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4월 초. 한 폭의 수묵 산수화를 통해 훌쩍 다가온 봄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용길 교수(동양화 전공)의‘오용길 작품전’이 3월23일(금)∼4월21일(토)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미술전에서는 봄과 가을의 풍경이 지필묵(종이·붓·먹)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 30점은 오 교수가 1년 반에 걸쳐 완성한 것들로 대다수가 ‘봄’을 테마로 하고 있다.

‘꽃’을 빼고 봄을 말할 수 있을까.‘봄의 기운­소쇄원’은 화폭 한가득 핀 진분홍빛의 봄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잘게 뻗은 가지에 핀 꽃들은 완연한 봄을 알리는 듯하다. 먹으로 칠한 강한 느낌의 가지와 색채를 사용해 부드럽게 표현한 꽃잎의 모습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꽃나무 뒤편의 소쇄원 돌담은 연한 먹을 사용해 튀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전통 기와지붕의 멋스러운 돌담이 한국적인 정취를 한층 살렸다. 돌담 앞의 풀들은 날카로우면서도 힘있는 붓 결의 느낌을 생생히 드러낸다. 

하얀 화선지 위 샛노란 꽃이 시선을 잡아끈다. 봄에 가장 먼저 피는 ‘산수유’ 다. 작품 ‘봄의 기운­산수유’는 셀 수 없이 많이 핀 산수유가 주인공이다. 산수유 꽃잎은 개나리색·상아색 등 다양한 노란색들로 단조로움을 피했다.

산수유 나뭇가지는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냈다. 나무 밑동은 물기 하나 없이 진한 먹으로 튼튼한 느낌을 주고, 잔가지들은 먹에 물을 풀은 듯 흐린 색으로 표현했다.

‘봄의 기운­쌍계사 가는 길’은 봄 향기 가득한 산 속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끝도 없이 핀 연한 분홍빛 꽃과 조용히 흘러가는 시냇물은 쌍계사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듯하다.

오용길 교수는 “이번 작품들은 붓의 물기를 조절해 감정을 표현하는 수묵화 기법이 특징”이라며 실제 자연을 보는 듯한 현장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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