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이화 아카데미 렉쳐(Ewha Academy Lectures)

사진: 김하영 기자
이화학술원이 주최한 제1회 이화 아카데미 렉쳐(Ewha Academy Lectures)가 23일(수) 오후3시 LG컨벤션홀에서 열렸다. ‘학문의 향기 : 과거로 미래로 퍼져 나가다’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 이화학술원 신용하 석좌교수와 서울대 임지순 교수(물리천문학부)가 연사로 나섰다. 이화 아카데미 렉처는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대중 강연형태로 풀어내는 학문적 담화·소통의 장이다. 이화학술원은 매년 봄·가을에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간회·근우회, 통일된 민족독립운동 노선의 기반이었다

“신간회와 근우회는 일제의 탄압 하에서 ‘완전독립’ 민족독립운동노선을 다졌다”

이화학술원 신용하 석좌교수의 강연 주제는 ‘21세기에서 보는 신간회와 근우회’였다. 신 교수는 신간회와 근우회가 우리 나라와 민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강연했다. 신간회· 근우회는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통치 속에서 1927년∼1931년 4년 동안 국내 민족협동전선에서 활동한 기관이다.

신 교수는 신간회와 근우회의 창립배경을 설명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신간회와 근우회는 당시 우리나라의 단일 사상이었던 민족주의가 민족주의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독립운동으로 분화되면서 창립됐다. 그는 “창립 이후 신간회는 일제식민지 교육 반대, 조선인 민족교육운동, 농민운동지원, 독립운동 옹호 등 조선민족의 정치·경제적 완전독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우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신 교수는 “근우회는 신간회와는 달리 여성단체 민족협동전선의 필요성을 느낀 여성운동계에 의해 조직됐다”며 “근우회의 시초는 통합된 기독교 계열 민족주의 여성단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근우회는 조선여자의 단결·지위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당시의 여성계몽운동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에 대한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 단체를 조직화하기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근우회 지회의 설립은 중요한 여성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신간회와 근우회의 해소(解消) 원인을 ‘코민테른 및 프로핀테른 사상을 가진 단체·일제의 해체공작과 근우회·신간회 지방지회들의 자체적인 해소활동’에서 찾았다. 신간회·근우회의 독립운동 때문에 피해를 본 일제는 두 단체의 해소 이후, 이와 비슷한 단체에는 합법적 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신 교수는 “신간회·근우회의 해소는 민족운동·노동운동·농민운동의 성과를 약화시켰으며, 조선인들의 희생을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신간회와 근우회의 역사적 의의는 민족운동 활동의 노선 통일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갈래로 분산된 국내 민족독립운동 노선은 신간회·근우회를 통해 ‘절대독립의 민족독립운동 노선’으로 통일됐다. 덧붙여 그는 “두 단체는 일제의 가혹한 통치 속에서도 ‘대일본제국’의 일부가 되기를 포기하고 조선의 완전독립만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두 단체의 활동이 없었다면 일본의 패망 이후에도 조선은 일본에 귀속됐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신간회와 근우회의 활동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신간회는 민족의 완전독립을 위한 단일 노선을 택했지만, 근우회는 여성해방·여성지위향상을 위해 복합적으로 노력했다”며 “근우회 활동이 질적인 면에서 그 가치가 높다”고 답했다.

나노기술, IT·BT·ET 분야의 지평 열다

“나노는 21C 핵심기술 중 하나다”
서울대 임지순 교수(물리천문학부)는 ‘과학기술 2020과 수소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임 교수의 강연은 이화학술원 신용하 석좌교수의 강연 후에 진행됐다.

그는 IT(Information Technology)·BT(Biotechnology)·ET(Energy Technology) 분야에 쓰이는 나노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100mn(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연구하는 나노기술은 IT와 BT 각각의 고유영역을 파괴하고, 두 분야를 서로 융합한다. 그 결과 ‘실리콘(Silicon) IT’와 ‘탄소(Carbon) BT’가 서로 교차해 ‘탄소 IT’ 및 ‘실리콘 BT’가 새롭게 생성된다. 연구에 쓰이는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크기에 해당된다. 임 교수는 “나노기술을 이해하려면 과학 진보를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자신의 주 연구 분야인 ‘탄소나노튜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 모양이 서로 연결된 형태로, 그 주위는 튜브로 둘러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튜브 평면의 지름이 나노미터이기 때문에 탄소나노튜브로 불린다. 현재 차세대 메모리 후보로 꼽히는 FRAM·MRAM·PRAM에는 이미 탄소나노튜브를 응용한 집적이 진행되고 있다. 임 교수는 “극소형 트랜지스터 분야에서의 탄소나노튜브 응용은 이론적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의 실용화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섬유분야에 응용되는 나노기술도 제시했다. 이제까지는 거미줄 ‘네필리아’가 모든 섬유를 통틀어 가장 강하다고 평가됐지만 인공섬유 탄소나노튜브가 발명되면서 인공섬유가 최고의 강도를 지니게 됐다. 새로 개발된 인공섬유는 고강력 섬유로 유명한 ‘케블러’를 뛰어넘는 고강도를 지닌다.

ET(Energy Technology)에 응용된 나노 기술도 소개됐다. 현재, ET 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차는 하이브리드차 이후의 대체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다. 임 교수가 발견한 수소저장 물질구조를 이용하면 폭발 위험이 큰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함으로써 수소 연료전지차의 폭발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는 금속이 부착된 폴리머에 수소를 결합해 대용량의 수소를 고체로 변형하는 방식이 쓰인다. 폴리머는 수소와의 접촉영역을 넓히기 위해 퍼져 나가는 가지 모양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과학기술은 선진국과의 기술 및 특허 경쟁이 중요하다”며 “연구의 국제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강연에 참석한 허수지(환경·2)씨는 “석학의 강의를 통해 깊고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계산고체물리학’이란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지난 4월에 우리 학교 최진호 교수(화학) 등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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