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학생운동 앞장섰던 풍물패, 이제는 취미활동이나 공연위주로 활동
비중 줄었지만 봉사활동·세미나 등으로 사회참여 계속해… 회원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며 학원 자율화 운동·사회운동 등 학생운동에 나섰던 동아리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과거의 명맥을 유지하는 동아리들의 현재를 살펴봤다. 

△ 학생운동보다는 취미활동 중심으로

70·80년대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동아리에는 대표적으로 풍물패가 있다. 풍물패 ‘액맥이’에서 활동했던 유선(수교·90년졸)씨는 “87년 6월 항쟁에 참여하는 등 그 당시 많은 집회·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이 장구만 들고 다녀도 운동권으로 간주할 정도로 학생운동과 풍물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풍물패는 현재 취미활동 위주의 동아리로 변했다. 유은혜 ‘액맥이’ 패장은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과거 이미지가 남아 있어 아직도 운동권이 아닐까 하고 지원을 꺼리는 학생들이 있다”며 “지금은 풍물을 좋아하는 학생들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중이 줄었을 뿐 사회참여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 ‘액맥이’는 본교 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으로 초등학생들에게 한 달에 한 번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이 외에 사설기관에서 단합대회 등 각종 행사 의뢰가 들어오면 공연을 하기도 한다.

풍물패와 함께 대학가에 전통문화운동의 불을 지폈던 탈춤 동아리 역시 사회운동이 아닌 취미활동 중심으로 변했다. 전제언 민속극 연구회 ‘탈’ 회장은 “현재는 사회운동보다 탈춤과 전통 자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소속돼 있다”며 “지원자 중에는 탈 동아리가 과거에 사회운동에 앞장섰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민속극 연구회 ‘탈’은 전통극과 마당극 공연뿐만 아니라 민속극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 시위·집회 참여 줄고 세미나·토론 활성화

과거 동아리들은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공부했다. 최인이 교수(사회학 전공)는 “70·80년대에는 풍물패·노래패 외에도 많은 동아리가 사회변혁과 관련된 기본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학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70·80년대 대학가의 주류동아리로 사회·노동·철학 문제를 연구했던 사회과학 동아리. 사회과학 동아리 역시 변화의 흐름을 탔다.

현재 사회과학 동아리는 과거처럼 사회운동에 참여하기보다는 세미나·토론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본교 사회과학 동아리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민맥’은 한국근현대사연구회로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84년 개설됐다. ‘민맥’에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른바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학생이 전혀 없다. 시위·집회는 주제에 따라 관심 있는 학생들만 개인적으로 참여할 뿐 동아리가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새날을 여는 철학회’도 철학 세미나와 토론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과학 동아리 외에 영화 동아리·연극회 역시 정기적으로 세미나·토론 시간을 가진다. 채민지 전 총 연극회 회장은 “과거처럼 시위·집회 등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사회문제와 관련된 세미나·토론을 여는 등 사회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영 누에 회장 역시 “사회 사안에 대한 서명 운동 등은 관심있는 학생들만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며 “정치·경제 등 각종 이슈를 주제로 토론하는 세미나는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물패 ‘액맥이’에서 활동했던 박미혜(사복·92년졸)씨는 “사회에서 학생운동이 차지하는 역할이 줄어들면서 동아리 역시 사회운동을 강조할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풍물 교육·봉사활동 등 다른 차원의 사회참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 동아리 중에는 회원수가 줄어 명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민속극 연구회 탈의 인원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전 회장은 “처음 동아리가 결성됐을 때 성행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인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강대의 탈춤 동아리는 인원이 감소해 없어졌으며, 연세대 탈춤 동아리 역시 지원자가 없어 중간에 맥이 끊기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정선 교수(사회학 전공) “취업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은 사회참여보다는 개인의 관심사에 집중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의식 변화가 동아리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속적으로 사회운동 참여하는 동아리도 있어

과거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동아리들이 점점 취미활동 혹은 세미나 위주로 변화하는 것과 달리 최근에 결성돼 사회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도 있다.

2001년에 결성된 몸짓패 ‘투혼’은 율동과 몸짓을 하며 사회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동아리다. 투혼은 5년 전부터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 노조 집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유강이 투혼 회장은 “새내기들은 주로 율동이 재밌어 보여 지원하지만 재학생 중에는 투혼의 사회참여적 성격을 알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율동이 좋아 가입했던 새내기들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사회운동에 동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