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 한정아(건반·93년졸)씨 인터뷰

지난 11일(일) 오전11시 서울 나루 아트센터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무대 위의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관객들도 하나 둘 일어나 준비된 악기를 연주한다. 음악을 통해 자아를 찾고, 음악극의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기를 여러번, 어느덧 관객들은 공연의 제목이기도 한 ‘음악이 가르쳐 준 비밀’을 깨닫는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오후, 우중충한 하늘조차 맑게 만들만큼 환한 미소를 지닌 음악치료사 한정아(건반·93졸)씨를 만났다. 그가 1년째 진행하고 있는 음악치료 공연 ‘음악이 가르쳐 준 비밀’은 의료기관이 아닌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색다른 치료법으로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을 활용한 스트레스·갈등·불안 해소법을 제시한다.

한정아씨는 ‘치료’라는 단어가 가지는 어감 때문에 장애아동·노인 등 특수대상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어 온 음악치료에 이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은 누구나 음악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어떤 사람도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잖아요.”

본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시절,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연주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던 그가 장애아동과 함께한 자원 봉사를 계기로  음악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됐다. “그때는 음악을 위해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위해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음악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그는 2002년 음악치료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음악 치료사는 소리의 진동으로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멋진 직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때문에 가끔은 좋아하는 음악이 스트레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치료사는 보람 있는 직업이에요.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자폐아들이 음악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우울증 환자들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평생 음악치료사로 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한씨는 어느 음악이나 개개인에게는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병원에서 한 달도 채 배우지 않은 플루트로 ‘어버이 은혜’를 연주하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음악치료에 좋다고 알려진 클래식도, 훌륭한 연주도 아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거예요. 각자가 좋아하는 곡이,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연주가 최고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음악이 가르쳐 준 비밀’은 매달 둘째·넷째 주 화요일 오전11시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순간 만큼은 진통제나 진정제가 아닌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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