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 항쟁 20주년 기념 특집

대학생 10명 중 3명 만이 6월 항쟁 발생 시기를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항쟁에 대한 인지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55.9%가 모른다고 답했다. 6월 항쟁 관련인물인 박종철과 이한열을 선택하는 문제에서도 2개를 모두 맞춘 사람은 전체 10%였다. 1개만 맞춘 사람도 22.8%에 그쳤다.

이는 본지가‘6월 항쟁에 관한 대학생 의식’을 주제로 한국일보, 3개 대학(고려대·서울대·연세대) 학보사와 함께 4개 대학 학부생 총 1,0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2.9%, 신뢰구간은 95%다.

△6월 항쟁, 절반은 “모른다”

4개 대학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6월 항쟁에 대한 인식률이 낮았다. 이는 4.19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인식률이 각각 85.7%, 80%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6월 항쟁계승사업회 추진위원회 엄수민 홍보팀장은 6월 항쟁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지도가 낮은 원인을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과 달리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6월 항쟁은 정확한 발생시일보다 6월이라는 포괄적인 범위로 알려져 사람들이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20주기를 맞아 6월10일이 ‘6.10 민주화 항쟁'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인식도가 높아질 것에 대한 기대도 있다. 그러나 발생시일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고 해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6월 항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의 57.3%가 6월 항쟁에 무관심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김나윤(법학·06)씨는 “현실에 당면한 취업 등 개인 문제가 시급하다 보니 과거 역사에 대해 관심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6월 항쟁 기념사업·홍보 부족해 

학내 민주항쟁 관련 기념사업의 관리 부족은 6월 항쟁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부추긴다. 연세대의 경우 이한열 열사 영정이 찢어진 채 지난 3년간 총학생회실에 방치돼 있었다. 서울대 역시 열사를 기리는 10개의 추모비가 있지만 학생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방치된 상황이다.

우리 학교는 열사비나 기념관 자체가 없다. 지금 있는 세 그루의 열사목은 이화민주화 동우회(이민동)에서 이민동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세운 것이며 그 외에 학내 운동 관련 기념물은 없다. 그나마 있는 세 그루의 열사목도 6월 항쟁과는 연관이 없으며, 더욱이 학내 ECC공사로 인해 가려져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기념물 관람 여부에 대해 62.3%의 학생이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타 대학 보다 24%나 높은 수치다.

학내 민주화 운동 기념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76.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79.5%가 필요하다고 답해 4개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나연(영문·05)씨는 “기념비나 행사 등이 있다면 계속 좋은 정신을 기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내 선후배나 친구 사이에 정치 문제와 관련한 의사소통도 이뤄지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6월 항쟁을 알게 된 경로의 62.6%는 수업이다. 신문방송이 22.1%였고 그 외 선배나 서적·친구·가족·세미나 등의 비율은 현저하게 낮았다. 김나윤씨는 “선후배와 정치 사안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관심사가 정치 사안보다는 개인적인 일에 많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학교의 경우 선배·친구·세미나를 통해 알게 됐다는 학생은 0%였다. 서울대 학생의 7.4%, 고려·연세대 학생의 3%가 선배로부터 알게 됐다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학내 민주화 운동 기념물 관람 계기를 묻는 항목에서도 우리 학교는 3개 대학과 차이를 보였다. 선배나 친구의 권유로 보게 된 경우는 서울대와 연세대가 18.8%, 12.1%인 것과 달리 우리 학교는 0%였다.

△정치참여,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그쳐

대학생들의 투쟁이나 데모에 대한 반감은 일반화된 현상이다. 실제로‘만약 과거 선배들이 살았던 시대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선배들처럼 민주화 운동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65.5% 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위현(특교·03)씨는 “80년대 운동은 투쟁과 데모의 이미지가 강해 반감이 드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현안에 대학생들이 의사표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학생들의 47.5%가 투쟁과 데모라는 운동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대학생이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해야한다는 입장이 다수다. 정치현안에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옳다는 학생이 81.3%였고 정치 현안에 대한 대학생의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63%나 됐다.

그러나 학내 정치문제 관련한 운동 참여 여부에는 84.3%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해 의식과 행동에 괴리가 있음을 보였다. 정치개혁대학생연대 정재훈 대표는 “학생들이 정치 참여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생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장이 마련된다면 월드컵 응원을 하던 젊은이들의 열정이 정치 참여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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