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살해범은...

 

그 끔찍한 범인이 글쎄 중학교 3학년짜리래요, 글쎄』

『이제는 안심하고 학교에도 아이들을 보낼 수 없으니 원 세상이 왜 이런대요?』

 국민학교 3학년 어린 소녀가 학교 화장실에서 폭행당한 후 살해되었다는 신문보도는 웬만한 사건쯤은 불감증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관심거리였다. 더구나 범인인 15세 소년이 부유한 모회사간부의 아들로, 이전에도 6차례나 폭행을 저질렀으며, 전혀 반성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는 데에 더욱 충격을 주었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숭악한 세상이라고들 말할 뿐이었다.

 저절로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진절머리가 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중학교 동창의 투신자살소식은 나를 한동안 망연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공부와 대학입시로 몰아붙이던 학교와 부모의 성화는 그 친구를 구석으로만 몰았다. 급기야는 정신이상증세로 집안에 갇혀 살게 되었고, 그 친구는 식구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땅을 향해 제 몸을 곤두박질시켜 버린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숨막히는 중압감으로 짓누르는 현실에 대항해 제 몸을 죽인 것이 아니라, 엉망진창인 우리의 교육 현실이 타살한 한 예에 불과하다.

 국교생을 살해한 그 15세 소년은 늘 공부 때문에 집에서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견디기 힘든 중압은 그 소년으로 하여금 제 몸의 상해보다 더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했을 것이다. 또, 무엇이 정말 참교육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돈은 범행 후 전혀 반성의 빛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매년 70만을 상대로 도박판처럼 뒤집어지는 입시행정과, 과정에 상관없이 오로지 「대학합격」이라는 결과만을 강요하는 전도된 교육체계와 주는 것만 받아 먹으라는 비민주적 교육방식이 얼마나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인가!

 이 사건 후 문교부와 학교는 교문 통제를 강화하고 출입자들을 철저히 감시한다는 엉뚱한 대책을 내놓았다. 파국으로 몰아가는 이 땅 교육의 진짜 문제는 간과한 채,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교육행정은 어느 TV프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댁의 자녀는 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습니까?』참민주교육에 대해 공감하는 어머니에게 던지는 어느 교육감의 발언은 바로 어린학생들을 살해하는 비수인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