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주요 4개 대학·한국일보 공동취재- 지방출신 대학생, 생활고 조사

부산에서 올라온 ㄱ(법학·04)씨는 학교 앞 Q원룸에서 거주한다. 원룸 비용으로 매달 나가는 돈은 월 60만원에 보증금 천만원. 1인1실이면서 학교와 근접하고 안전한 곳을 찾다보니 평균보다 더 비싼 곳에 머물게 됐다. ㄱ씨의 어머니는 “매달 60만원씩 나가는 돈은 한학기 학비보다도 더 부담된다”고 말했다. 학비의 경우 장학금 등 해결 방안이 다양하지만 부산이 고향인 ㄱ씨에게 주거비는 절약할 수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지방 학생들은 기숙사·원룸·하숙비 등의 주거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우리학교 앞의 비싼 주거비용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부담은 크고 시설은 낙후

우리학교 학생들이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안정성과 깨끗함 그리고 가격이다. 우리공인중개사 노화동 사장은 “이 지역은 작은 고시텔이라도 깨끗하고 시설이 좋으면 한달에 40~50만원을 받을 정도로 비싸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른 신촌 일대의 집값은 학생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우리학교와 연세대·서강대가 함께 위치한 신촌은 1년 사이 집값이 5% 가량 올랐다. 이는 이대와 신촌에 형성된 편의시설·상업시설 때문이다. 닥터부동산 이성완 실장은 “옷가게와 쇼핑몰, 어학원 등 먹거리 놀거리가 즐비해 졸업생들이 취업 후에도 학교 주변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편리한 생활권을 선호하는 거주자가 늘면서 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공급은 부족해져 집값이 오른 것이다.

학교 앞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로 2∼3 정거장 거리지만 학교 주변보다 집값이 저렴한 아현동과 독립문 근처를 찾는 학생들도 많다. 고시원 가격은 한달에 20만원으로 학교 앞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다. 탑부동산 최정민 실장은 “낮은 가격을 원하는 학생들은 이대에서 조금 떨어진 북아현동쪽에 거주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30분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통학하는 경우도 있다. 박은영(언론·05)씨는 “신촌에서 지내려고 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대학 일대와 신촌지역의 주거비용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외대 앞은 보증금 500만원에 매달 35만원을 지불하면 투룸(방이 두개인 자취공간)에서 살 수 있지만 신촌에서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55만원을 내도 원룸에서 지내야 한다. 이수림(체육·06)씨는 “같은 비용임에도 고려대 근처 안암동에 거주하는 친구의 자취방은 내가 지내는 곳보다 2배나 넓다”고 말했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저렴한 방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저렴한 방을 구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시설·인적이 드문 주변 환경 등의 문제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대 후문 앞 창문이 없는 하숙집은 밥값을 포함해 월 30만원 정도다. 같은 지역내의 다른 하숙집보다 10여 만원 이상 저렴하지만 햇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 또 가격이 저렴한 일부 자취방 중에는 도로 주변에 위치해 지나가는 차량의 소음이 들리거나 9명이서 하나의 화장실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곳도 있다. ㄴ(간호·05)씨는 “가격이 싼 곳을 찾아봤으나 낡은 창문·80년대형 책상 등 생활 여건이 열악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 대응 부족해

지방학생들은 학교 내부에 위치해 안전하고 시설도 깨끗한 기숙사를 선호하지만 우리학교 기숙사 수용 인원은 전교생의 약 6%에 불과하다. 우리학교 1학년 기숙사 수용 인원은 614명으로 이는 2007년 신입생 3천363명 중 18%에 해당한다. 2~4학년을 위한 방 수는 턱없이 부족해 세 개 학년을 통틀어 총 98명만이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다. 서울대 기숙사는 남자 1천422명, 여자 780명 총 2천202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는 서울대 전체 재학생의 12%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고려대는 기숙사 수용 인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숙사를 신축할 계획이다. 기숙사가 새로 신설될 경우, 재학생 800여명이 추가로 입사 가능하다. 우리학교는 캠퍼스 부지가 부족해 기숙사 증축 계획은 현재 없는 상태다.   

기숙사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학교 기숙사는 밥 값을 제외하고도 한 학기에 최고 136만원, 평균적으로는 1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 1학년 때 기숙사에서 지낸 팽가은(경영·06)씨는 “기숙사 비용이 비싸 학교 근처 하숙집 비용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기숙사는 한 학기에 식권값을 제한 비용이 70만원 정도다. 이는 우리학교 보다 30~4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2005년 신축한 경희대 기숙사도 한 학기 6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비싼 비용과 적은 수용 인원 때문에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화인들은 학교 주변의 주거지를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주거지 정보가 부족해 학생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희진(행정·05)씨는 올해 기숙사 지원에서 떨어졌다. “학교 주변 거주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 매우 난감했죠.”
연세대 학생복지위원회는 학교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하숙집·원룸·자취집·고시원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자「택리지」를 만든다. 1년에 한번, 매년 2월에 발간되는 3천여권의 「택리지」는 신입생과 재학생들에게 배부된다.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대학생 주거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재 열린우리당 김교흥·정장선 의원실에서는 지방 학생의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생복지주택’ 법안을 건설교통부·교육부와 최종 조율 중이다. 이 법안은 특정 지역에 지방 학생들을 위한 학사를 설립하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보다 싼 값에 임대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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