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연구인생, 멈춤은 없다
40년 연구인생, 멈춤은 없다
  • 박혜진 기자
  • 승인 2007.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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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이서구 교수(생명·약학부)

사진제공 : 홍보과
“생명체에 존재하는 물질은 모두 중요하다. 어느 물질이 중요하지 않다고 간주된다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중요성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내 세포들의 신호 전달을 연구하는 이서구 석좌교수(생명·약학부)가 생명체를 대하는 태도다. 학자로서의 사명감이기도 하다.
 
2만5천 번의 논문 인용, ‘디스커버리 상’ 수상, 그리고 제1호 국가과학자 선정까지. 최근에는 이화학술원에도 참여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서구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가.

내 연구 분야는 생물 관련 화학이다. 그 중에서도 세포의 신호전달을 연구한다. 우리 몸에는 수십억 개의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말이다. 이들이 어떻게 의사소통 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산소 대사 과정 중 발생해 노화를 촉진시키고 암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라는 것이 있다. 이런 활성산소 양을 조절하는 체내 효소의 존재를 규명해 ‘사이언스’. ‘네이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활성산소와 세포의 신호전달에 대한 연구 업적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인가.

활성산소는 유해산소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구조를 손상시키기도 하고, 돌연변이나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세포의 신호전달을 위해 생성돼야 할 필요도 있는 양면성이 있지만, 해로운 물질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신호전달 임무를 마치면 빠르게 제거되어야 한다. 나는 활성산소가 어떻게 생기고 신호전달에 관여 하는지, 신호전달 후에는 어떻게 소멸되는지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0여년을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연구하다 2005년, 본교 분자생명과학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1997년, 이공계 활성화를 위해 장상 전 총장이 이화여대에 와서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나는 좁은 분야를 집중해서 연구하기를 원했다. 이대는 이러한 나의 연구 방향이나 오픈랩(연구실이 구분돼있지 않고 모두 개방돼 실험기구나 기계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었다. 비록 좁은 분야에 집중하더라도 그 분야에서 만큼은 이화여대를 빼놓고 학회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를 바란다. 이대는 이런 연구소를 만들고 싶었던 내 꿈을 실현하는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미국에 있으면서 7년 동안 1년에 4~5번 한국에 들어와 세포전달신호연구센터(CCSR)설립을 추진했다. 7년 동안 총 2개월 정도를 한국에 머무른 셈이다. 종과A·B동으로는 연구 공간이 부족해 C동을 연구동으로 만들었다. 종과 C동이 완성되고, 그동안 초빙했던 세포신호전달 연구 교수들로 팀이 완성된 다음 한국에 들어왔다. 그 때가 2005년이다. 이후 종과 C동을 분자생명과학기술원으로 만들었다. SSCR은 국가핵심연구센터로 지정돼 1년에 20억 원의 연구비를 유치했고, 3년 전에 교육부 특성화 평가에 선정돼 1년 동안 25억의 연구비 지원을 받기도 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여자대학으로 온 만큼 여성 과학자 육성에 힘쓰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미국에서는 화학이나 생명공학의 커리큘럼이 남성 위주가 많아 교재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대는 여학생만 있는 만큼 여대만의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학생이 학부를 들어올 때에는 대체로 남학생들에 비해 더 성숙하고 집중력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학부 때에 남학생에 비해 더 많은 양의 공부를 집중해서 학습할 수 있다. 남학생들이 4년 동안 하는 공부를 3년 안에 마치고 학부 때 석사 과정까지를 마친다면, 결혼으로 인해 석·박사 공부가 끊어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즉 여대의 특성을 살려 공학에서의 커리큘럼과 차별을 둔다면, 남학생과 다른 스피드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해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학부생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학부생들을 보면 커리어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 또 결정에 있어서 고정관념이 강한 부모세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 선호했던 직업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학부를 다니면서 심포지엄에도 많이 참가하고 교수나 선배들과 대화를 많이 시도하길 바란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학사 과정때 배운 것으로 일자리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학부 동안에는 이런저런 실험도 많이 해보고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