올바르게 구현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반제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길임을 생각할 때 이의 올바른 계승, 발전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여기서는 이를 사상적 문제와 조직적 문제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계승․발전시켜야 할 변혁전통의 핵심적 부분이 바로 투쟁을 이끌어나가는 사상의 문제이다.

 식민지 국가에서 변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사상을 노동자․농민계급의 혁명적 사상으로 확고히 하여야 한다. 항일무장투쟁과정에서 형성․배태된 사상은 「혁명의 주인은 민중이며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을 교양하고 조직동원하여야 슬리할 수 있다」는 것과 「혁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는 자주적․창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조선혁명의 실천적 경험과 교훈에 입각하고 있다.

 현 남한사회변혁운동을 이끄는 사상 또한 현재 운동권내에 퍼져있는 교조주의․사대주의의 척결을 통해 남한사회변혁의 현실적요구와 구체적으로 결합하여야 한다. 즉 남한사회변혁운동의 실천적경험과 요구에 입각한 사상․이론․방법의 전면적 재정립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남한변혁운동의 사상․이론․지도방법의 근본적 재정립의 과정은 곧 지도사상이 남한의 구체적 조건과 변혁운동의 실천적 요구에 맞게 심화․발전되는 과정이며, 전국적 차원에서 완전히 실현되고 완성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eh한 항일무장투쟁의 전통은 민족주체역량을 성장․발전시키는 방도를 제시해준다.

 항일무장투쟁시기 전위당-반일대중단체-반제민족통일전선의 유기적 운용은 현단계 남한변혁운동의 조직건설사업에 매우 유용한 경험과 방도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항일무장투쟁과정과 당면 남한사회변혁운동의 내적연속성을 올바로 파악하는 「계승」의 문제와 아울러 반드시 견지되어야 할 점이 변화된 오늘의 주객관적 조건에 맞게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혁신」의 문제이다.

 항일무장투쟁시기 창출된 전통을 남한의 구체적 조건과 변혁운동의 실천적 요구에 맞게 심화․발전시키면서 「전국적 차원」에서 완전히 실현시키고 완성시켜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또한 변혁전통이 전후 단절되었다는 인식의 극복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은 주류의 변혁전통이 전후 단절되었다는 인식하에 남한사회만의 독자적 변혁을 주장하는 반국적(半國的)변혁관에 입각해있다. 이는 60년대 이후, 내재되어 온 남한내 변혁전통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이에 우리의 과제가 내재되어 온 변혁전통을 다시금 평가하고 그 경험을 풍부화하여 현시대 운동상 여러 과제를 올바르게 풀어나가는 것임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현단계 애국민주 운동의 제과제

다음에서는 자주․민주․통일이라는 우리민족의 역사적 과업을 이루기 위한 현시기 한국사회변혁운동에 있어서의 과제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대중의 기반으로서 당의 역사

 우리나라 당의 역사와 혁명전통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단순한 복원」이 아닌 「올바른 계승」이 필요하다.

 남한사회변혁운동은 항일무장투쟁과정에서 창출된 전통을 계승․혁신한 민족해방운동사의 합법칙적 발전과정으로, 한국전체에 걸친 변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현재 운동권 내부에는 변혁전통이 단절되었으며 변혁을 남한내 정치권력상의 문제라고 보는 반국적 혁명관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혁명 이후 각나라 실정에 맞게 심화․발전되어 온 세계변혁운동의 합법칙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통해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사회 변혁에 관한 반국적 인식을 극복하고 전국적 차원에서 한국 변혁운동을 승리로 이끌어가야 한다.

 우리의 변혁운동이 단순히 정치권력상의 문제가 아닌 자주화와 조국통일의 과제가 중심적으로 제기되므로 한국사회 변혁운동은 전국적일 수밖에 없다.

 해방이후 소위「공안사건」으로 나타난 통일혁명당을 비롯한 제반 당이나 전위조직들은 전국적 관점아래 한국사회변혁운동을 바라보았으며, 올바른 사상과 대중적 조직을 기반으로 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제반전위조직에 대한 재평가와 창조적 적용이 현시기에 제기되는 과제의 하나인 것이다.

 

조직문제와 단결의 실현

 조직문제 또한 합법칙적인 역사발전의 연장선상,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하여야 한다. 이는 곧 「조직문제의 해결방도는 변혁전통의 관점에 입각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임을 뜻한다.

 올바른 지도에 의한 대중의 의식화, 조직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발생․풍부화된 조직건설투쟁의 전통은 대중의 단결과 통일을 시급히 요청하는 현시기 운동을 인도하는 모범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변혁운동이 본질적으로 민족해방운동이라고 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단결하는 것이다. 항일무장투쟁경험에서와 같이 전위조직-대중조직-통일전선조직의 유기적 운용이라는 과제도 제기된다.

 조직건설의 문제에 있어 제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혁신정당」건설의 문제이다.

 「혁신정당」은 현시기 한국사회에서 민중의 절박한 이해와 요구를 담아낼 장으로써 요구되며 아울러 이는 대중 투쟁의 합법칙적 발전의 산물이다. 「혁신정당」은 대중의 자연발생적인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의 단결․통일된 대오를 확고히 할 전국적 정치 조직으로서, 합법공간내 민족민주운동의 구심으로서 역할할 수 있다.

 「혁신정당」이 확고히 설 수 있기 위한 현실적 토대는 사회변혁운동의 사상의지적일치 및 광범위한 민중의 정치적 각성과 조직력의 정도에 있다. 이는 광범한 민중의 이익을 옹호․실현하는 당이어야 한다.

 또한 대중에 철저히 입각해야한다. 대중조직의 조직사상적 기반을 노동계급․농민등 대중 속에 확고히하지 못했을 때 대중을 올바로 지도할 수 없고 조직은 붕괴될 수 밖에 없다.

 조직문제에 있어서 대중의 지위와 역학을 중심으로 조직문제를 풀어나갈때만이 승리를 안아올 수 있다.

 

 변혁운동의 주체는 대중

 또한 애국민주세력이 늘 견지하여야할 점은 대중을 변혁운동주체로 올바로 서게하는 일일 것이다.

 대중을 올바른 사상으로 무장하게 하여 노동자․농민등을 변혁의 지도적 핵심으로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노동자․농민은 어떤 종파속에도 동요되지 않고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운동의 주력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변혁세력의 조직적 골간은 노동자․농민으로 꾸려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상과 동력을 명확히 하는 대중의 의식화․조직화사업이 제기된다.

 의식화 사업의 중요성은 모순에 대한 인식, 투쟁의지 없이는 민중이 운동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사회변혁운동에서 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의식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더욱이 식민지적 상황에서 대중의 사상․의식 자체가 노예화되어 있기에 이것의 극복은 시급한 것이다.

 이 사업은 각 대중들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식․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하며 이를 통해 반미자주의식, 민주주의․통일염원의식을 고취시켜야한다.

 의식화와 함께 중요한 것이 투쟁이산만성과 분성을 띠면 지배 세력의 공격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직화될 때만 비로소 대중적 힘의 위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다.

 조직화됨으로써 민중이 하나의 역량으로 결속되고, 민족의 의지가 하나로 집약되어 큰 힘을 낼 수 있다. 또한 민해운에 대한 통일적 지도 역시 대중을 결집하고 활동적 조직으로 만들어내는 조건에서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변혁운동의 기본동력인 노동대중의 조직화에 선차적 힘을 기울여야 한다.

 87년 이후 애국민주운동에의 대중적 진출이 확대되면서 88년 이후에는 반미의식 또한 고양되었다. 이는 오랫동안 그 본질이 희석화되어 왔던 반미자주화투쟁에의 대중적 진출에 포문을 여는 일이며 동시에 민족해방운동사 합법칙적 발전의 발현이다.

 투쟁의 대중화는 승리의 관건이며 대중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으식화작업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반미자주화 의식을 대중 속에 폭넓게하고, 반북의식을 깨뜨리는 것 역시 현시기 나서는 과제이다.

 

전위대의 지도성 옹호․실현

이는 주류의 전통을 계승한 민족민주운동의 전위대의 지도성을 옹호․실현하는 일이다. 한국변혁운동의 지도사상, 이론, 방법을 정확히 체득하고 전위대의 정치적 지도를 각계각층 대중 속에서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는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방도를 체계화시켜야 한다.


 맺음말

이상 현시기 한국사회 변혁운동에서 요구되는 제 과제를 살펴보았다.

 기존의 여러 민주운동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파괴당하거나 또는 자체 내부의 와해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활동을 중단한 예를 많이 보아왔다. 전민련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라 여겨진다. 이는 주요역량인 노․농운동이 확실히 성장하고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상적 통일조차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전민련의 예는 올바른 지도사상에 입각하여 실천하고 현정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운동세력만이 미제국주의와 군사독재 정권의 탄압하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견뎌낼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암흑기처럼 가리워져 인식되었던 1930년대 우리민족의 항일무장투쟁 과정 속에서 창출된 주류전통을 계승․발전시킬 때 꺾이지 않는 강고한 대오는 가능할 것이다.



한민정(현대사 연구가)




알림

본 기획시리즈 「한반도 민족해방운동사를 정립한다」가 이번 894호로 매듭짓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리즈를 제대로 싣지 못한 것에 대해 독자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그간 보여주신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질타 부탁드립니다.             

이대학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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