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금 500만원, 단행본 출판 해줘도 참여 저조
글쓰기에 대한 관심 저하와 문학상 홍보 부족이 원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이대출판부)·이대학보사(학보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화글빛문학상’의 운행에 ‘노란불이 켜졌다’

글빛문학상은 인문학이 강한 우리 학교의 전통을 이어감과 동시에 소설가를 꿈꾸는 ‘이화인’들을 격려하고자 2006년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1회 응모작 2편에 당선작 1편·제2회 응모작 1편에 당선작 없음’이라는 결과가 보여주듯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대학출판부가 주최하는 유일한 문학상·500만 원의 고료 지급·단행본 출간 등 타 문학상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의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 형식에 대한 고민 필요

‘짧은 역사와 낮은 인지도’는 이제 세 돌을 맞이하는 이화글빛문학상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형식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반응이다.

현재 글빛문학상은 경·장편 소설 부문을 받고 있으며 그 대상은 이화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경·장편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출판부는 “현재 학보사에서 단독 주관하고 있는 학생문예작품(단편·희곡·문학평론·시) 분야와 차별을 두기 위해 경·장편 소설로 범위를 정했다”며 “학생들이 정통소설이 아닌 판타지·시나리오 등의 분야에 창작활동이 활발하다면 이를 고려해 모집 장르의 다양화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화인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출판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문학활동에 도움이 되고, 단행본 출간 등의 파격적인 혜택이 이화인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범위를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문학상의 권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참가자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학특기자로 우리 학교에 입학한 장근혜(국문·04)씨는 “고등학교 시절 교내백일장과 전국백일장에 참가할 때의 느낌이 다르듯, 힘들게 쓴 작품을 교내대회보다는 전국대회에 출품해 겨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상을 이화인으로 한정하기보다 전국 대학생으로 확대하면 출품작이 늘어날 것이고, 글빛문학상의 인지도가 향상되면 수상자의 실력도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제1회 글빛문학상에서 「꽃이 떨어지면」으로 당선된 서수진(국문·06년졸)씨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서씨는 “더 경쟁력 있는 문학공모전으로 발전하고 많은 문인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상을 전국의 대학생단위로 넓히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출판부 측은 “글빛문학상이 자리를 잡고 규모와 위상이 확대되는 시점에는 이화인 가족 혹은 외부·전국대학생으로 확대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주최 측의 홍보 미흡

홍보가 미흡하다는 것도 학생들의 응모를 이끌어 내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학교에는 이대출판부·학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글빛문학상’과 학보사가 단독 주최하는 ‘학생문예현상모집’총 두 가지 문학공모전이 있다. 하지만 이 두 대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학생들의 응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지난 2회 글빛문학상 응모를 계획했었다는 최다정(국문·05)씨는 “이대학보에 실린 응모광고를 스크랩해 공모전을 준비했다”며 “타 문학공모전에 비해 우리 학교 문학상은 학보 이외의 통로로는 응모소식을 접하기가 어려워 학생들의 참여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28회를 맞이하는 계명대학교 신문사 주최 ‘계명문학상’은 전 회보다 30%가량 응모작이 늘어 홍보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케 한다. 계명문학상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200~300여 개의 문학 관련사이트에 계명문학상이 실시됨을 알리고, 시기에 맞춰 저명한 문인을 초청한 강연 등을 열어 문학상을 최대한 이슈화시키는데 주력한다”며 이는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학생들의 작품응모 부족

문학전문가들은 “저조한 응모의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학생들의 관심부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화문학회의 회장을 맡았던 황지선(국문·05)씨는 “과거의 문학회가 창작활동에 초점을 두는 그야말로 ‘글을 쓰는 동아리’였다면 지금은 기성시인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문학을 이야기 하는 쪽으로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학교·학생 모두가 취업 쪽에 관심을 갖고 다른 중요한 활동이 많은 상황에서 순수하게 글을 쓰는 대학생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글을 쓰는 학생들도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 부문의 문학특기자로 입학한 ㄱ씨는 “장편소설을 한 편 쓰려면 최소한 한두 달은 걸리는데 학교 공부를 병행하면서 5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에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현숙 교수(국문과)는 “학생들이 입학과 함께 취업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라 학교생활 중에 문학창작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문학창작과가 존재하는 타대와 달리 우리 학교의 창작은 동아리일 뿐 특별한 학교의 지원과 도움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수진씨는 “글빛문학상은 고료 금액·당선자 차후 관리·심사원 구성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며 “응모작 수가 적은 가장 큰 원인은 글 쓰는 학생들이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장편소설에 매달리면서 취업·장래 문제로 걱정도 많았지만, 문학공모전은 대학시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모험”이라며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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