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이 마무리됐다.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은 수강신청에 실패한 과목의 교수님을 찾아다니고 수강신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한바탕 ‘수강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필수교양과목이나 인기 교수의 강의가 아닌 전공과목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져 문제가 심각하다.

취업 등을 대비해 부·복수전공을 이수하는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전공강의에 대한 수요 또한 늘고 있다. 2006년 전기 학위수여자의 부·복수 전공 비율은 54.4%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개설 과목 수는 여전히 예년의 수준을 지키고 있어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복수전공자 비율이 가장 많은 경영학과를 비롯해 부·복수전공자가 주 전공자를 능가하는 국문과, 경제학과 등의 수강신청 대책은 시급하다. 주전공생이 타과생에 밀려 수강신청을 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수강신청을 놓고 전공생과 타과생 간에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수강신청제도’와 ‘수강신청 대기제도’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예비수강신청제도는 고려대·성균관대 등 이미 국내 여러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이 예비로 수강신청을 하면 학교 측은 수요를 파악해 분반을 개설할 수 있다. 그 후에 학생들은 다시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고려대 교무처 학적·수업지원팀 전영민 씨는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에 제도 시행 후 학생들의 불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대기제도’는 현재 미국 UC 버클리 대학이 실시하고 있다. 수강 정원이 마감된 과목에 신청하는 학생들을 대기자 명단에 올리고, 수강취소로 결원이 생길 경우 자동으로 대기자가 등록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수강신청기간 동안은 전공생만 등록할 수 있고, 비전공생은 대기자 명단에 오를 수 있게 한 뒤, 나중에 결원만큼 비전공생을 등록시킨다. 이러한 제도 아래 학생들은 언제 결원이 생길지 모르는 채, 마감된 과목에 등록을 하기 위해 마음을 졸일 일이 없다.

물론 합리적인 제도를 이용한다 해도 모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는 없다. 교수, 강의실 등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강의의 수강권 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한다. 전공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이 교양 등 다른 강의로 학점을 채우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화는 ‘전문인’이 아닌 ‘교양인’만을 양성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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